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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9:천 번째 시간선모바일에서 작성

언갤러(125.131) 2024.10.06 16:46:47
조회 99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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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실 난 이 이야기에 대해 잘 몰라.
단지 친구에게 들었을 뿐이지.
게다가 이건 제대로 된 결말도 없어.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일지는...
뭐, 거기있는 너희가 잘 판단해봐.













어느 날, 옛날이라면 옛날이고 미래라면 미래인 날.
참 아름다웠을 수도 있었을 날.
새가 지저귀고, 꽃들이 피어났던 날. 그날에 한 괴물의 먼지가 황금빛 복도에 휘날렸어.
지하의 모두를 죽여버린 살인마의 손에는 먼지가 가득했지.


그 괴물은 별 생각 없었어.
어차피 자신이 그놈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단지, 조용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렸을 뿐이었지.
많은 시간선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돌아왔어.




너무 뜬금없다고?
이봐, 나도 이야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긴 한데, 이 뜬금없는 게 실화라는 게 가장 어이없지 않아?



거짓말처럼, 괴물은 그 살인마에 대해서는 티끝만큼도 몰랐을 때로 돌아왔어.
모두가 잊어버린 비극을 기억한 채.


괴물은 꽤 당황스러웠지.
세이브, 로드, 리셋...그 힘들을 원래 알고 있었긴 했지만, 직접 느껴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서로 웃고, 떠들고, 가끔은 다투는 일상이...
너무 위화적이었어.










몇 번의 시간선을 거칠 동안, 괴물이 알아낸 게 아예 없던 건 아니었어.

첫번째로, 살인마는 시간선을 지날 때 마다 강해졌어.
거의 기하급수적일 정도로.
그래서 괴물들이 아무리 막으려 해봐도, 단 한 방만에 먼지가 되어버렸지.

두번째로, 살인마의 시간선은 원래 괴물이 알고 있던 이야기로 흐르지 않았어.
아주 작은 차이더라도, 항상 무언가가 달랐지.
작게는 괴물들의 반응부터...
크게는 당연해진 기적이 일어나는지까지.

세번째로, 살인마는 자신의 강함을 조절할 수 있었어.
너무 쉽다 생각되면 자신을 약하게 하고, 좀 어렵다 싶으면 강하게 하는 식으로.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저 놈은 이제 이 세계를 그냥 갖고 놀고 있다는 거야.







괴물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지 않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
영원히 죽음과 파괴, 고통과 비명이 이어지는 세계.
단 한순간도 자유로워 질 수 없는 세계.
끊임없이 삭제되고 삭제되는 세계...






괴물은 그 짓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어.






몰살을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괴물은 살인마를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기 시작했어.
인간이 떨어지자
마자 죽이기도 했고, 다른 강한 괴물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
남은 괴물을 미리 대피시키거나, 지하의 모든 괴물과 함께 살인마를 막기도 했지.



...너희도 잘 알다시피, 실패했어.
그 놈은 플레이어고, 괴물은 그냥 장애물일 뿐이었으니까.
괴물은 계속해서 더 효율적이고, 확실한 작전을 세웠지.
다른 약한 괴물들이 죽어나가는 건 안중에도 없이 말야.
......쓰레기 같지 않아?




그래, 정말로 그 괴물은 쓰레기 같은 짓을 한 적도 있어.
자신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했던 괴물들을 죽이고,
EXP...'처형 점수'를 올려, LV를 올리며 강해진거지.
'폭력 수치'를 올려가면서.







자기 농담을 정말 재밌게 들어준 관객.
자신의 동생이 정말이지 존경하던 여전사.
죄에 얼룩져 세상에 나오고 싶어하지 않던 도마뱀.
괴물들의 별이 되고팠던 한 유령.
지하의 왕으로서, 거대한 책임을 짊어졌을 뿐인 군주.
........심지어 자신이 가장 아끼던 동생마저.





이건 이야기랑 별개로, 내 생각일 뿐이긴 한데...
그게 정말로 죄악으로 얼룩질 미래를 막기 위한 걸까?
그냥 살인마를 막는 걸...마음의 깊은 곳에선 즐기고 있던 게 아닐까?
















"확실히 이해가 안돼."
플라멋은 신경질적으로 검을 땅에 내리쳤다.
"절망적인 미래를 막겠다고, 강하니까 살리고 약하니까 죽인다고?"
"그게 맞는거야??"
"...헤, 어이가 없지?"
정말로, 어이가 없다.
저렇게 샌즈의 말에 동조하는 플라멋은, 사이버시티의 다크너들을 얼렸고 버들리를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그런 놈이 몰살을 막으려 하는 놈의 얘기에 막대한 흥미를 보이고 있다.
...정말이지 역설적이다.
난 저 말에 딱히 덧붙일 게 없어서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면이 어느정도 익은 것 같다.
"...다 익었어."
"잠깐, 넌 솔직히 먹을 필요 없지 않아?"
"전투했을 때 오히려 고생한 건 난데."
"그게 뭐."
"그러니까 두 개뿐인 컵라면을 딴지 걸지 말고 조용히 양보하란 뜻이지."
"저녁 굶은 놈한테 참 좋은 소리 하신다."
"나도 공허에 갇혀서 뭐 먹은 게 콜라밖에 없다고."
"...탄산 다 빠진지 오래여서 맛도 구린."
"여기서 뭐 먹어봐야 진짜 네가 배가 부를 것 같아?"
샌즈는 우리의 말싸움을 지켜보다 끼어들었다.
"에, 그냥 너네 둘이 먹어."
"어차피 별로 배 안 고파."
플라멋은 어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더듬었다.
"네-네?!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차라리 제가-"
"괜찮다니까, 팬 꼬맹이."
무언가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플라멋의 회색빛 얼굴이 조금 다른 톤으로 변했다.
...어차피 회색이지만.
"얘기나 계속해, 샌즈."












이 부분에서 가장 웃긴 부분이 뭔지 알아?
괴물이 지금까지 시도했던 모든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거야.
그래서 몇번이고 괴물을 죽이고, 자기 점퍼에 먼지를 묻혔지.
그리고 어느 날, 운 좋게도 살인마를 죽이는 데 성공한 시간선에서, 괴물이 살인마의 시체를 짓밟고 있었을 때...
누군가 그와 시체를 떼어놨어.












"잠깐만, 샌즈."
"...라면에 스프 안 넣었어."
플라멋은 날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어떻게 그걸 빼먹어?!"
"아, 진짜...개사기템을 여기다가 쓰는데 또 스프 빼먹고..."
쩨쩨한 놈.
난 스프 봉투를 놈에게 던졌다.
"화면으로 먹는다고 그것도 몰랐어?"
"컵라면 스프라이트가 내 쪽에 안 나온다고."
"빨간지 노란지 어떤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대답을 기대했던 건 아니기에, 스프 가루를 털어넣고 젓가락으로 젓기 시작했다.
"저 새끼가..."
"...."
"......."
".....으음, 누가 떼어놨는데요?"















괴물은 갑자기 끝나버린 세계에 당황스러워 했어.
아무 예고도 없이, 아무 성과도 없이 한 시간선을 날려버린 거니까.
괴물은 자신을 떼어놓은 자에게 분노하며 달려들었어.





...하지만 별 소용 없었어.
괴물은 반격도 하지 못한채, 기분나쁜 액체로 만들어진 사슬에 묶여버렸지.
그 존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을 꺼냈어.
"어...꽤 당황스러울 것 같긴 해."
"하지만, 그렇다고 널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
그 존재는 괴물의 오해를 풀려 사슬을 녹였고, 말을 계속했어.
"넌 꽤 지쳐있어, 그렇지?"
"이 지겹고 짜증나는, 먼지와 칼부림의 반복에..."
"그래서, 난 그 반복을 끊는 걸 돕고 싶었을 뿐이야."
"부탁이야, 내가 널 도울 수 있게 해줘!"







괴물은 그 존재를 믿을 수 없었어.
그 많은 시간선동안, 자신의 살인을 막으려 한 놈이 없을 거 같아?
레퍼토리는 똑같았어.
괴물이 있다고 하고,
자길 죽이려 하고,
죽었어.






...하지만, 악마의 속삭임이 그릇됨을 알아도 넘겨들을 수는 없는 법이지.








그 존재....앞으로는 '조력자'라고 부르자.
조력자는 괴물에게 이 세계에서 뻗어나간, 모든 세계를 보여줬어.
이곳과 비슷한 곳, 이곳과 완전히 다른 곳.
모두가 죽어가는 곳, 모두가 불행한 곳.
...모두가 행복한 곳.
그곳의 몇몇 존재들은...지금까지 괴물이 범접할 수도 없던 힘을 갖고 있었어.
그저 꿈꾸기만 해본,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했던 말도 안되는 힘.






괴물은 조력자와 손을 잡고, 여러 세계의 강력한 존재들과 함께 살인마를 죽여나갔어.
가끔은 세계가 날라갈 뻔 하기도 하고, 함께 싸우던 존재가 살인마와 같은 편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더라도 무고한 괴물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괴물을 안심시켰지.
조력자가 말한, '플레이어의 방해 없이, 언제까지나 평화로울 수 있는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사실이 괴물의 희망이 되었고, 꿈이 되었어.









하지만 그 사실은 허상이었어.
조력자...그 녀석은 그저 둘의 싸움을 보고 싶었던 거야.
그냥 둘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거라고.
괴물은 조력자였던 자에게 덤벼들었어.
조련자는 아쉬워하며 돌아갔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
그동안 괴물과 강력한 존재들을 죽여가며, 플레이어는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거야.
이제는 한 순간도 버티기도 어려웠지.
예전에 썼던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
...심지어 모두를 죽이는 것도.










그리고 어느덧 천 번째 시간선이 왔어.
세계 자체의 말소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괴물에게는 무언가 다른것이 필요했어.
지금까지 시도하지도 않았던 것.
플레이어가 예측할 수 없는 것.
이 둘을 충족하면서, 아주 강력한 것.



그래서...시도하기도 두려웠던 것.
이 계획에 필수적인 존재 때문에 불안했던 것.
현재의 유일한 지푸라기를 붙잡았어.







아까 말했다시피, 난 이게 어떤 엔딩인지도 몰라.
친구 말로는 지금 쓰고있다더라고.
그래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으니까...엔딩은 너희가 직접 볼 수 있을 쯤 완성될 것 같긴 해.
기대해도 되니까, 잘 봐달라고.














고요한 침묵 가운데 어색한 박수가 울려퍼진다.
박수의 주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손놀림을 조심스럽게 늦춘다.
"어...."
"........."
"음, 재밌는 이야기네!"
난 팔꿈치로 플라멋을 찌르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나 눈치 챙겨, 이 싸이코 새끼야.





확실히...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떠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친구가 겪은 실화라더니, 친구가 쓰고 있다고 한다던가.
나조차 몰랐던 LV와 EXP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 등등.
저 해골 녀석에게는...무언가 있다.



샌즈는 내 눈빛을 살짝 피했다.
"...그것보다..."
"너희 세계 상황이 궁금하지 않아?"
"말은 왜 돌리는 건데?"
또다시, 내 질문을 회피하는 샌즈는 플라멋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네?제가 플레이하던 세계 이름요?"
"델타룬인데, 무슨 일로..."
"그래, 됐어."

샌즈는 유리벽 같은 결계에 기대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왼쪽 눈이 빛나고, 공허의 공기가 떨리기 시작한다.

--------
오늘의 코멘트:샌즈가 직접 엔딩을 보라고 하는 장면에서 '너희'는 독자, 즉 이 AT를 보고 있는 '당신'이다.
이 부분은 내 의도를 조금 섞은 장면일 뿐, 실제로 우리 세계를 인지할 수 있는 건 아님.
그리고 저번화에서는 못 말한 건데, 플라멋은 설정상 샌즈의 열성 팬이다.(꼬박꼬박 존댓말 쓰는 것도 그 이유)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히든루트를 진행한 적이 있고, 이후 챕터의 히든루트 그만둔 것도 그냥 '자기 취향이 아니어서' 그만한거다.
다음화는...샌즈가 원작과 다른 능력을 가진 창작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 편이 좋을 거 같다. 어차피 다다음화에 영향 끼치는 것도 아니고.

잡담이 너무 길었다. 오늘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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