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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화인 것 같다.모바일에서 작성

독갤러(172.226) 2024.07.08 22:58:19
조회 892 추천 3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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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옆 건물에서 공사를 해도 신경이 안 쓰였고
대학 축제날 바로 앞 중도에서도 문제없이 공부했고
가족이나 친구가 옆에서 티비를 보든 노래를 부르든
어머니께서 청소기를 돌리시든 요리를 하시든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놀든
버스고 지하철이고 카페고 길거리고 공부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안 낼려면 안 낼 수 있는데
조금만 신경쓰면 없앨 수 있는데
단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으면 고칠 수 있는 그거
똑같이 소중한 인생, 똑같이 소중한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공유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못 해서
타인을 배려하려는 ‘의도’가 결여된 결과물들이
때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

  알잖아, 어르신께 반말을 들을 때도 기분 좋은 반말과 기분 더러운 반말이 있고
욕을 해도 그냥 웃긴 친구가 있는 반면 칭찬을 해도 찜찜한 친구가 있는데
그 모든 차이는 사실 다 의도에서 나온다는 거.

  일 년 남짓한 수험생활 동안
처음에는 참았고,
다음에는 혼자 화를 냈고,
(중간에는 돈을 쓰면 나을까 해서 (독서실형)스카로 옮겼는데, 아니 어떻게 돈 내고 다니는 곳이 더 시끄러울 수가 있냐?)
다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서 정중히 부탁했다.

  볼펜을 책상에 던지고, 지우개로 책상을 흔들고, 팔꿈치로 책상을 찍어 내 볼펜을 굴리고, 애플펜슬로 펜돌리기를 하다 열 번쯤 떨어뜨리고, 30초가량 쉬지 않고 사진을 찍고, 3초에 한 번씩 두 시간 동안 삼색펜을 바꾸고, 쓰면 쓸수록 새록새록 떠올라서 그만 쓸련다. 아무튼 그런 사람들. 감사하고도 허탈한 것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든 분들이 말씀을 드리고 나면 고쳐 주셨다는 거다.

    그렇게 20번이 넘는 인연을 거쳤는데도, (당연하게도)바뀌는 것 하나 없더라. 이때 진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왜 남들은 우렁차게 벨소리가 세 번을 울려도 아무 말 없이 공부만 하는 거지? 여기가 중학교 교실인지 도서관인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하는데 나 말고는 신경쓰는 사람이 없지? 나만 예민충인가(아마 실제로 그랬겠지?)?

   너무너무 화가 나는 걸 꾹 참고 정중하게 말을 하고 나서도, 다음날 그 사람이 안 보이면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너무 괴롭더라. 한 번은 노트북 전용석 놔두고 일반석에서 일반 마우스 쓰는 분한테 자제를 부탁드렸는데 다음날 안 나오셔서, 그날 로켓배송으로 무음 마우스 주문해서 그 도서관 떠나는 날까지 사물함에 보관하고 있었다. 다음에 만나면 사과하고 그 마우스 건네려고.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공부가 힘든 게 아니라 아니라 도서관으로 발걸음 향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떠나게 되더라. 집에서 5분 거리였는데... 근데 옮긴 다음에도 정도만 좀 낫다 뿐이지 배려 없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더라고.

  내가 진짜 겁도 많고 갈등도 싫어해서 친한 사이 아니면 남한테 화내본 적이 손에 꼽는데, ‘카톡!’ 소리 25번 연달아 들었을 때랑, 도서관에서 먹던 치킨 책상에 남겨 놓고 구석에서 담요 깔고 자는 사람 봤을 때랑, 스피커폰으로 전화하는 사람 봤을 때는 눈이 돌아가서 내가 병원에 실려갔으면 갔지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소리 질렀다. 아니, 질렀다고도 못 하겠네. 그냥 입 밖으로 말이 나가 있더라.

  그 모든 일을 겪어도 아직 쉽지가 않더라고. 몇 달 잘 대처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나만 시끄러운가...’ 싶어서 구글 검색해 보다가 이런 곳(독서실 갤러리)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는데

  존나게 반갑더라. 나만 아픈 게 아니어서(말하고 보니 미안하네 이거...). 한두 줄 적고 말려다가 못 참고 속으로만 담고 있었던 일들 다 적게 되네.

  여기 있는 사람들 너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네 잘못 아닌 거 맞는데, 결국 화내고 나면 가장 손해보는 건 자기 자신인 것 같더라고. 우리가 분노하기 위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독서실 빌런한테 복수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이번 시험 통과해서 내 밥 내 돈으로 내가 사 먹자고, 사랑하는 사람 얼굴에 미소 좀 그리자고 이러고 사는 거잖아. 여기서 억울함 좀 풀고, 다시 책 들고, 같이 합격하러 가자.

  웬만하면 노캔 되는 헤드폰 쓰고 빗소리 틀고 다 무시했으면 좋겠어. 나는 공부하다 이명 와서 귀마개도 헤드폰도 못 씀...ㅋㅋㅋ 나처럼 되기 전에 말야.

  미안하지만 너네들의 분노에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러니까 너네도 나를 보면서 ‘쟤보단 내가 낫지...’ 하고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다. 혹시 내가 크게 성공하면 독서실 차려서 홍보하러 올게... 근데 그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 전에 다들 합격해서, 아니 당장 합격 안 해도 좋으니까 그냥 자기 자신만 잘 아껴줬음 좋겠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밤만은 편안하게 보내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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