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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때 이야기앱에서 작성

말넘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5.31 12: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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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무 것도 잘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돈만 벌어왔던 나에게 너무 세상은 어려웠다. 그 흔한 은행 업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그 흔한 컴퓨터 하나 다루질 못했다.
20살의 겨울.
돈을 많이 벌 수 있단 얘기에 무작정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거기서 나랑 동갑인 그 아이를 만났고, 워낙 숫기가 없고 지금보다 더 여자를 어려워했던 나여서 말을 먼저 붙인 적도 없다.
담배를 태우러 클락션 소리가 어김없이 들리는 옥상에 올라가면, 그 아이는 내가 말도 걸어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정작 본인은 담배 냄새조차 싫어하면서 항상 나를 따라왔다.
비록 일로서 만난 동기였지만, 작고, 보조개가 이뻤던 그 아이가 나와는 다르게 참 말갛게 보였다.
쉬는 시간 항상 읽고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과, 어쩌다 책이나 영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영화와 책에 대해 그렇게 신나게 얘기했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것을 아는 지, 그 아이는 항상 바나나우유 하나에 포스티잇에 작은 글귀라도 적어 내게 줬다.
조금씩, 연락도 주고받은 그 아이는 항상 같이 걸을 땐 내 소매를 잡았었다.
마냥 환하고, 작은 걸음을 걷던 그 아이 때문에 나도 웃었고, 나도 천천히 걸었었다.
그리고.
동기 누나가 나를 성추행하고, 그리 그 회사를 나오게 되자 그 아이도 나를 따라나왔다.
모르겠다.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실 그 아이가 하는 일은 내겐 온통 이해 되지 않지만 순수한 행동 같았다.
그 후 나는 그 아이와 연락도 줄이고, 만나자는 연락도, 밥을 먹자는 얘기도 피했다.
사실 내 삶이 퍽이나 퍽퍽했기 때문이었고, 사실, 나도 모르게 조금 사랑했던 것 같다. 밥 하나 맛있는 걸 사줄 수도, 만나서 어딜가든 이 아이에게 실망을 줄까 겁이 많이 났다.
그 아이는 내 바이올린 연주를 또 듣고 싶다고, 내 기타 소리가 참 좋다고 그렇게 연락 했었고.
손에 쥔 26000원으로 큰 맘 먹고 그 아이를 만났다.
혹여나 밥을 먹더라도 어떤 변명이라도 그 아이만이라도 먹이려고.
만나는 날에는 비가 내렸다.
그 아이는 나의 가난을 알았던 걸까, 아니면 '가난'이라는 부정한 단어가 아니라 그냥 배려를 했던 걸까.
우리는 비가 내려 습기가 가득한 날 함께 교보문고에 갔다.
처음이었다. 그런 책 냄새와 교보문고내에 있던 카페의 커피 향기.
그리고 내 옆에는 내 소매를 작은 손으로 꼬옥 잡고 있는 아이까지.
그 날 그 아이의 여러가지 습관을 보았다.
부끄러우면 냅킨으로 쪽지를 접는 습관과, 정적이오면 빨대를 깨무는 버릇까지.
그리고 우린 영활 봤다. 그 아이는 자기가 예매 했으니 팝콘은 네가 사라고, 그리도 장난스레 말했다.
늑대소년이라는 영활 보았고, 뭐가 그리도 감성적인 지 내 옆에서 참 많이 울었다.
그 아이는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게 고백했다.
나는 사과했고, 거절했다.
그 아이는 더 많이 울었고, 오히려 내게 사과했다.
고시텔에 살던 내게, 그래도 꾸준히 찾아와 자신이 만든 반찬과 목도리도 주곤했다.
춥다고, 사람마저 냉정해지면 안된다고, 그렇게 말 했다.
그리고 12월15일 그 아이에 생일 하루 전 그 아이는 다시 내게 고백했고.
우린 연애를 시작했다.
사실 모든 게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첫눈은 같이 보자고 말했고, 결국 함께 첫눈을 보지 못해 속상하다고 울먹거리는 그 아이에게
나는 "같이 본 게 아니니까 이건 눈이 아닌거야."라고 말했고.
그 말에 참 많이 웃는 모습에 내가 얘 덕분에 행복하구나를 느꼈다.
많은 걸 배웠다. 맞춤법 띄어쓰기 음식 글 문학 그림 그리고 웃는 표정까지도.
그 아이의 방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작은 나무 이젤과 불을 끄면 잠을 자지 못해 켜놓은 스탠드 조명, 낮은 베게와 그 아이 심장소리까지도.
그래도 유효하지 않은 건 없다.
영원이라는 말을 습관보다 자주 말하던 우리도 결국 영원은 없었다.
소효되고, 안온함이 불안이 되고, 어느새 자주 질투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이젠 어엿하게 작가가 된 그 아이의 글을 자주 본다.
그래도 고맙다. 그 아이의 책 말미에 내가 항상 편지의 끝을 마무리하던 글을 인용해뒀기 때문이다.
"편지는 너를 사랑하는 내가, 항상 사랑받는 네게 주는 거야."
간혹 그 아이도, 나를 생각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비록 나이를 먹고, 이젠 순수함 보단 현실이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듣던 정준일의 노래나, 교향곡들, 윤종신의 노래가 우연히 들릴 땐
우리가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도 그렇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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