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리는 완성형에 가까운 성장형 여주인공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보통의 로코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사랑을 하면서 소녀에서 성인으로 성장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사랑은 성장코드로 등장하고,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이룸과 동시에 드라마는 끝납니다.

사내맞선도 사랑을 성장코드로 사용한 건 맞지만 소녀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성장코드가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인정하는 성장코드로 사용합니다. 인정하지 못한 내면의 자아를 인정하는 것은 성장을 말하고 성장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지요. 신하리는 소녀를 삭제당해서 성장하기에 앞서 내면의 자아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한 여주인공입니다

사랑이 성장코드임과 동시에 치유코드가 되는 셈이지요

성장은 고통을 담보로 합니다. 소년이 성장하고 싶다고 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강태무가 소년으로 있을 수 있었던 건 고통을 넘어서서 얻고 싶은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강태무로 하여금 고통을 넘어서서 갖고 싶은 무언가를 소망하게 만들기 위해 신금희를 데려다놓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담보로 하는 사랑은 소년이 성장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사랑만큼 사람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건 없으니까요

드라마는 소년 강태무의 성장을 전면에 배치시킵니다

그래야 성장이 삭제당한 소녀 신하리를 모를 수 있거든요

그러나 성장을 거부당한 신하리는 뭘로 성장을 시켜야 할까요

사랑이 성장을 촉진시키는 건 맞지만 굳세어라 금희야 같은 막장드라마의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날 리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신하리에게 사랑은 한 때의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겁니다

불같이 뜨겁고 아파도 그 시기만 잘 견디면 그 또한 지나가겠지요

드라마 안의 드라마인 굳세어라 금희야는 하리를 설득시키기 위해 탄생합니다

신하리의 나이는 27살. 보통의 20대라면 현실을 알만큼 겪었어도 사랑 앞에 충분히 흔들리고도 남을 나이입니다. 사랑이란 미지의 경험 분야라서 겪어보지 않고는 안다고 자부할 수 없거든요

드라마는 어릴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신하리에게서 그것마저도 빼앗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에게 현실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은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영서가 대타맞선을 제의하자 처음엔 안된다고 했다가 알바비 받고 뛰어든 것처럼

실체없는 감정에 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쪽은 말을 뱉은 건 강태무이지만 실행에 옮긴 쪽은 신하리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신하리에게 사랑은 사치에 가깝거든요. 자신을 향한 강태무의 감정을 눈치챌 수 있는 구간은 정말 많았지만 신하리에게는 그 구간조차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신하리에게 허락된 것은 어른이 된 시간이었으니까요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할 때 가장 슬퍼합니다

신하리 안의 성장을 거부당한 소녀는 태무와 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하리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니까요. 영서조차도 소녀에서 성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성장을 거부당한 소녀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는 사람 곁입니다

아이→소년→어른의 중간 성장과정에서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소년 태무만이 자신과 눈높이가 맞다고 느낀 것이지요

소녀가 사랑을 하면서 성인이 된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쪽은 영서성훈입니다

영서는 성훈에게 못볼 꼴을 보인 것을 되게 민망해했죠. 소녀감성입니다

소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방귀도 못 뀌거든요. 

당연한 생리현상이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소녀라면 더더욱

드물게 여주인공의 키스 엔딩으로 낸 7회, 8회

7회와 8회 엔딩 모두 신하리의 키스여야만 하는 이유

이제 막 사랑에 눈뜬 소녀 신하리의 서툴지만 적극적인 키스

성인 신하리라면 몇 번이 됐든 거절할 강태무의 고백. 꿈에서라도 하지 않을 키스

5회 취중고백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소녀

소녀는 강태무에 대한 호감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신의 소녀성을 깨워준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화속의 왕자님처럼 너만 본다 말해주는 강태무 라는 소년이 나타나자 소녀 신하리가 성인 신하리를 제치고 튀어나와 키스를 합니다

소녀의 키스는 서툴 수 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없거든요

성인 신하리가 아닌 소녀 신하리가 하는 키스. 능숙해서도 안 되고 그걸 받는 강태무조차 진하게 하면 안 되는. 그들은 이제 사랑을 시작한 소년과 소녀이니까요

드라마는 철저히 신하리의 소녀성을 감춥니다. 그녀 안에 있는 소녀성은 아직 그녀도 몰라야 하거든요. 시청자도 눈치채지 못한 그녀 안의 소녀를 시청자에게 오픈하는 건 시기상조이지요

보통의 드라마 키스신과는 결이 다른, 신하리가 주도했고 예쁘지 않았던 키스신

7회 엔딩의 키스는 그래서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시청자가 원하는 바에 맞출 수 있는 키스신이 아니거든요

성장을 거부당한 소녀가 자신도 모르게 하는 키스인데 그림이 예쁘게 나올 수가 없지요

사라졌던 소녀는 7회에서 갑자기 등장해서 신하리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신하리는 수습한다는 게 이 키스 무효라며, 실수라고 말하지요

그래요, 네가 하긴 했지만 네가 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신하리였다면 안 했을 테니까요

드라마는 8회부터 결을 달리 하지요

그 동안의 완성형에 가까웠던 신하리는 어디 가고 갑자기 소녀가 등장합니다. 다른 의미의 소녀요

보통의 로코에서 소녀는 사랑을 하면서 성장을 하고 어른이 되지만 신하리는 자신 안의 소녀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자신 안에도 그렇게 감정에 이끌리는 자아가 있다는 걸 인정 못 하지요. 그래서 강태무는 키스 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신하리는 키.. 까지 말을 하다가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감정에 이끌려서 키스는 했지만 신하리도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내가? 왜?

1회에서 룸 잡을래요? 라고 말하며 수위 발언을 한 하리

8회에서 감정에 이끌려 키스한 후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아무 말이나 내뱉는 하리

이 드라마 수위가 강할 수 있는 장면들은 무겁지 않게 코믹으로 돌립니다

소녀인 적 없었던 신하리는 다른 로코의 여주인공처럼 키스 한번에 설레고 고민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왜 그랬지? 라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지요

그냥 보기엔 쟤 왜 저래? 라는 말이 나오는 행동들에서 그 모습이 코믹으로 보이지요(제작진 고수에요. 어떻게 이걸 코믹으로 뺄 생각을 했을까. 듣기만 해도 완전 무거운데 그 무거움을 과감하게 코믹으로 돌립니다)

신하리를 소녀라고 놓고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들이지만 소녀인 적 없었던 신하리는 자신이 이러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가거든요

미친 거야?

이전까지의 신하리였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들이거든요

소녀 신하리는 이제 강태무 앞에서도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소녀를 끌어내고 소녀를 인정해준 강태무는 신하리가 무효라며 끊어냈거든요

존재를 거부당한 소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존재를 거부당한 소녀는 또 다시 누군가 자신을 찾아줄 때까지 자신의 방으로 숨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소녀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년이었던 강태무조차 성장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버스정류장은 언제나 명장면이지만 8회의 버스정류장은 정말 명장면입니다

강태무가 깨운 신하리의 거부당한 소녀성은 강태무가 아니고선 성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리는 늘 그러했듯이 강태무를 놓치려고 하지만 그녀 안의 소녀성은 강태무를 놓치면 영영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7, 8회 내내 소녀를 거부했던 하리는 강태무를 잡아야겠다 마음 먹고 키스를 합니다

강태무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는 장면이지만 그녀 안에 있는 소녀성도 인정하는 장면으로 보였습니다

아마 신하리 캐릭에 완벽하게 몰입을 했다면 배우가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했을 거라고 보여집니다

존재를 거부당한 아이가 존재를 인정받는 순간은 눈물이 나오거든요

7회는 서툰 소녀의 사랑고백 이라면

8회는 내면의 소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8회 연속 여주인공의 키스로 끝낼 수 밖에 없습니다

소녀가 성장을 시작했으니 9회부턴 소년의 트라우마 치유가 시작되어야 하거든요

9회에서 무지개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소년과 소녀가 사랑을 함으로써 성장을 시작하고, 성장에 반드시 따라오는 성장통을 위해 7~8회는 코믹으로 전력질주를 합니다. 앞에 다가올 얘기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도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소녀성을 삭제당한 여주인공이라니. 소녀적인 면은 보여주면서 완전 소녀만은 아닌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 듣기만 해도 엄청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거든요

나는 이제 정말로 달리러 가 보렵니다

달리기 전에 쓰는 리뷰라 처음으로 캡쳐본이 없는 리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