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이 거래가 드문 고가의 부동산에 상속세를 매기기 위해 외부 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5월 아버지의 사망에 따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건물과 땅 등 부동산을 상속받았다.
그는 같은 해 11월 이 부동산의 가액이 141억원이라며, 다른 상속 재산까지 모두 합쳐 총 97억8천여만원의 상속세를 세무당국에 신고·납부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상속세 조사에서 2022년 4월 A씨 아버지의 사망 시점을 산정기준일로 해 2개 감정기관에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그러자 A씨도 또 다른 2개 감정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결국 서울지방국세청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 4개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 평균 332억원을 상속세의 기준이 되는 시가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성동세무서는 이를 토대로 A씨에게 상속세 96억5천700여만원(가산세 포함)을 더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추가 세금 부과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과세 관청은 상속재산에 대해 기존 감정가액이 없으면 감정평가를 의뢰할 권한이 없다"며 "자의적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를 한 뒤 처분한 것으로 조세평등주의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속세를 신고받은 과세 관청은 정당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조사·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부과 과세 방식의 조세에서 과세관청의 정당한 권한"이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공시가격과 시가가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보이는 일부 고가의 상속·증여 부동산을 대상으로 과세 관청이 감정을 실시해 시가를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조세평등주의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사건 부동산과 같이 고가의 건물과 토지는 거래가 빈번하지 않고 유사 물건을 찾기도 어려워 유사매매사례가액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A씨는 "과세관청이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데도 평가를 의뢰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사후적·임의적 평가를 할 수 있게 돼 자의적인 재량권을 가지게 되지만, 납세의무자는 그 평가 전에는 과세액 범위를 예측할 수 없게 되므로 위헌·무효"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납세의무자가 과세액의 범위를 예측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세관청이 감정 의뢰를 할 수 있음이 분명해 보이며 나아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자의적 감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보이지 않는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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