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스타트업人으로 소개할 기업은 ‘메디플렉서스(대표 김동규)’입니다. 수많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해서 고차원 임상연구의 시뮬레이션을 돕는 솔루션 ‘올리(AllRe)’를 만든 곳입니다. 이들은 나아가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범위를 넓히고 가치산정 기준도 수립,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데이터 분석·활용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도록 디딤돌을 놓을 계획도 가졌습니다.
메디플렉서스에서 올리를 만드는 개발자 정혜승 올리솔루션 팀 책임 리더, 그리고 의료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은 임수빈 분석서비스 팀 책임 리더를 함께 만났습니다. 올리를 알리는 사업 담당자 손수완 책임 리더도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의료데이터 분석·활용 시장의 발전 현황과 성장 가능성, 의료데이터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이들이 가질 역량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메디플렉서스 올리솔루션 팀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메디플렉서스에서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저는 메디플렉서스 올리솔루션 팀에서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올리를 기획, 설계하고 개발합니다. 올리의 서비스 개발과 유지보수 전반은 물론, 수요에 따라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의 유형과 기능을 조율하는 역할도 해요.
임수빈 책임 리더 : 저는 메디플렉서스 분석서비스 팀을 총괄합니다. 저희 팀은 실제 환경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 목적에 맞게 정리해요. 이렇게 가공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임상 근거를 만듭니다. 다른 정보통신회사와 달리, 메디플렉서스는 임상 전문가와 데이터 엔지니어가 함께 일해요. 임상 노하우를 담은 특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분석서비스 팀의 역할입니다.
메디플렉서스 분석서비스 팀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의료데이터 분석과 개발은 아주 독특한 직무인데요, 메디플렉서스에 입사하기 전 무엇을 전공하고 어떤 역량을 갖췄나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전공은 전기공학이지만,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이 많아 진로를 이 부문으로 정했어요. 처음에는 자동화 생산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 자동 계측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경력을 의료 부문에서 발휘하자고 생각했어요. 메디플렉서스와 함께 정부 지원 과제를 수행하다가 정식으로 합류했습니다.
임수빈 책임 리더 : 생명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의료 업계에서 일하려고 의학 지식을 쌓다가 의학과 생명과학에 접점이 있다는 것, 그 중 하나가 의료데이터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실제로 의료데이터를 잘 다루려면 의학 용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 가운데 유전체 정보, 바이오 마커 등의 지식을 이해하려면 생명과학 역량이 필요하고요. 생명과학과 의학을 함께 공부한 것이 메디플렉서스에서 일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정혜승 메디플렉서스 올리솔루션팀 책임 리더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의료데이터 분석과 개발 기업 가운데 메디플렉서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입사 동기와 재직하면서 느낀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의료기관이 쓸 전산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에 다니다가 메디플렉서스와 함께 과제를 수행했어요. 의료데이터를 가공, 구축하고 특정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할수록 관심이 생기고 유망한 부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막상 메디플렉서스에 합류해서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만들어보니, 정말 어려웠어요. 의료데이터 추출의 정확성을 고려하면서 사용자 편의까지 확보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의료데이터 논문과 연구 내용을 가장 먼저 접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지식을 쌓고, 의료데이터 연구자와 분석 솔루션 사용자를 만나 의견을 나누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어요.
임수빈 책임 리더 : 원래는 의학이나 제약, 바이오 기업에서 일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의학 증거를 활용해 의료 현장에 힘을 싣는 메디플렉서스의 기술을 보고 진로를 바꿨습니다. 이전에는 의료데이터를 제품 개발이나 임상 근거로 활용할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흐름이 바뀐 덕분에 의료데이터의 활용 영역이 꾸준히 넓어져요. 메디플렉서스는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은 임수빈 분석서비스 팀 책임 리더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이라는 독특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기업 문화도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를 듯합니다. 메디플렉서스의 기업 문화는 어떤가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최근 1년 사이 조직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기업 문화를 하나씩 만드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업무 영역이 넓어서 임직원간 협력과 공유, 이 과정에서 상승 효과를 내는 것이 기본입니다. 과제를 모두 함께 수행하며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 올리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이것을 유력 컨퍼런스에 발표해서 레퍼런스로 삼는 일련의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임수빈 책임 리더 :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 의료 부문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맡은 부문의 운영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며 견문과 시야를 함께 넓히는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아서 좋습니다.
의료 업계 파트너들과 함께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이라는 새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이기에, 일을 하면서 임직원이 성장하도록 돕는 기업 문화도 가졌어요. 이 곳에서는 실제 환경 의료데이터의 활용 사례를 내 손으로 만들고, 임상 교수를 비롯한 파트너와 함께 아이디어를 반영해 고도화하는 즐거운 경험을 합니다.
메디플렉서스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 올리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메디플렉서스가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들고 성과를 낸 것은, 그만큼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시장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국내외 의료데이터 시장의 현황과 최신 기술 동향은 어떤가요?
임수빈 책임 리더 : 메디플렉서스의 역할 중 하나가 임상 근거를 만드는 것인데, 해외에서는 이미 이 부문의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어요. 그래서 해외 제약 기업과 바이오 기업은 임상 근거를 활발하게 씁니다. 지금까지는 임상을 대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 시험, 연구대상자를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비교하는 것)로 했는데, 최근에는 RWE(Real 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 실제 환경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임상 증거)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져요. 우리나라 업계도 세계 변화에 발 맞춰, 제품 연구 개발에 RWE를 적극 활용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IT동아 : 이처럼 유망한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시장에 힘을 보태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의료데이터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일반 개발자가 의료데이터를 접하는 것은 어려우니 필수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의료데이터에는 비정형 데이터가 많아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 관련 지식을 잘 쌓아두면 좋을 듯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전반이 요구사항 반영과 협업으로 이뤄지기에 원활한 소통,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점입니다. 원활한 소통이 우선돼야 목표 결과를 낸다는 것을 느껴요.
임수빈 책임 리더 : 의료데이터 분석자는 꼼꼼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데이터를 보고 다뤄봐야 해요. 데이터 분석자의 실력은 수많은 데이터를 보고 다루고 분석하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무엇보다 특정 부문의 데이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부문의 다양한 데이터를 보고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호기심이 있어야 데이터를 보고 듣고 다뤄 내 것으로 만듭니다. 의료데이터 분석자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꼼꼼한 성격을 갖추는 것이 좋다고 하겠어요.
메디플렉서스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 올리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솔루션을 만들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은 무엇인가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저와 임직원들이 함께 만든 올리를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시연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좋은 반응을 건넵니다. 지금 저희가 나아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부문에 발자국을 남긴 것, 나아가 이 기술의 효용을 증명하고 의료계에 기여한다는 희망을 가진 순간 보람을 느꼈어요.
임수빈 책임 리더 : 실제 환경 의료데이터를 연구하는 시장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단계에요. 이 시장이 발전하도록 디딤돌을 놓는다는, 새로운 유망 기술을 앞장서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올리를 호평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에도 보람을 느껴요. 최근 한 임상 교수님의 연구를 올리로 지원했는데, 이전까지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과 결과 도출까지 수 개월이 걸리던 것을 단 반나절만에 가능케 한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례가 심포지움에서 발표될 때에도 기분이 좋았어요.
IT동아 : 반대로,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솔루션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올리를 직관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개발 자체도 어렵고 무엇보다 레퍼런스가 없었으니까요. 데이터 선정과 제외 조건을 만드는 것, 데이터 반영 시점의 기준을 정하는 것 하나하나가 처음 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앞서 확보한 운용 데이터, 수요별로 맞춤형 설계한 올리의 레퍼런스를 반영해 조금씩 해결했습니다. 관계자들과의 협업과 논의는 기본이고요. 덕분에 지금은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풀었고, 올리 버전 2.0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 중입니다.
임수빈 책임 리더 : 수많은 임상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 이것을 쉽고 정확하게 정리해서 올리 솔루션 팀에 전달하는 과정이 아주 어려웠어요. 연구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파악해서 공유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현장 관계자들이 어떤 데이터와 기술을 원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정확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리 솔루션 팀과 의견을 나누고 완성도 높은 기술을 만드니까요.
연구 중인 메디플렉서스 임직원들 / 출처=메디플렉서스
IT동아 : 앞으로 세계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시장은 어떤 흐름을 나타낼까요?
정혜승 책임 리더 : 오늘날은 병원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기기로도 개인의 진단 상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특성이 더 많이, 다양하게 반영된 이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진이 개인 맞춤형 진료와 진단을 하는 시대가 곧 올 거에요. 이미 의료데이터 분석과 예측 기술을 적용해 환자의 만성 질환 발병 가능성까지 추측 가능한 기술도 나오고 있어요.
임수빈 책임 리더 :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병원의 의료 데이터와 합치면 활용성이 큰 진료 근거가 됩니다. 이것을 활용하는 다양한 의료 앱도 나올 것이고요. 그러면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나아가 예측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아주 중요해요. 세계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가운데, 건강보험의 재원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옵니다. 이 때 각종 질병의 진료에 앞서 예방을 하다면, 재원을 상당 부분 아낍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노인 환자의 낙상을 치료하는 비용이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예방 차원에서 낙상 방지나 알림 서비스를 구축, 이를 막으면 해결 가능합니다. 의료데이터는 질병의 치료에 앞서 예방을 돕는 유력 기술이 될 거에요.
IT동아 : 의료데이터 분석과 활용, 개발 팀이 힘을 모아 만든 올리가 거둔 성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이야기해주세요.
손수완 책임 리더 : 올리는 임상 연구자들을 돕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지금까지 임상 연구자들은 통계 분석을 할 때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각기 다른 분석 도구 여러 개에 직접 입력했어요. 그러니 연구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웠습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데이터 추출과 분석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상 연구자들은 컴퓨팅과 통계분석 기술을 잘 알아야 해요. 올리는 이 모든 과정을 일원화하고 손쉽게 하도록 돕습니다.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입력하면 바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가지 도와요.
메디플렉서스 의료데이터 분석 솔루션 올리 / 출처=메디플렉서스
최근 메디플렉서스는 한 대학 병원과 노인 만성질환 특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사업을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연구를 하려면 병원 내 의료 데이터를 정보 팀에 요청하고, 이렇게 받은 의료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해야 했어요. 이것이 보통 수 개월 걸립니다. 그나마도 의료 데이터가 사용하기 부적합하면 정보 팀으로의 요청 단계부터 다시 밟아야 합니다. 반면, 올리를 쓰면 이미 만들어진 임상연구 전용 데이터베이스를 바로 활용해 연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절약, 빠르게 결과를 검토 가능합니다.
올리는 연구 주제를 받으면 데이터를 다방면으로 분석,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판별해서 수 일 안에 답변을 줍니다. 기존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가장 알맞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려주기도 하고, 데이터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검증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보기 쉽게 시각화해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든 성과를 우리나라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임상 연구를 아웃소싱하는 기관) 기업이 주관하는 심포지움에서 공개했고요.
메디플렉서스는 이 성과를 토대로 웹 버전의 올리 2.0을 개발 중입니다. 올리 2.0은 병원 내 인프라에서 편리하게 쓰는 웹 서비스가 될 거에요. 나아가 후향적 임상 연구와 전향적 임상 연구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임상 연구의 모든 과정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하도록 돕는 도구로 자리 잡을 거에요. 연구 결과를 더 쉽게 확인하도록 도울 인공지능 솔루션도 개발 중입니다.
메디플렉서스는 의료데이터 기반 정밀의학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초고령화 시대에 건강과 수명 연장 등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임상 진료·연구 개발·보건 정책에 필요한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는 ‘개방형 RWE 연구센터’를 국내외 다섯 곳에 건립, RWE 임상 연구를 더 많이 활용하는 새로운 정밀의학 시대를 이끌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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