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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rno(218.159) 2025.03.16 22:21:55
조회 64 추천 0 댓글 0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나머지 하루를 결정한다고 한다. 사실일까? 만약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불을 힘차게 걷어차고 전신의 반동을 이용해 침대에서 튀어오른다면 당신의 그날 하루는 정말 최고가 될 것이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서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추고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린다면 당신의 하루도 애벌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매일매일이 쌓여서 결국은 당신의 평생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침의 그 작은 선택이 도대체 어떻게 하루 전체를 좌우한단 말인가? 내 생각에 그것은 기세의 문제이다. 어쨌거나 감정이든 환경이든 욕구든 그것에 지배당하는 사람보다는 지배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만족스럽게 살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어날지 좀 더 잘지 고민할 때만큼 인간의 여러 층위에서 자신과의 싸움이 일어나는 순간도 드물다. 하루의 시작을 그런 중요한 전투에서 이기고 시작한다면 나머지 하루는 말 그대로 군대에서 흔히 하는 말처럼 이겨놓고 싸우는 것일 테다.

동시에 나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어나는 것이 아주 고급 수준의 자기 통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찌나 고급스러운지 다른 것들, 예를 들어 매일 30분씩 책 읽기나 택시 타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하기 같은 수준의 자기 관리는 하찮은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아마 밥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하기 정도는 되어야 눈 뜨자마자 일어나기 수준에 가까스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수 아래다.

물론 다른 모든 분야처럼, 이 분야에도 재능이란 것이 존재한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눈을 뜨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키는 것과 그 비슷한 자기 관리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친 사람들 말이다. 이른바 자기 관리 분야의 천재들.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유명한 데일 카네기인데, 그는 자기 관리 분야의 천재였고, 그 재능을 발휘해서 관련된 유명한 책들도 몇 권 썼으며 책의 내용은 시대를 초월하는 진국이라 지금도 전국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데일 카네기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로 일어나는 것은 장원영이 윙크로 팬을 웃음 짓게 만드는 것만큼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규격 외의 재능들을 보며 감탄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에게 랜덤으로 주어진 것이라 사실 본인의 위대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반면 그들이 손쉽게 하는 것을 나 같은 게으름뱅이는 잘 못한다. 실제로 그들의 타고난 근면함과 나의 타고난 게으름 사이에는 태평양만한 간극이 있어서 보잉 737기가 그곳에 여러 번 추락한 뒤 실종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함이라는 것은 이 간극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황제의 아들이 대를 이어 황제가 되는 것보다는 동네 불한당 놈팽이가 절치부심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는 것을 위대하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여기에도 예외적인 상황들은 있다. 하나는 다음날이 정말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상황일 때, 희한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정말 쉬워지는 경우이다. 그런 상황에서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은 자기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매일 아침이 설렘과 기대의 연속이라면 자기 통제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만약 당신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축하하고, 악수와 박수를 건네는 동시에 질투도 건네는 바이다. 잘 살아라.

다른 하나는, 아마도 이게 제일 흔한 경우라고 생각되는데, 다음 날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출근을 해야 해서 일어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도 위대함은 반감되거나 아예 사라진다. 왜냐면 그것은 몽둥이가 무서워서 일어나는 것이지 자기 통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라크 신병훈련소에서 교관들이 기상나팔 대신 소총을 천장에다 난사해대자 훈련병들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뛰쳐나오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눈물 빠지게 웃기긴 했으나 위대해보이진 않았다.

가장 위대한 것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이 세상은 행복해지기는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불행해지기는 쉽고 빠르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과 같다. 우울증에 빠졌을 때, 평소에도 힘들던 자기 통제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고 하루 종일 자리에 누워 잠만 잘 때도 있다. 그러한 사람이 잠에서 깨자마자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정말 위대할 것이다. 실연을 당하거나 투자로 전재산을 잃거나 기타 등등의 사유로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아침에 벌떡 일어났을 때, 그 순간 그의 앞에 놓인 문제들은 다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남은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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