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결국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수십번을 뒤척이다 어둠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잠을 포기했다. 새벽 5시. 샤워를 하기로 한다. 따뜻한 물이 긴장한 내 근육을 이완시켜준다. 샤워를 마치고 정장 한 벌과 구두를 꺼내놓는다. 침대에 걸쳐앉아 멍하니 정장을 바라보다가 일어나 서 머리를 대충 말리며 컴퓨터를 켰다. 다시 한번 로또 용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농협 본점의 위치를 확인한다. 5층이라 했던가. 생각만해도 긴장된다. 수능 보는 날 아침이라든지, 입대하는 날 아침과 같이 긴장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느끼는 이 긴장감 뒤에는 평생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일까. 티비를 틀어 아침 뉴스를 본다. 출근길로 붐비는 rush-hour를 피해 10시 쯤 지하철을 타기로 다시 한번 계획을 수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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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차려주신 토스트를 간단히 먹고, 구두를 신었다. 현관문을 나서면서 어머니께 인사를 한다. 어머니는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주신다. 왜 정장입었냐고 물어보셨을 때, 학교에서 발표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꼭 잘하고 와서 효도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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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에서 6호선을 타고 삼각지로 간 뒤 삼각지에서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매일 등굣길이라 삼각지까지는 무난했다. 10시 쯤이면 지하철에 자리도 많기 때문에 앉아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지갑은 정장 안 주머니에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내린 뒤, 걸어서 농협본점까지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5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결전의 장소에 도달하니 긴장감은 배가 된다. 중학교 때, 돈을 모아 학원을 땡땡이 치고 피시방에 도달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리니지에 중독되어 성적이 곤두박질 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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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향하는데 청원경찰로 보이는 이가 웃으며 다가온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친절한 질문에 대답이 막힌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다. 그 순간 꽤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나서 찾아낸 대답이 화장실을 찾고 있다는 황당스러운 말이 내 입에서 나온다. 식은땀이 흐른다. 혹시 눈치 챈걸까. 청원경찰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가르키는데, 화장실은 바로 옆에 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찾을 수 있게 표시되어 있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좌변기에 앉아 문을 닫았다. 후회가 된다. 그냥 대출 문의하러 왔다고 대답할 걸. 왜 쓸데없이 이런 멍청한 대답을 한 걸까.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들겼다. 머리털이 쭈뼛 선다. 다시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한다. 떨리는 손으로 나도 문을 두들겼다. 문 밖에선 몇 몇 사람이 오줌을 누고 있고, 손을 씻는 것 같았다. 1분이 지났을까 밖은 조용하다. 대변기에서 일어나는데, 문 바로 앞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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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요즘 제가 살기 어렵습니다.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지금 여기 서 있습니다. 부탁드리는 건데 제발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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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그런데 빨리 대답해야한다. 우물쭈물거리면 내가 로또 1등 당첨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4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