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입갤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냥 감상만 눈팅하다 사라지곤 했는데
제대로 된 글은 오늘 처음 써봐.

내가 처음 제대로 접한 해외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야.
그런데 사실 그 때 뮤지컬에 빠진 게 아니라 그게 오페라인줄 알고 오페라를 찾기 시작했어.
다른 음악들도 다 그렇겠거니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
근데 오페라가 무서운 게 이거 한번 듣기 시작하면 오페라 외에는 다른 음악을 잘 못들어.
그러다가 너무 무거운 오페라가 슬슬 지겨워질 때 오펜바흐나 레하르의 오페레타를 듣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동시에 미국 MGM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서 3~50년대 뮤지컬 영화와 뮤지컬 음악에 빠졌어.
이 때의 쇼툰은 너무 달콤해서 당대를 주름잡던 어빙 벌린이나 콜 포터 제롬 컨같은 작곡가에게 빠졌지.

이 두 취향이 동시에 가면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두 장르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어.
길버트 앤 설리번이 뮤지컬에 가장 가까운 오페레타를 보여주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 사람들의 음악을 즐기다 점차 근,현대의 뮤지컬로 갈아타게 됐지.

그리고 엠지엠 뮤지컬 영화에서 브로드웨이 멜로디나 포리세컨 스트릿, 양키 두들 댄디같은 좀 더 오래된 브로드웨이의 쇼비지니스를  다루는
영화에 빠지게 되었고 위대한 지그펠드를 보면서 20세기 초의 보드빌에 기초한 쇼뮤지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

오페라는 현대로, 뮤지컬은 MGM 전성기 영화들에서 유성영화 초기의 뮤지컬 영화로 백을 하면서 탐미하다 보니
접점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바로 쇼보트였어. 
아이러니한 건 쇼뮤지컬의 대 제작자인 지그펠드가 다소 무거운 주제의 북뮤지컬을 처음 선보였다는 거고
그 이후에 거쉰의 포기와 베스도 나오게 되지.
아무래도 오페라 형식에 가까운 두 음악이 내 취향이었고 그 이후 또 들을만한 북뮤지컬이 없나 해서 찾아보니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이라는 신적인 존재들이 있었어.
오클라호마, 킹앤아이, 회전목마, 사운드오브뮤직, 남태평양 
걸작이라 일컬어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해서는 올려지지 않을 저 뮤지컬들에 푹 빠졌어.
그리고 내 취향은 헤어같은 록 뮤지컬이 나오기 전으로 딱 맞춰졌지.

몇 년동안 그렇게 조금 좁은 취향으로 지내다 요즘은 쥬크박스 뮤지컬 빼고는 다 즐겨듣게 됐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쇼보트 시절부터 60년대 중반까지의 뮤지컬 음악을 더 좋아해.

근데 갤에서는 아무래도 국내 무대에 올라오는 뮤지컬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기가 힘들더라구.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너무 힘들잖아. 정서가 맞지도 않고 이 시대의 뮤지컬은 웬만하면 라이센스화 되지도 않고.

맨 오브 라만차가 다시 올라오는 게 그래서 너무 반가워ㅎ
전통적인 북뮤지컬 스타일이면서 정서적으로 공유할만한 이야기의 힘도 강하고.
같이 회전하면서 감상 좀 공유했으면 좋겠다.

올해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리바이벌 상은 포기와 베스가 탔더라.
이 소식도 반가웠어 ㅎ
국내 뮤지컬 컴퍼니에서 이걸 절대 올릴 거 같진 않고 오페라단에서라도 올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