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맞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재벌남주와 서민여주의 사랑이야기라는 것에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보통의 로코가 사랑과 성장을 같이 하는 것에 비해 서민여주인공인 신하리는 집안이 재벌이 아니라는 것과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장이라는 점 말고는 캐릭터 측면에선 놀랍도록 완성형에 가깝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강태무와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지도 않지요. 신하리가 핍박받는 것을 경험하는 건 굳세어라 금희야에서만입니다

자신이 겪은 일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진영서는 하리의 손을 다급하게 움켜잡습니다

살면서 밥 먹듯이 맞선을 보러 다닌 진영서는 맞선을 거절하기 위해 자신의 절친인 하리를 대타로 내보내는 재벌가의 사람입니다. 하리가 재벌에 대해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면 혼자 사는 여자가 겪는 각종 취약한 범죄에 대해 진영서는 겪어본 바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취약한 범죄를 겪을 일이 없습니다

하리와 같이 밥을 먹고 하리 가족과도 허물없이 지내지만 서민 여자가 겪을 수 있는 모든 범죄에서 영서는 자유롭습니다. 그녀는 재벌이거든요

우연히 난 접촉사고로 진영서는 강태무와 자리를 함께 합니다. 명품 얘기를 주고받는 진영서와 강태무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도 사는 세계가 같기에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재벌입니다

영서가 혼자 나와 살면서 겪은 일들은 기존의 로코드라마에선 하리가 겪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리는 위에 서술했듯 캐릭터 측면에선 성장을 끝마친 완성형의 여주에 가깝습니다. 하리는 서민 여주인공이지만 사랑과 성장에서 성장이 빠진 여주인공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신하리의 매력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부모님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라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음에도 자존감이 만렙을 찍은 보기 드문 재벌스타일 여주인공입니다.

돈만 없지 마음적으로 보면 신하리가 재벌입니다

드라마는 여주인공 신하리를 망가뜨릴 수 없으니 또 다른 재벌 여주인공인 진영서를 서민으로 내려앉힙니다. 서민 친구가 있지만 재벌로 태어나 재벌로 살아온 진영서는 월급만으로 생활한다는 게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진영서가 독립한 후 겪는 모든 일들은 성장통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성장통을 묵묵히 들어주며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신하리입니다

드라마는 신하리의 부족한 성장 부분을 진영서에게 넘김으로써 시청자들도 신하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성장형이 아닌 완성형 서민 여주인공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역클리셰로 증명합니다

내가 지금 재벌딸 푸념 들어주게 생겼니!!

신하리가 아니면 누가 재벌딸 푸념을 들어주겠습니까. 본방에서 제대로 빵 터졌던 대사입니다

하리는 영서가 잡은 다급한 손을 바로 잡아서 자신의 손으로 덮음과 동시에 영서 곁에 찰싹 붙어앉습니다. 본인도 놀랐음에도 영서를 안심시키기 위해 엄지로 쓰다듬기까지 합니다(움짤을 찌고 싶으나 움짤 찔 능력은 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네요)

저렇게 있으면 어깨가 붙어있게 돼서 불편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저런 상태로 오래는 못 붙어앉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대신 친구의 불안감을 다스리는데 집중합니다.

짧은 장면이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신하리와 진영서의 세월을 엿본 느낌입니다. 실제 두 배우분이 친한 것도 한몫 하겠지요

정말 좋은 드라마인 건 분명하지만 몰카범 에피는 옥에 티라고 생각돼서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성장형 주인공은 영서가 가져갔더군요

태무와 하리의 얘기에만 리뷰가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 다른 것도 써보려고 했는데 역시 안되네요

당분간은 리뷰 없습니다(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