[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OpenAI)가 선보인 챗GPT(ChatGPT)는 출시 2개월만에 가입자 수 1억 명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냈다. 특히, 오픈AI는 생성형 AI로서 챗GPT의 제한적 성능을 극복하기 위해 내외부 유입 전략으로 플러그인(API를 통해 기존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에 특정 기능을 추가하는 소프트웨어)을 개발하며 서드파티 개발 환경을 제공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넓혔다.
실시간 웹 검색 데이터를 제공하는 ‘Browsing’, 파이썬(Python) 코드의 업로드 및 결과물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Code Interpreter’, 이용 허락된 개인 및 조직 정보 검색을 지원하는 ‘Retrieval’ 등을 자체 개발했으며, 여행 항공편/숙박 예약 서비스 ‘Expedia’, 레스토랑 정보 제공 및 예약 서비스 ‘OpenTable’, 글로벌 법률/규제/시장 데이터 서비스 ‘FiscalNote’ 등 서드파티와 협력하며 챗GPT 플러그인은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주도한 애플과 구글 중심으로 앱 생태계를 구축된 것처럼, 생성형 AI 플러그인 생태계를 주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같은 오픈AI의 영향력 확장해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은 대응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세일즈포스, 앤트로픽AI, 허깅페이스, 바이두, 알리바바, 화웨이 등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중심의 생성형 AI 개발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챗GPT 출시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각 업체들은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업무용 툴을 앞다퉈 발표하기 시작했다.
구글, MS, 오픈AI, AWS 등 앞다뤄 선보이는 업무용 생성형 AI
지난 2023년 8월 29일(현지시간), 구글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콘퍼런스 '넥스트 2023'을 개최하고,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생성형 AI 기반 도구인 ‘듀엣AI’를 발표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구글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업무용 협업 도구(구글 챗, 닥스, 미트, 지메일 등)로, 전 세계 이용자는 30억 명이다. 연구개발을 위한 테스트 버전이 아닌 정식 버전이며, 기업 고객 대상으로 1인당 월 30달러(약 4만 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출처=구글 클라우드
지난 5월 구글의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23'에서 공개하며 테스트했던 '듀엣AI'의 정식 발표다. 듀엣 AI를 이용하면 문서 초안 작성, 스프레드시트 요약, 메모 작성,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작성, 이메일 작성 등을 AI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코드 작성, 채팅 지원 등 개발자 기능도 지원한다.
구글 듀엣 AI / 출처=구글 워크스페이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2023년 8월 28일(현지시간)에는 오픈AI가 기업용 챗GPT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기존 소비자용 챗GPT와 달리 사용량 제한을 없앴으며, 성능도 높였다. 오픈AI에 따르면, 속도는 최대 2배 빠르며, 약 4배 많은 분량을 입력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보 노출 방지다. 기존 챗GPT는 생성형 AI 학습 등에 입력하는 정보를 활용하며 의도치 않게 외부에 공개될 수 있어 기업이 사용을 주저했지만,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정보를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
보안을 강화한 챗GPT 엔터프라이즈 / 출처=오픈AI 홈페이지
향후 오픈AI는 챗GPT 엔터프라이즈 기능을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기업 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챗GPT를 학습해 성능을 높이며, 마케팅, 고객지원 등 업무별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약 한달 전인 지난 2023년 7월 18일(현지시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연례 파트너 컨퍼런스 ‘인스파이어 2023(Microsoft Inspire 2023)’에서 업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제품의 대화형 AI 도구인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이하 코파일럿)’의 가격을 공개했다. 기업 고객 대상으로 1인당 월 30달러(약 4만 원)다. 코파일럿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업무용 앱에 오픈AI의 GPT-4 모델 기반 생성형 AI 기능을 더했다. 지난 2월 처음 공개한 뒤 일부 기업 대상으로 유료 베타 테스트 중이던 코파일럿의 정식 발표인 셈이다.
인스파이어 2023에서 발표하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출처=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문서초안을 알아서 생성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저장해 놓은 문서, 이미지 등을 찾아 생성하고, 없는 이미지를 직접 창작하기도 한다. 엑셀 코파일럿은 간단한 데이터 분석이나 시각화도 자동으로 제공한다. 워드와 엑셀로 작성한 문서를 이용해 파워포인트로 만들 수도 있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AWS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생성형AI를 녹여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각 기업이 폐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업이 원하는 맞춤 형태의 생성형 AI 기능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도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8월 24일 LLM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한 네이버는 오는 10월부터 다른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 커넥트X’와 AI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 등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미정이다.
출처=네이버
이외에도 SK텔레콤은 ‘에이닷’, LG AI연구원은 ‘엑사원(EXAONE) 2.0’을 바탕으로 기업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삼성SDS도 오는 9월 기업용 AI 서비스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넷 시대의 웹 생태계, 모바일 시대의 앱 생태계에 이어 챗GPT 이후로 촉발한 생성형 AI 시대는 플러그인 생태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AI산업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해 AI 전용 반도체, AI 기반 모델, 다양한 AI 서비스에 이르는 AI 가치사슬 수직 통합화 추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아마존,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은 자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형태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픈AI가 챗GPT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AI의 활용성에 놀라움을 선사했다면, 이제는 각 기업이 준비한 서비스를 통해 사업화 수익 모델을 찾아 나섰다. 한번 빼앗긴 생태계 주도권은 다시 되찾기 어렵다. 생성형 AI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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