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이른바 '지인할인' 명목으로 의료비를 할인받았으면 할인받은 금액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삼성화재가 최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2005년 10월 삼성화재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시 피보험자 부담으로 입원실료·입원제비용·수술비 전액 등을 보상한다'는 보험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 등 전액을 보상한다'는 특별약관이 포함됐다.
최씨는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의 한 한방병원에서 11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지인할인으로 할인받은 1천895만원의 지급은 거부했다. 지인할인금은 실제 지출 금액이 아니기에 특약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삼성화재는 지불 책임이 없다는 소송을 냈고, 재판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수술비 등 전액을 보상한다'는 특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가 됐다.
1심은 "특약 보험금은 할인 전 의료비가 아닌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며 지인할인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최씨 손을 들어줬다.
2심은 특약의 '피보험자가 부담하는'이란 표현이 '원래 부담해야 하는 금액'인지 '실제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인지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지인 할인을 받기 전 원래 부담해야 하는 금액'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심이 보험약관 법리를 오해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약관 조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피보험자가 의료기관과의 구체적 계약에 따라 실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용을 담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과 같이 해석할 경우 실손보험을 통해 지급한 치료비를 보전받는 것 외에 할인받은 추가 이익을 얻게 돼 실손을 보장하는 보험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항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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