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부터 화농성여드름을 심하게 앓았는데 제때 치료를 못해서 흉이 많이 남았네요 ㅎㅎ 제가 어릴땐 지금처럼 로아큐탄, 이소티논 같은 정보도 없었고 사춘기때 여드름은 다 난다는 분위기였고 케어 받을만한 집안 분위기도 아니었네요.

 스무살때 대학을 진학하면서 로아큐탄을 복용하고 여드름은 치료했는데 흉터가 많이 남아버렸습니다. 좋지 못한 피부라는게 참 사람을 정신적으로 갉아먹더라구요.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매일아침 거울을 보면서 "난 할 수 있다 난 멋있는 사람이다"라고 다짐하고 가지만 10대때부터 쌓여온 거절감과 눈총어린 시선은 절망적이고 마음을 무너져내리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로 도망갔지만 남초사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더라구요 군대에서 제 별명이 피부씹창이었으니까요. ㅎㅎ 그래도 희망이라는게 사람을 살아가게 만들더라구요. 피부과를 다닌다는 희망으로 군대에서 돈을 모았습니다. 제대 후 동네 피부과에서 프락셀 10회 패키지를 받았는데 효과는 없더라구요. 있는데 제가 미미하다고 느끼는걸지도 모르겠네요.

 우울감에 빠져 살다가 여기 갤러리에서 많이 언급되는 피부과를 보고 희망이 생겨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실례되는 얘기지만 코로나가 터진것에 감사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알바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돈을 모아서 ㄹㅁㄴㄹ 피부과에서 프락셀 7회 + 약품도포 2회 패키지를 받았습니다. 분명 흉이 채워지긴 했는데 카페나 블로그 후기에 올라오는 분들 만큼은 아니더라구요. 참 어려운것 같습니다. ㅎㅎ 이제는 나이만 차고 마음이 지치는게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친구가 없어도 애인이 없어도 외로움을 느껴도 괜찮다고, 나는 혼자 사는게 편하다고 자기 위안에 빠져 착각속에 살아갔던 건지도 모릅니다.

10대때만 할 수 있는 우정과 풋풋한 사랑, 20대때 즐기는 캠퍼스라이프와 인간관계, 친구들과 캠퍼스안을 거닐기만 해도 웃음 지으며 행복함을 느끼는 젊음. 그냥 살아가기엔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ㅎㅎ

 길과 흉을 인간이 점지할 수 없지만 내 인생에서 길이 조금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사념에 잠기는 밤이었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