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동진 기자] 세계적인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신형 슈퍼카 ‘F80’을 선보였다. 2013년 라페라리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다. 슈퍼카는 흔히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칭하지만, 페라리는 한정판 최고가 모델에 슈퍼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799대만 한정 생산하는 페라리 F80의 면면을 살펴봤다.
페라리 F80 / 출처=페라리
1984년부터 꾸준히 슈퍼카 선보인 페라리…최신 파워트레인과 첨단 기술의 조화 ‘F80’
페라리는 1984년부터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한 슈퍼카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1984년 출시한 GTO부터 2002년 엔초, 2013년 라페라리와 같은 슈퍼카다.
페라리가 11년 만에 선보인 신형 슈퍼카 F80은 페라리 최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첨단 기술을 접목, 1200마력과 제로백 2.1초, 최고 속도 시속 350k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구체적으로 F80 파워트레인은 이전의 페라리 슈퍼카와 마찬가지로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정교하게 개발된 기술들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1980년대에는 F1 차량이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GTO와 F40도 터보 V8 엔진으로 구동됐다. 오늘날 F1과 세계내구챔피언십(WEC)에서는 터보 V6 ICE 엔진과 800V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F80에도 르망 24시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499P에 적용된 아키텍처가 동일하게 탑재됐다.
페라리 마라넬로 박물관에 전시된 499P 머신을 살펴보는 관람객의 모습 / 출처=IT동아
페라리는 F80 차체를 완전히 새롭게 제작했다. 해당 차체는 프리프레그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후 오토클레이브에서 경화 과정을 거쳤다. 이 기술은 F1 및 다른 모터스포츠에서 유래한 것이다. 프런트 보닛에서 눈에 띄는 점은 S-덕트인데, 두 개의 프런트 윙을 연결하는 고정 부품으로 구성됐다.
F80에는 라페라리와 같이 버터플라이 도어가 적용됐다. 이 도어는 이중 회전축 힌지 메커니즘을 통해 거의 90° 각도(수직 방향)로 열리도록 설계됐다. 도어의 하부 구조는 측면 충격 시 동적 하중을 흡수하는 구조를 지녔으며, 특수 고성능 탄소섬유가 적용됐다.
후방 엔진 커버는 측면에서 봤을 때, 도어의 디자인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커버에는 V6 엔진의 뜨거운 공기를 배출하는 6개의 가느다란 구멍과 공기 배출 그릴이 있다.
페라리 F80 엔진룸 / 출처=페라리
페라리는 F80에 최초로 전기터보(e-터보) 기술을 도입,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한껏 끌어올렸다. 각 터보의 터빈과 컴프레서 사이에 전기모터를 장착, 저회전 구간에서도 높은 수치의 리터당 출력과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한다.
페라리 F80 전기모터는 마라넬로 본사에서 직접 개발하고 테스트한 후 제작된 최초의 유닛이다. 전기모터의 디자인(앞차축에 2개, 뒷자축에 1개 장착)은 페라리의 레이싱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특히 할바흐 배열 구조(Halbach array configuration, 자기장 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수 마그넷 레이아웃을 적용한 구조)의 스테이터(Stator)와 로터(Rotor, 전기 모터 안에서 회전하는 부품), 탄소섬유로 된 마그넷 슬리브(Magnet sleeve)는 모두 F1에서 사용된 MGU-K 유닛의 디자인에서 파생된 솔루션이다.
DC/DC 컨버터도 돋보인다. 해당 장치는 한 전압의 DC(직류 전기)를 다른 전압의 DC로 변환하는 장치다. 이 기술 덕분에 하나의 부품으로 800V, 48V, 12V의 세 가지 전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페라리 컨버터는 800V의 고전압 배터리에서 생성된 직류를 사용해, 액티브 서스펜션 및 e-터보 시스템을 위한 48V의 직류와 차량의 전자 제어 장치를 비롯한 모든 전기 보조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12V 직류를 생성한다. 공진 기술이 적용된 컨버터는 시간의 지연 없이 바로 전류를 변환하고, 98% 이상의 변환 효율로 축전지(Accumulator)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48V 배터리가 불필요해 F80의 무게를 줄이고 전기 시스템 레이아웃을 단순화할 수 있었다.
페라리가 자체 개발하고 제작한 앞차축에는 2개의 전기 모터와 인버터, 통합 냉각 시스템이 포함됐다. 단일 부품에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고 새로운 기계식 레이아웃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비해 무게를 약 14kg 줄였다. 결과적으로 앞차축의 무게는 61.5kg에 불과하다.
앞차축의 설계 시 궁극적인 목표는 기계적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저점도 오일(Shell E6+)을 사용하고 오일 탱크를 차축에 직접 통합시킨 드라이이 섬프 액티브 윤활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기계적 동력 손실을 20%까지 줄였다.
F80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는 차량 에너지 축적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한다. 작은 크기에서도 많은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 가능하도록 전력 밀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배터리는 ▲F1에서 파생된 리튬 셀 화학 ▲모노코크 케이스에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적용한 구성 ▲유닛의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한 셀 투 팩(cell-to-pack, 특허받은 설계 및 조립 방법) 등 세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배터리 팩은 엔진룸의 하단에 위치해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추고, 차량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모든 전기 및 유압 회로 커넥터는 케이블과 호스 길이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팩에 내장됐다. 배터리 팩에는 204개의 셀이 직렬로 연결됐으며, 3개의 모듈로 균등하게 나눠졌다. 이를 통해 총 2.3kWh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최대 242kW 출력을 발휘한다.
페라리 F80에서 공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액티브 리어 윙, 리어 디퓨저, S-덕트 등의 솔루션을 결합, 시속 250km에서 1050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접지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은 공기역학 성능 강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전자식 앞차축을 채택해 성능이 한층 강화됐다.
우주 항공에서 영감받아 디자인…53억 원 가격에도 완판
페라리 F80은 우주 항공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휠 아치의 끝은 도어보다 돌출된 수직패널로 마감, F40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페라리 F80 / 출처=페라리
페라리 F80 / 출처=페라리
차체 하부에서 솟아오른 캐빈은 떠 있는 거품(Floating bubble) 같은 구조를 지녔다. 라페라리보다 50mm 더 낮게 설계된 페라리 F80의 캐빈은 차량 전체 볼륨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차량의 어깨 부분을 넓혀 운전석을 더욱 콤팩트하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다른 최신 페라리 모델들처럼 외관 상부는 차체 색상으로, 하부는 투명하게 코팅 처리된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페라리 F80 실내 / 출처=페라리
페라리 F80의 캐빈은 마치 F1 차량으로 감싸진 느낌을 준다. 1인승 레이스카 콕핏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이너, 엔지니어, 인체공학 전문가, 컬러 및 트림 전문가들이 독창적이고 새로운 솔루션을 완성했다.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콕핏은 운전자 중심 설계의 결과물이다. 전체적인 구조가 제어 장치 및 계기판 쪽으로 모이도록 디자인됐다. 제어 패널 역시 인체공학적으로 운전자를 향해 배치됐다.
페라리 F80에는 이 차량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새로운 스티어링 휠이 장착됐다. 이 스티어링 휠은 앞으로 출시될 페라리의 로드카에도 적용된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는 물리 버튼을 배치했다. 최근 몇 년간 페라리가 사용했던 풀 디지털 레이아웃 대신, 촉감으로 바로 식별해 사용이 용이한 버튼으로 대체한 것이다.
페라리 F80 실내 / 출처=페라리
좌석을 살펴보며느 조수석을 운전석보다 뒤로 밀어 넣어 인체공학적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실내 공간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이 솔루션으로 디자이너들은 캐빈의 크기와 차량 전방의 단면적을 줄였다.
F80은 페라리 역사상 가장 비싼 모델로 알려졌다. 차량 기본 가격이 360만 유로(약 53억 원)에 달한다. 옵션을 추가할 경우, 실제 판매가는 기본 가격을 훌쩍 상회한다. F80은 단 799대만 생산된다. 페라리는 F80 공개 직후 799대에 대한 구매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고 밝혔다. 기본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페라리는 차량 800대로 약 4조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페라리는 전동화 물결에 합류하며 브랜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를 생산할 e-빌딩을 마라넬로 본사에 마련한 것도 그 일환이다.
페라리 e-빌딩 / 출처=페라리
페라리는 e-빌딩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모두 제작하며, 소비자가 어떤 파워트레인을 요구하든지 수용 가능한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페라리는 2025년 첫 순수 전기차 출시와 함께 2026년까지 전체 생산 차량 수 대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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