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제가 고딩 때 쓴 소설 unend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9 16:41:03
조회 38 추천 0 댓글 0

구름인간은 말했다.
 이제야 알았어, 선(善)과 악(惡)이 무엇인지를. 
로봇인간은 구름인간을 바라보았다.
 아니미즘과 니힐리즘이 곧 선악이었어. 
구름인간은 벌떡 일어서며 두서없이 말을 꺼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니? 
구름인간은 벌떡 일어선 다음 로봇인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비스듬히 서있었는데 그의 어깨 위로 여명의 햇살이 비춰지며 그를 감싸안았다.
 나에게로 공뢰(空雷)가 쏟아지는 날이야. 나는 공뢰, 음화, 비풍 중 공뢰를 가장 좋아하지. 초인간 시절에도 쉽게 피하던 약한 것일 뿐더러, 무한인간이 된 다음부터는 공뢰를 아예 흡수해 버리곤 했었지.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로봇인간은 그런 그를 말없이 응시하고만 있었다.
 공뢰가 나타나면 나는 유쾌해지곤 했어. 그것은 나에게는 샤워같은 것이었으니까. 이제 그것을 통해 죽으려하는거야. 
로봇인간이 입술을 열었다. 담담한 어조로 그는 물어보았다.
 어째서. 
 너는 정말 우리가 진정한 신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는 전지전능에 끝없이 가까워져 있어. 전애(全愛)에도 거의 도달해있는지도 몰라. 그렇다고 우리가 진정한 신선일까. 
 그럼 뭐라고 생각해. 
 선(仙)이라는 글자는 자연에 귀의한 사람이란 뜻이야. 
 그런 상투적인 말을 하려고 이렇게 무게를 잡은거야? 
 우리가 신선의 길을 따라간 이유가 뭐지. 영생불사하기 위해 대력대혜(大力大慧)를 가지기 위해. 그런 이기적인 이유말고 또 뭐가 있지? 우리는 그 둘을 모두 이루었어. 그런데 얻은 것은 무엇일까. 허무일까. 
 아까 니가 한 말대로라면 허무는 악이니까. 우리는 완벽한 악을 이룬 것이겠지. 
로봇인간은 농담처럼 말했으나 구름인간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얻은 것은 허무였어. 시시함이었고.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 나의 아들을 죽인 파킹나스족의 몸에 칼을 들이댈 때에도 그랬어. 
 그게 아니다 이거로군. 
 아니미즘과 니힐리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한쪽은 영혼의 존재를 믿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안 믿는 거잖아. 
 정곡을 찔렀어. 하지만 겨우 그 차이일까. 우리 우주에서는 영혼이 있음이 진리이지만 영혼은 없으나 자신을 자각한 정신이 있는 다른 우주를 상상해 봐. 그런 세계에서도 아니미즘과 니힐리즘은 있을 수 있어. 
 그렇겠지. 그럴 경우 선악은 어떻게 따지느냐 이거야? 
 아니미즘은 삶을 존중하는 것이고 니힐리즘은 삶을 경멸하는 거야. 삶은 곧 세상이고 진리이지.
우리는 은혜 속에서 태어나 은혜 속에서 죽는다는 것은 아니미즘의 말이야. 우리의 삶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것은 니힐리즘의 말이지. 사실 둘 다 같은 말인데 말이지.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지. 초시공의 신(神)들의 목표가 이 우주 모든 영혼을 자신들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 신들은 어떻게 할거냐고 하더군. 그리곤 자문자답하더라고. 
 뭐라고? 
 모든 영혼을 해체시켜 버릴거라고 말야. 그때 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 
 이제 대답할 수 있니? 
 그래. 
 정말? 
 그때엔 그냥 사는거야. 이게 바로 아니미즘과 니힐리즘의 차이. 선악의 진정한 차이일 거야. 
잠시 후 구름인간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시나브로 빛을 내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로봇인간이 말했다.
 장난치지 마. 
구름인간은 말이 없었다. 그의 탄지공이 바위에 글씨를 세기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로봇인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숨결인연은 물었다.
 붙잡지 못 했나요. 
로봇인간이 대답한다.
 불가능했어요. 명색이 무한인간이라는 내가. 
 그 비석은 어디에 있나요? 
 따라오세요. 
빛이 지구를 0.5바퀴 돌 동안 그들은 화정에서 수천해 광년이나 떨어진 그곳에 이미 와있었다.
 앞으로 모든 사람이 보게 되겠지만, 당신이 구름인간의 아내이기에 먼저 보여주는 거랍니다. 
숨결인연은 그 비석을 만져 보았다. 껴안았다.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로봇인간이 묻자 숨결인연은 말했다.
 똑같이 해야겠지요. 

내가 우리 우주 최초의 진선(眞仙)이라고 그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 이전에도 이런 깨달음을 얻은 자가 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의 대력대혜에 이르지는 못 했다고 합니다.
이로서 나는 여러분들의 곁을 떠납니다. 그러나 영원히 못 본다고 여기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나의 육신은 쿼크와 진공으로 분해되고 기, 염, 광염, 마력은 흩어지고 말았지만 그것은 나의 몸이 우주를 휘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은 무심코 나를 마시고 나를 먹고 마실 것이며 나를 버릴 것입니다.
나의 영혼은 윤회의 길목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 구름인간의 자작 비문에서 -

코스모네트에는 구름인간때문에 막대한 메시지가 띄워졌다.

-논리적인 결함이 그 비문에는 있어요.-
-뭐지, 그게. 금슬셈아 헛소리라면 집어쳐라.-
-선이 진정 아니미즘이고 초시공의 그들이 절대선이라면 구름인간이 진선이 되었다고 끌고 갈 이유가 있을까요?-
-음모라는 거니? 넌 왜 모든 것을 의심부터 하는지 모르겠구나.-
-로봇인간님. 삶을 존중한다면 초시공에서의 삶 아니라 시궁창에서의 삶이라도 존중해야 해요.-
-그렇구나. 하지만 무한인간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초시공의 그들말고 또 누가 있겠니.-
-그것은 인정하겠어요. 가능성은 두 가지에요. 초시공의 그들이 실은 악한 자들이거나.-
-그들을 모욕하지 마라. 또 하나는 뭐지.-
-숨결인연과 구름인간은 서로의 일에 쫓겨 사실상 별거상태였을 것이 확실해요. 그것을 못 견딘 구름인간이 연극을 벌였겠죠.-
-무한인간의 속도, 시간 조절 능력, 자제력같은 것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수백조분의 1초 사이에 운우지락을 원없이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소유했어. 너는 어떻게 된 애가 날 보고도 모르니?-
-그 말이 맞군요.-
-역시 내 논리는 철옹성같다니까.-
-그게 아니라, 저거때문에.-
코스모네트에 다음 글이 올라가 있었다. 그 아래글은 로봇인간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구름인간이 돌아왔다. 

                                              <大尾>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술 마시면 실수가 많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4/14 - -
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51349 59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101] 운영자 08.01.17 26016 22
301301 피아노 문갤러(211.168) 01:16 21 0
301300 그냥 써봤는데 어떨까요.. 제목은 광원입니다..!! 문갤러(222.102) 00:51 35 0
301299 누나. [3] 이해하지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4 33 0
301298 대기업들 대한민국과 헤어질 결심... ACADEMIA(119.196) 04.19 27 0
301297 하나 더 ㅇㅇ(218.148) 04.19 32 0
301296 시 쓰는 날 ㅇㅇ(218.148) 04.19 32 0
301295 괴우주야사 외전 : 두 옥황상제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2 0
301292 금연구역 [2] 凡人(211.235) 04.19 52 0
301291 하나 더 [2] ㅇㅇ(218.148) 04.19 45 0
301290 비가 와서 [1] ㅇㅇ(218.148) 04.19 46 0
301289 괴우주야사 외전 : 수녀원장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1 0
301288 괴우주야사 외전 : 맛사게타이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9 0
제가 고딩 때 쓴 소설 unend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38 0
301286 잡아진거냐 안잡아 진거냐?! [17]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85 0
301285 오후커피 [3]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51 0
301284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일동은 대 공 군 862기를 지지합니다 [1] 문갤러(222.109) 04.19 83 2
301283 문학갤 일동은 여성학과 폐지를 반대합니다! [3] ㅇㅇ(39.7) 04.19 55 1
301282 재능 좆되는 이태백이 1,300년전 26살에 쓴 시 [22]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32 1
301281 (106.252) 가 쓴 시를 보고 <시 1,575> AI평가 [2]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55 0
301280 뽕두 아직도 모르냐? 걍 장애인임 무시 ㄱㄱ [1] ㅇㅇ(211.246) 04.19 58 0
301279 늑대와춤을 과의 시배틀(뽕두가 시킴)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62 0
301278 이 대사랑 비슷한 풍의 전쟁 문학 그 외 문학 추천 바랍니다 [1] 문갤러(211.185) 04.19 38 0
301277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64 0
301276 근현대 단편소설 하나만 찾아주세요.. 미친개(118.235) 04.19 42 0
301275 시 평가 부탁드립니다 [3] 문갤러(125.182) 04.19 70 0
301272 처음 쓴 소설 평가좀 문갤러(39.119) 04.18 54 1
301271 [5] 문갤러(106.252) 04.18 101 3
301270 롤리타가 명작인 이유는 [2] 헤이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71 0
301269 시평가좀 [1] 문갤러(211.169) 04.18 51 0
301268 제미나이한테 시 보여주고 내 언어지능 몇이냐고 물어봄 ㅋㅋ [1] ㅇㅇ(223.38) 04.18 65 0
301267 <늑대와 춤을 최근 시 10편> (연구 대상) [9]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80 0
301265 섹스를 존나게 하고 싶구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58 0
301264 일심 [3] ㄱ..(223.38) 04.18 54 0
301263 런던이가 왜 시 못쓰는줄 아냐? [6]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08 1
301261 잘만든 작품이란 무엇인가 헤이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38 0
301259 시집들 추천 [1]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72 0
301258 물색 ㅇㅇ(211.234) 04.18 31 0
301257 이정도면 ...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50 0
301256 오후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46 1
301252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94 0
301251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 뇌절금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43 0
301250 괴우주야사 외전 : 서문화 운수천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29 0
301249 괴우주야사 외전 : 의지에 찬 한 인간이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26 0
301247 퇴계의 경敬 율곡의 성誠 [2] 凡人(218.52) 04.18 137 0
301246 블루 드래곤 ㅇㅇ(211.168) 04.18 43 0
301245 눈의 축복 ㅇㅇ(211.168) 04.18 59 0
301244 어려운 말 금지 ㅇㅇ(211.168) 04.18 55 0
301243 그대를 만나고 ㅇㅇ(211.168) 04.18 48 0
뉴스 23억 사기당해 15평 거주…김상혁에 역술가 “총체적 난국” (’살림남’) 디시트렌드 04.1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