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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선모바일에서 작성

문갤러(121.134) 2025.03.28 20:48:30
조회 61 추천 0 댓글 0


그 남자의 선은 굵고 수염은 오랫동안 깎지 않아 턱부터 볼까지 넓은 범위를 뒤덮고 있다. 그 남자는 오래 전부터 나와 함께 해왔고 나를 지켜 보면서 나를 알아오려고 노력했다. 그는 나의 수호자였지만,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자주 가던 손님이 없던 카페의 구석에서부터였다. 


나는 그 카페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특유의 무미건조한 분위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고야 말았다. 카페는 하얗고 가짜 물고기 빼고는 물의 흔적 하나가 없었다. 그리고 스피커는 너무 작았고 베이스가 약했다. 귀가 아파가면서 작업을 하기는 어려웠기에 매일같이 카페에 갔지만서도 앞에서 커피를 빨아먹는 정도 그 이상의 것을 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카페에 종종 외국인들이 드나들면서 사람들이 오고가는 흔적을 남기고 또 내가 주변 그 특유의 전자파들에 혼란을 겪기 시작하면서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선들이 겹치어 만나기 시작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나는 사람들의 생김새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에 영혼이 것들이 않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꽃들은 똑같이 피어났고 종들은 미약했고 창조성은 결여되었다. 같은 것들이 일어났고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길을 오고갔다.


그리고 다시 간 카페는 두번이나 다른 종류의 가게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길을 비둘기들이 메우고 있었다. 비둘기가 하나 없어 매번 그 강한 전자파에 나를 깨워주지 않았다고 느꼈던 이상한 그 골목의 풍경은 비둘기들이 합심하며 날아가며 먹이를 찾는 그 모습 그대로 하늘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장발장의 앞부분을 유럽인의 문체로 베껴쓰면서 나에게 흔적을 알렸고 우리들은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는 좁은 골목길의 좁은 계단을 가진 원룸으로 자신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모습을 항상 바꾸고 항상 나를 혼란시키는 말을 하는 그에 대해서 서술하기를 자신하지는 못한다. 그는 나의 수호자였는데 오로지 대림 기간에만 수호자였다. 언제나 나를 구렁텅이로 넣어놓고 나에게 인내와 마음쓰기를 요구했다. 나는 그래서 이번 대림 기간은 자신있게 나의 권면에 대해서 빌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십자가 중에서도 나를 향해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느낌이 없이는 견디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작년에 이어 오늘 아름다운 데이지를 보게 된 나에게 그렇게 뭔가가 바뀌어 간 크리스마스는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구름 탄 남자는 그렇게 구름을 타게 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도 묻지 않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신부님처럼, 그렇게 구름 탄 남자는 하늘 위를 거닐고 있을 것이다. 눈 앞에는 트리와 목도리가 걸린 캐릭터 사진이 있고, 그들은 웃고 있다. 웃고 있으면서 미래를 기약한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다르다. 나는 독에 든 쥐가 되었어야 했고 버티어 냈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모든 것들이 힘겹지만, 섭리는 조금씩 무언가를 이겨내 가고 있다. 그것이, 미약한 신이 보내는 승리의 메시지 중 하나인 것이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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