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바야흐로 매미의 계절이다. 이른 아침부터 매미 울음 소리가 요란하다. 어떤 매미들은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울어대는 바람에 잠을 깨우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야간에 가로등 불빛이 밝아서 밤에도 매미가 울어댄다.
매미가 울면 한여름이 되었다는 신호다. 매미는 일반적으로 장마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를 간다.
매미는 노린재목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과거에 한국어에서 'ᄆᆡ얌ᄆᆡ얌' 운다고 'ᄆᆡ야미'라고 불렀으나 아래아의 소실과 단모음화, /j/의 탈락으로, ㅁ이 연철이 되면서 매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7년을 기다렸다가 보름만에 생을 마감하는 매미만큼 처절한 삶이 있을까? 사진=리뷰타임스
사람들은 매미가 7년을 땅 속에 살다가 나와서 7일을 살다가 죽는 것으로 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매미는 3~7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서 성충이
된 후에 약 2~3주일 동안 번식 활동을 하다가 죽는다. 다른
종도 있다. 미국산 십칠년매미(Magicicada
septendecim)는 13~17년의 장기간에 걸친 유충 생활을 한다.
매미 가운데서 애벌레 시기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유지매미와 참매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매미들이다. 두 매미 모두 알이 부화되고 나서 6년째에
성충 매미가 되고 알을 낳은 해부터 치면 7년째에 성충이 된다. 털매미는 4년째에 성충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총 15종의 매미가 자생하고 있는데 가장 흔한 참매미의 수명주기는 5년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매미의 수명주기가 5, 7, 11, 13 등과
같이 ‘소수(素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란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말한다.
왜 매미들은 소수의 수명주기를 가질까? 학자들의 해석은 긴 세월을 준비해서
매미가 돼 짝짓기를 할 때까지 길어야 한 달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사마귀와 같은 천적에게 먹히지 말아야 하는데 천적의 수명주기와 매미의 수명주기가
서로소(1 이외에 공약수를 갖지 않는 두 정수)일 때 매미가
천적과 만나는 시점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여러 종의 매미들의
주기가 겹치게 되면 많은 매미들이 동시에 나타나므로 먹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가정이다.
여름에 매미가 귀가 아프도록 울어대는 이유는 짝찟기를 위해서이다. 암컷
매미는 울지 못하고 수컷 매미만 울 수 있는데 수컷은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자기 몸의 반절 이상을 텅 비워놓는 극단적인 진화를 한 곤충이라고
한다.
수컷만 울 수 있는 이유는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배 부분이 발성 기관 대신 산란
기관으로 채워져 있어서 울지 못하며, 산란관이 있는 꼬리도 수컷보다 뾰족한 편이다. 누군가에게 잡히게 되면 귀가 터질 정도로 비명을 질러대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잡혀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저 발버둥 친다.
배 속의 V자 배열 힘줄과, 여기에
연결된 발성 기관이 매미 고유의 소리를 낸다. 현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와 비슷하다. 소리를 내는 이유는 대부분 생물이 그렇듯 짝을 찾기 위해서다. 다만
워낙 소리가 커 자기 자신의 청각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근육으로 고막을 접어서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청력 감도를 20dB 정도 줄인다고 한다.

매미는 수컷만 울고 암컷은 울지 못한다. 사진=리뷰타임스
매미가 우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말매미 · 참매미는 오전에 울고, 유지매미나 애매미는 오후에 울며, 털매미는 하루 종일 운다.
사람들이 도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두 가지다. 참매미는 "맴-맴-맴-맴-매애앰-"을
반복하며 울다가 마지막에는 음을 높여서 ''매애↗(10여
초 동안 유지)...애애애...''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두 번째는 말매미("왕매미"라고도 함) 울음소리인데
"쐐~~애애애애애~" 거리며
단조롭게 운다. 가장 시끄러운 매미소리에 속한다.
소음으로 지적되는 종이 두 번째 말매미이다.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대략 80-90 데시벨(dB)로, 지나가는
대형트럭이나 화물열차와 같은 소음이라고 한다. 거기다 사람이 가장 잘 듣는 주파수 구간인 3500Hz로 울어대는 데다, 매미가 급증해서 떼창을 해대는 바람에
더더욱 증폭되어서, 실제로 사람 귀에 들리는 소음은 대략
160-170dB에 가까운 수준이다. 참고로 소총인 M1911의
소음이 162데시벨이라고 한다.
또 하나 매미의 특성 중 하나는 분비물이다. 매미는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노린재목 곤충들은 찌르는 형태의 입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매미는 이 입을 빨대처럼 나무에 꽂아서 수액을 섭취하는데 이때 들어온 과한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꽤 많은 오줌을 눈다고 한다.
매미는 대부분 나무 위에서 자주 오줌을 누는데 여름철에 길을 가다가 맑은 날에 웬 액체에 맞은 경험이 있다면
매미의 오줌일 가능성이 많다. 다행이라면 일단 곤충이라 양이 그리 많지 않고, 매미가 나무 수액을 먹고 살기 때문에 오줌도 수액 성분이 대부분이라 몸에 아주 나쁘다거나 냄새가 딱히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 헬레니즘 신화에도 매미에 관한 것이 있다. 제우스신에게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가 아들 티토노스를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늙지 않는 불로(不老)의
부탁을 깜박 잊어버렸다. 그 결과 티토노스는 점점 늙어 갔고 에오스는 꿀을 먹여가면서 살아가도록 정성을
다했지만, 점점 쇠약해졌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아들은 계속 지껄이기만 하다가 마침내 매미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덧없는 삶, 매미만큼 처절한 삶은 없을 것 같다. 매미가 그토록 처절하게 우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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