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창업 생태계 허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BEF 액셀러레이팅, BEF 중소기업 ESG 바우처 지원, BEF ESG 소셜벤처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BEF(Busan ESG Fund, 부산경제활성화지원기금)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의 ESG 경영 확산 목적으로 공공기관 9곳(기술보증기금·부산도시공사·부산항만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이 조성한 기금으로 운영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BEF 프로그램이 지원한 유망 ESG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에서 22년 사이 불임과 난임 시술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국내 불임 환자는 23만 8000여 명이며, 난임 시술 환자는 14만 400여 명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최근 5년 간 남성 1인당 진료비는 15만 5000원인 반면, 여성 1인당 진료비는 151만 원에 달했고, 난임 시술 역시 남성 1인당 21만 원에서 여성 1인당 321만 원으로 크게 차이 났다. 이를 통해 국내 불임 및 난임 관련 시장 자체가 여성 중심임을 알 수 있고, 시장 역시 여성 쪽에 맞춰 성장하는 분위기다.
성인성 그리니쉬 대표 / 출처=IT동아
성인성 그리니쉬 대표는 누구나 사용할수 있으면서, 또 남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리니쉬는 임신 준비단계부터 난임 관련 치료를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윤활 보호제 ‘퍼티맥스’를 개발 중이며, 여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 불임 및 난임 시장의 방법과 다르게 정자의 생존율과 운동성을 개선해 임신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성인성 그리니쉬 대표를 만나 작년과 올해, 그리고 내년까지 그리니쉬가 가려는 길을 들어봤다.
“그리니쉬,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게 돕는 기업 꿈꾼다”
그리니쉬는 생명의 상징인 ‘그린’에 접미사인 ish를 붙여 지은 이름으로, 생명이 태어날 수 있게 돕다는 의미를 담는다. 성인성 대표는 건국대 응용생화학과를 졸업한 뒤, 가천대에서 약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재학 중에도 교내 연구소에서 산학협력으로 아토피 관련 기술이전을 진행한 바 있고, 2019년에서 22년 사이에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진’에 신약개발연구원으로 합류해 3년 간 대상포진 및 코로나 백신 등도 개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난임 관련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단순했다.
그는 여성 중심의 난임, 불임 시장에서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출처=IT동아
성인성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지인의 얘기를 듣게 됐고, 자연스레 관련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난임 치료 자체가 여성만을 타깃으로 하는데 의외로 난임의 사유는 남성이 40%, 여성이 40%, 사유 미상이 20%다. 그러다 보니 남성의 난임 치료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에서 통할 거라 생각했고, 정자의 생존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한 게 그리니쉬의 시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니쉬를 창업한 시기는 아이진에 재직 중인 2021년이다. 현재 그리니쉬는 정자와 임신 관련 연구를 통해 임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약품, 의료기기, 건강기능 식품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제품 자체는 난임 환자의 관심을 끌 구성이지만, 임신을 원하는 누구나를 위한 제품을 지향한 제품을 내놓는다.
“난임 시술, 인공수정이 중심인 상황··· 보조재 역할 있을 것”
보건의료빅데이터를 기준으로 2023년 난임 환자는 약 24만 명, 치료 금액은 4300억 원에 달한다. 치료에 동반되는 비급여, 입원 비용, 기타 비용 등을 수반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임신 준비 관련 시장을 모두 합친다면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성인성 대표는 그리니쉬가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성인성 대표는 “난임 시술의 핵심은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이고, 난소 나이 측정이나 호르몬 시술 등이 있다. 하지만 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요법 등은 없고, 해외도 마찬가지다”라면서, “그나마 기능 측면에서 미국의 프리시드젤 윤활제 정도가 있다. 프리시드젤은 중성 윤활제로 정자 및 생식세포에 무해한 정도의 기능인데, 우리 제품은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특성까지 있다. 이외에는 주목할만한 경쟁 제품이나 기업은 없는 상황”이라 정리했다.
그리니쉬는 산부인과 및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제품 연구 개발을 통해 경쟁사 제품보다 실질적인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생산한다 / 출처=IT동아
그리니쉬의 퍼티맥스는 프리시드젤보다 훨씬 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성인성 대표는 “임신 준비단계에서 쓸 수있는 건 물론, 부부 관계 시 사정된 정자의 기능을 촉진시켜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 지금 5종의 비임상 시험으로는 생존율, 운동성 개선 등의 효과를 확인했고, 내년 여름을 목표로 의료기기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리니쉬는 이미 작년부터 배합비를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출원 중이고, 현재 성분과 효과에 대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퍼티맥스 제품 설명 / 출처=그리니쉬
성인성 대표는 제품의 효과성 및 신뢰도 확보를 위해 경희의료원 이영주 산부인과 교수, 이정우 비뇨기과 교수와 함께 제품을 연구 중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산부인과 연합회(AOFOG)에서는 외부 pH 변화에 따른 정자 품질 변화: 질 내 pH 조정을 통한 난임 치료의 새로운 통찰’을 주제로 발표했고, 아시아 비뇨의학회(UAA) 학회에서도 외부 환경 조절을 통한 새로운 난임 치료 전략을 발표했다. 다만 정자 활동성과 관련된 공인 기준이 없는 만큼 변별력 있게 기능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는 임상이나 논문으로 데이터를 보강할 계획이라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 부산창경에서 소개 기회 제공해”
그리니쉬는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홍릉강소특구, 한국기술벤처재단, 경희대 캠퍼스타운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아낌없이 지원받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고,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부산시로부터 유망 스타트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성인성 대표는 “올해 10월에는 BEF 바운스를 통해 국내 투자사에 기업을 소개할 기회가 제공됐고, BEF ESG 소셜벤처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ESG 행사인 소캡(SOCAP)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받았다”라고 소개했다.
성인성 대표는 올해 여름,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ESG 행사 SOCAP에서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 출처=그리니쉬
이어서 “부산창경을 통해 엑셀러레이터 대상 IR 피칭, 피드백 등은 물론, 미국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는지, 비즈니스 매너나 소개 문구 같은 실용적 부분을 하나하나 소개받았다. 덕분에 짧은 방문이었지만 미국에서의 시장 상황과 우리 제품에 대한 경쟁력 등을 면밀하게 짚고올 수 있었다. 앞으로는 투자나 기업 홍보, 판로 개척 등에 대해서도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 말했다.
성인성 대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확보한 여러 판로를 바탕으로 올해 말 자사몰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 물론 의료기기 인증이 진행 중인 만큼 시범 판매에 가깝지만, 시장 수요와 피드백 수집에 신경 쓸 예정이라 한다. 또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과 임신 중인 여성을 위해 임상, 비임상 모두 기능성이 있는 재료를 원료로 한 프레미아 생 유산균도 함께 판매 예정이다.
“사업상 어려움, 함께할 동료들과 헤쳐나가는 중입니다”
어려운 부분도 없진 않다. 성인성 대표는 “인허가 문제가 가장 난관이다. 제품 자체가 기존에 있던 카테고리가 아니다 보니 이해관계자도 설득해야 하고, 규정도 따져봐야 한다.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다행히 전 직장 동료 두 명이 인허가 팀으로 합류해 개선 과정에 있다. 이중 팀장은 국제 공인규격에 준하는 실험 디자인과 보고서를 만들 정도의 실력자라 향후 특허나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말했다.
성인성 대표는 인허가 문제, 마케팅 등의 문제를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이 문제를 잘 극복해내리라 믿고 있다 / 출처=IT동아
또한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인 만큼 마케팅 부분에서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성인성 대표는 “기존에 없는 제품이어서 새로운 시도를 잘하는 창의적인 마케터가 필요하다. 난임이나 임신 등이 병원과 연결돼 이를 타개할 이미지도 쌓아야 한다.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물론 연구 동향 등도 콘텐츠로 엮을 수 있는 전문 마케터를 영입해 회사 브랜드를 재창출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성인성 대표는 ‘지원 받는 기업에서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올 한해는 인허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로드맵에 따라 이뤄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내년에는 의료기기 허가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는 지원만 받는 기업이었지만, 가치 창출을 토대로 수익도 내고, 사람도 채용하고, 투자를 통해 기업의 규모도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 출산율에도 기여하는 그런 기업이 됐으면 한다. 의료기기 인증을 넘어 사람을 위한 기업을 만들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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