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이 운이라는 글이 있어서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사범대 나와서 노량진에서 몇 년 굴러먹다가 돈이란 돈만 깨먹고 이러다가 여기서 썩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간제 하려고 고향 내려왔다

지방에 있는 광역시임

운 좋아서 처음 공립 중학교에서 기간제 한 뒤로 학생부만 한 10년 가까이 돌다가 사립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공립에만 있으면 평생 기간제로 살 것 같아서 사립학교에 기간제 원서 써서 들어갔다.

거기서 업무를 수업연구 이쪽으로 맡아가지고 몇 년 일하는데 위에서 나를 좋게 보기도 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찼고 위에 같은 과 선생님이 줄줄이 정년 앞두고 있어서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시험 준비 해보라는 분위기가 좀 느껴지는 타이밍이었음

그래서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이 나중에 기회 왔을 때 대비해야 된다고

평소에 시험 안치면 감 잃으니까 쳐보라고 원서접수 해서 아무데나 쳐보라길래

공립은 택도 안될거 아니까 사립 넣기로 하고

학교도 그냥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1순위로 원서 넣고 또 그냥 시험 칠 때까지 생각 없이 일했다.

그래도 시험은 치는거니까 시험장에서 멍청하게 앉아 있으면 쪽팔릴 것 같아서 교육학 모의고사 문제만 구해서 풀이하고 보고 그렇게 적당히 구색은 맞추고

노량진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지만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 기대는 안하고 시험을 치러 갔다.

막상 시험 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는 대로 빈칸이나 다 채우자는 생각을 했다.

같은 학교에 원서 쓴 사람이 대충 9~10명쯤 되어 보였고, 이 중에 누군가는 합격하겠지 생각하면서 시험 친 날 오후에 출장이 있어서 바로 일하러 감

그리고 한참 까먹고 있다가 근무하는 학교에 원서 넣고 시험 친 선생님들 결과 나왔다길래

점수나 확인할 겸 결과보는데

과락이 아니더라고

사립은 컷이 낮아서 과락 아니면 합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결과를 열어보니

1차 합격이었음. 5배수.

기분 좋다는 생각보다 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더 들었고

바로 시험 쳐보라고 했던 선생님이랑 교장 교감 선생님한테 가서 1차 합격했다고 이야기 함

2차는 위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차피 내정자 있든 없든 수업이랑 면접 분위기라도 느껴보고 싶어서

아는 교수님한테 가서 2차 수업 준비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부탁드리고 나름 빡세게 준비를 했음.

수업은 어차피 경력이 10년 넘어가는 때라 겁은 안 났고

면접은 임기응변으로 어떻게 한 것 같음

사전에 정보를 좀 얻어서 학교가 에듀테크 이런거 많이 신경쓴다 그래서 그거 수업에 최대한 녹여낼라고 했었음.

그리고 합격함.

아내랑 울면서 부둥켜 안고 소리 지르고 주위 사람들한테 한 달 내내 밥 사고 술 사고 뭐 난리였음.

부모님한테는 그냥 효도하나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

알고 봤더니 내 나이가 너무 많아서 고민했다고 하더라. 40 가까이 되서 그랬을 듯. 내정자는 없었음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1차도 통과 못하던 시험이

이렇게 말도 안되게 합격하게 되니까 참 운이라는게 정말 있나 싶고 그렇더라.

그래서 운 좋게 합격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기도 하고

기간제 때 겨울만 되면 힘들었던 기억도 있고 서러웠던 기억도 있어서

같이 일 하게 되면 기간제 쌤들 일은 특히 더 신경쓰고 그런 것도 있더라

이런 글 어디 올리면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기만한다고 죽어라 달려들 것 같아서

그냥 임갤에 똥글 싼다는 생각으로 올려본다.

일을 하고 있든 공부를 하고 있든 기회는 언젠가 찾아오는 것 같더라

시험 100일 정도 남았다는데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