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기술개발, 사업화, 지식재산권 창출 및 보호까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돕는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형 R&D] 시리즈를 통해 ‘2022년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을 만나, 도약을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6년 3월,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했다. '인간 vs AI', 'AI 세계대전', '이세돌 신드롬', '세기의 대국' 등으로 불렸던,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었다. 이세돌 9단의 3연패.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3연승은 대국을 지켜봤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바둑에서 기계가 사람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감은,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지난 2016년 3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모습 / 출처=IT동아
이 시점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머신러닝, 딥러닝, 알고리즘,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듣기에 생소했던, 새로운 용어의 등장도 빈번해졌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전망하는 내용도 쏟아졌다.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 삼성 등 국내외 수많은 IT 기업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도 강화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늘 거론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지난 2020년 11월, 설립한 카비랩(KAVILAB)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형외과 수술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스타트업이다. X-레이 사진, CT 영상 등 의료영상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3D 시뮬레이션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정형외과 수술에 더 나은 효율성과 편의성을 제공한다. 이에 IT동아가 카비랩을 방문, 김무섭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무섭 카비랩 이사 / 출처=IT동아
정형외과 환자에게 맞춤형 수술 계획을 제공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카비랩은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무섭 이사(이하 김 이사): 카비랩은 정형외과의 디지털 전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증강현실,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이용해 정형외과 치료에 필요한 수술을 혁신하고, 전문의와 환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형외과 수술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3D 프린팅을 이용해 환자에 맞춤형 의료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IT동아: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줄 수는 없을까.
김 이사: 하하. 음… 정형외과는 근육이나 뼈대 따위의 운동 기관의 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의학 분야다(네이버 사전 발췌). 팔이나 다리의 뼈가 부러졌을 때 이를 맞추거나, 무릎 인공 관절 수술 등을 떠올리면 된다. 이렇게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문의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어떻게 치료할지, 수술은 어떻게 진행할지 등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대부분 X-레이, CT 촬영 등을 통해 환자의 부러진 뼈 상태를 확인하는데, 카비랩은 이러한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전문의에게 필요한 수술 계획을 제공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 3D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고 있는 김무섭 카비랩 이사 / 출처=IT동아
IT동아: 그러니까… 정형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내부 상태를 촬영한 사진, 영상 등의 정보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뜻인가.
김 이사: 맞다. 만약 다리가 부러진 환자가 입원했다고 예를 들어 보자. 전문의는 일단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X-레이 또는 CT를 촬영한다. 그리고 부러진 다리를 보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지, 수술을 통해 맞춰야 하는지 판단한다. 수술할 때는 부러진 뼈를 잘 맞춰야 한다. 여러 군데 부러진 복합골절이나 분쇄골절의 경우 작은 뼛조각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맞춘 뼈를 고정할 수 있는 치료제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부러진 뼈를 맞추고 고정한 뒤, 봉합하는 과정이 정형외과의 골절 수술이다.
카비랩은 골절 상태의 뼈를 촬영한 X-레이와 CT 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어떻게 뼈를 원상태로 맞추는 것이 좋은지, 어떤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제공한다. 일종의 정형외과 수술 시뮬레이션이다.
환자 영상 정보를 분석해 수술 계획을 제공하는 카비랩 ‘DeepPLAN T’ / 출처=카비랩
IT동아: 아… 수술 계획을 돕는 솔루션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김 이사: 또한, 환자마다 뼈 모양은 모두 제각각이다. 부러진 뼈를 원상태로 잘 맞춘 다음 치료제로 고정해야 하는데, 환자 뼈 모양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 치료제를 환자에게 맞도록 가공해야 하는데, 카비랩의 솔루션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사전에 제작해서 수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즉, 수술 전에 전문의가 환자에게 맞는 수술 계획과 치료제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카비랩의 솔루션이다.
IT동아: 수술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의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큰 도움 아닌가.
김 이사: 당연하다(웃음). 우리는 수술 계획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X-레이 사진, CT 영상 등을 바탕으로 제작한 3D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도 이해하기 쉽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문의가 사용하는 의학용어는 어렵고, X-레이 사진과 CT 영상은 아무래도 낯설지 않나. 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해 환자의 이해를 돕는다.
골절 수술에 사용하는 골정합용금속판(치료제)의 환자 맞춤형 디자인 모습 / 출처=카비랩
궁극적으로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환자 상태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치료제 가공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다.
정리하자면, 카비랩은 환자 의료영상 정보(X-레이, CT 등)를 분석해 환자의 골격 구조를 3D 콘텐츠로 구현한다. 그리고 골절 상태에 따라 필요한 치료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형외과 수술을 돕는 카비랩의 ‘DeepPLAN’ 솔루션
IT동아: 인공지능으로 환자 정보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김 이사: 약 2000개 이상의 CT 영상을 분석해 학습했고, 원본 CT 영상에서 변화는 주는 ‘데이터 증강’ 기술을 이용해 10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경희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울산대학교병원 등과 공동연구와 PoC도 진행 중이다. 솔루션에 따라 임상시험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고, 계획 중인 솔루션도 있다.
김무섭 카비랩 이사 / 출처=카비랩
IT동아: 여러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김 이사: 솔루션 명칭은 ‘DeepPlan’이다. 그리고 수술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DeepPLAN T’는 수술 전 환자의 CT영상으로 골절 부위를 찾아주고 골편이 몇 개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치료제를 이용해 수술할지 등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현재 개발과 성능평가, 임상시험까지 완료했다. 수출에 필요한 수출용 허가도 받았다.
‘DeepPLAN K’는 70세 이상의 환자에게 필요한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돕는 솔루션이다. 극심한 골절, 퇴행성 변화 등으로 경골 상단부와 대퇴골 하단부를 비롯한 무릎 연골 손상에 대해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돕는다. 지난 2023년 6월, 의료기기 허가 획득을 위한 확증 임상시험을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아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탐색 임상시험을 통해 수술계획 정확도를 확인했으며, 의료기기 품목 허가 승인을 위해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울산대학교병원과 함께 후향적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릎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돕는 카비랩의 ‘DeepPLAN K’ / 출처=카비랩
이외에도 고관절 전치환술을 돕는 ‘DeepPLAN H’, 환자 영상을 통해 맞춤형 골절합용금속판(치료제)을 디자인하고 완료된 디자인을 제조소에 송부해 바로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DeepPLAN 3D CAD’,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의료영상을 가공하고 변형해 새로운 영상 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DeepPLAN A’ 등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을 치료 용도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IT동아: 언제 카비랩을 설립한 것인지.
김 이사: 지난 2020년 11월 설립했다. 올해 만 3년째를 맞이한다. 4.8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 팁스(TIPS) 선정 등에 이어 현재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매출액은 2억 원 규모였으며, 올해 예상 매출은 3억 원 규모다.
IT동아: 카비랩을 창업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 이사: 인공지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기술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 진단 용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왜 진단에만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수술 계획 수립과 같은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후 환자를 치료하는데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당시 연구를 함께했던 사람이 카비랩 윤도군 부대표다(웃음).
가톨릭의대 의공학교실 시절 당시 김무섭 이사(우)와 윤도군 부대표(좌)의 모습 / 출처=카비랩
(참고로 김무섭 이사는 의료영상데이터/3D모델링을 전공한 가톨릭의대 의공학 박사다. 카비랩 설립 전 가톨릭의대에서 생체공학연구원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상의학 연계 등을 연구했다)
사실 당시 윤 부대표는 가톨릭의대 연구 전담 교수였는데, 9년 동안 함께하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렇게 의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 부대표와는 어렵고 힘든 일을 동고동락하며 보낸 사이다. 서로 콩팥을 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관계다(웃음). 이후 카비랩 강성빈 대표를 만났고, 같은 목표로 의기투합해 카비랩을 설립했다. 우리의 목표는 인공지능을 환자 진단만이 아닌,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시절의 윤도군 부대표 모습 / 출처=카비랩
IT동아: 카비랩 솔루션을 사용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김 이사: 전문의와 환자에게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골절 수술을 진행하는 전문의는 지금까지 X-레이, CT 영상을 보며 수술 계획을 머리 속에서 그려야 했다. 2D 정보 아닌가. 이를 3D 정보로 변환하면 더 입체적으로 수술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수술 시간도 줄일 수 있고, 환자에게 수술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용이하다. 수술로 인한 환자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
IT동아: 서울형 R&D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 이사: 치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솔루션이 새로운 치료법, 새로운 수술기법 등으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나. 이를 위한 인증 획득, 임상시험 등이 필수인데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간다. 기존 병원 등과의 협업도 필수다. 이 모든 것을 스타트업이 스스로 감당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울산대학교병원 박기봉 교수가 카비랩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 출처=카비랩
서울형 R&D 기술사업화를 통해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간 총 2억 4000만 원을 지원받아 중앙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와 함께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DeepPLAN 솔루션 개발 및 임상시험, 수출용 허가 등 필요한 것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목표로 하는 솔루션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네트워크, 인프라, 전문 투자사와의 연계 등 많은 지원에 감사할 따름이다.
IT동아: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다.
김 이사: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투자를 유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FDA 인증을 받기 위한 과정이다.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인증도 준비 중이다. 의학회와 전시회, 박람회 등에도 적극 참여하며 우리의 솔루션을 알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 카비랩과 DeepPLAN 솔루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