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짜리 쬐끄만 건물인데, 건물주는 개인임. 지 혼자 한 층 쓰고 있고.

난 그냥 시설 관리나 해볼까 하고 지원했거든? 뭐 자격증도 대충 맞길래 "이거 뭐 개꿀 빨겠네" 싶었지. 근데 출근 첫날부터 갑자기 "너 소장해" 이러는 거임. 아니 소장을 뽑는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보고 소장을 하라니… 그때부터 뭔가 느낌이 쎄~했음.

근데 더 웃긴 건, 이 건물에 내가 할 일이 1도 없다는 거지ㅋㅋ. 미화랑 경비는 따로 있고, 내가 할 건? 음… 칠러랑 보일러 두 개? 그것도 고장 난 적이 없어서 그냥 눈으로 "잘 있나?" 보고 있는 중임ㅋㅋ. 매일 앉아서 시간만 죽이고, 진짜 할 일이 없으니까 바닥에 땅 파는 수준임.

아 근데 처음엔 일이 좀 있었긴 했음. 처음 건물 상태가 말 그대로 개판이었거든. 4개월 동안 건물 다 뜯어고쳤어. 쓰레기만 5톤 넘게 나왔을걸ㅋㅋㅋ. 그때는 그래도 "아 이게 시설 관리구나" 하고 스스로 납득하려고 했음. 그래, 그땐 나름 할 일 있었으니까.

근데 이제? 관리할 거라고는 칠러 공냉기 남았고, 그것도 그냥 "어~ 잘 있나?" 하면서 눈으로 관리하는 중임ㅋㅋㅋ. 요즘 내 주 업무는 그냥 심부름이랑 운전임. "어디 가자!" 하면 부동산 보러 다니고, 갑자기 회장님 산소 가서 풀 베라지 않나, 별장 가서 잔디 깎으라질 않나. 아니 내가 진짜 시설 관리하러 온 건지 개인 비서 하러 온 건지… 점점 혼란스러워짐.

나처럼 회장님 어르신 모시면서 건물 한 채 혼자 관리하는 게이 있냐?ㅋㅋ

그리고 요즘은 포크레인 자격증 따라고 함. 이유? 시골에 자기 땅 10만 평 있대ㅋㅋ. 거기서 뭐 해보자고ㅋㅋㅋ. 아니… 내가 진짜 중장비 자격증까지 따면서 이런 거 할 줄 알았냐고ㅋㅋㅋ 생각할수록 내 인생이 참… 웃기고도 슬프다.

결론: 시설 관리하러 들어왔는데, 이제 건물주 개인 비서에 농부 역할까지 맡고 있음ㅋㅋ. 인생 참 씁쓸하다. 나 같은 사람 또 있냐? 건물 관리한다고 왔더니, 내 인생이 참 엿됐음ㅋㅋ. 참고로 일근직에 세전 340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