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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OF DELTA-20:트레이닝모바일에서 작성

튜드(125.131) 2024.12.07 09:50:54
조회 144 추천 2 댓글 2

TUD 에피 모음집:


https://m.dcinside.com/board/undertale/1235530

 


"...그러니까, 우리가 트레이닝을 부탁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우리 손에는 기다란 목도가 들려있다.
수지는 그걸 땅에 툭툭 치며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것도 결국은 가짜 파피루스한테 들은 얘기잖아."
"정말 우리가 그걸 부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아냐?"

언다인은 얇은 목도에 기댄 채 얼굴을 찌푸린다.
불평이 많은 쪽은 이쪽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그래도, 노엘인지 뭔지 하는 애를 구하는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그놈들에게 제대로 발려서 요 인간은 한쪽 눈 잃었고."

...알고는 있었구나.
나도 아픈 것도 아니고 불편하지는 않아서 잊고 있던 거였는데.

"한쪽 눈으로 끝난 게 다행이지, 엉?"
"다음에는 다리가 잘리고, 팔이 뜯겨나갈 수도 있어."
"...최악의 상황에서는 너네 쬐끄만 머리가 갈기갈기 찢겨서..."









수지는 어느새 불평을 멈추고, 언다인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언다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야, 당연히 농담이지!"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훈련을 하자는 거 아냐!"
"일단, 첫번째로....."


언다인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있었던 것 같은 곳은 텅 비었다.

".....내 훈련용 더미 어디갔어?"
"빌어먹을, 또 쓰레기장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거 아냐?!"
"돌아오면 아주 갈기갈기 찢어발겨서-"

언다인은 다시 우리를 쳐다본다.
어색하고 축축한 정적이 흐른다.


"...빌어먹을 더미 자식."










"....일단, 너네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니까..."
"둘이 한꺼번에 덤벼서, 날 딱 한 대라도 쳐봐."

둘이 한꺼번에?
딱 한 대만 쳐보라고?






...우릴 뭘로 보는 거야?










"헤, 우릴 얕보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도 전투는 많이 해봤다고."
"각오 단단히 해."

언다인의 웃음에는 약간의 비꼼이 담겨있다.

우리는 목도와 함께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난다.
뒤를 노려도, 기다란 목도가 부드럽게 막아댄다.
정면에서의 공격은 무의미하다.
눈빛이 돌변한 언다인이 바로 목도를 걸어넘겨버려, 무기만 놓치고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분명 그렇게 큰 동작은 아니다.
그저 몸을 돌리고, 목도의 각도를 바꾸고 찌르는 단순한 동작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복잡한 공격의 방어 방식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간단한 막기, 허를 찌르기, 걸어 넘기기 말고도...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나 공격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돌리는 것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간단한 것은 이런 어려운 걸 쓸 이유가 없다.

즉, 이 말은...
우리가 혼신을 담아 공격해봐도 고작 세 가지 동작에서 막힐 정도로 우리의 공격 방식이 평범하다는 뜻이다.
뚫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서 저 단순한 방어 패턴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으, 으아아악!"

수지가 비명을 지르며 내 위로 넘어갔다.
우리는 넘어진 채 어이없다는 표정의 언다인을 올려다본다.

".....솔직히 말해서 말이지."

"최악이야."

"걔네가 그냥 봐줘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지?"
"공격 패턴이 너무 단순하잖아. 애초에 시도를 해도 검날이 나한테 닿지를 않고."
"그나마 크리스는 좀 나은데, 넌..."

"...수지."

"그래, 수지 넌 근거리 전 해본 적 없어?"

수지는 분개하며 목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댄다.

"막 해도 참격이 나가는데, 날을 딱 붙일 필요가 있어?!"
"그냥 내 버스터로 확 태워버리면..."

언다인은 혀를 차며 목도를 어깨 위에 얹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한 적 있긴 하냐?"





수지의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모양이다.
목도에 보랏빛 빛이 일렁이고,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이 자식이.....!!"

언다인은 다시 일어선 수지를 응시한다.
수지의 눈빛이 일렁인다.

지금이 기회다.



난 미리 언다인의 다리 사이에 끼워둔 목도를 돌려젖혔다.
언다인은 꼴사납게 수지 발 앞에 넘어졌다.

수지가 당황해 하고 있을 때, 난 목도로 놈의 머리를 살짝 쳤다.

"한 대."








"....."
언다인은 아무 말이 없다.
고작 이렇게 허무하게 질 줄은 몰랐던 건가?
아니면, 어린애같이 패배에 분해하는 건가?

"...생각머리는 있는 모양이네."

언다인의 얼굴에 핏줄이 솟는다.
웃고 있는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전장에서는 너네 실력에 평가를 내려주진 않는다고!"
"자, 다시 간다!방금 그것보다는 좀 더 세게 해야 할 거다!!"


언다인은 금세 일어서 목도를 잡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언다인에게 달려들었다.































천장에는 빛나는 이끼가 별처럼 반짝인다.
물방울이 천장에 꽃힌 목도를 타고 흘러내린다.
물이 부드럽게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습한 대지를 쓸고 지나간다.



알 수 없는 바퀴소리가 들린다.
수지의 코골이가 울린다.
땅 위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던 중이라 더 크게 들리는 걸지도 모른다.










인연.....
이 세계와 나의, 정체모를 연결고리.
이상하게도, 난 이곳에 익숙해져있다.
마치 몇 번 본, 고향에 온 느낌.
이곳의 공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당연히도 원래 세계와의 것과 똑같다.
.............

만약, 정말 내가 이곳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난 원래 이곳에 와야만 했던 걸까?
그 잘난 운명에 이끌려 온,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였던걸까?
그저 이 게임의 스토리의 일부였던 걸까?

그렇다면.....내가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었을까?
그게 내 역할이었을까?
이 게임에서의, 이 세계에서의 역할은 그저 이곳에 오는 것 뿐이었을까?





...언젠가는 그 진실을 알기를 빌며, 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차가운 공기가 고요히 우리를 휘감는다.

------
오늘의 코멘트:다음화는 번외편으로 나갈 예정인데.....만화로 한번 내볼 예정이다.
갑자기 소설로 연재하던 걸 만화로 바꾸겠다는 건 아니고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 편이 내가 살리고 싶은 느낌을 잘 살릴 것 같아서 그렇다. (그래도 최종장에서는 한 번 그렇게 내볼까 생각하고 있긴 함)
내 그림을 봤다면 알겠지만 난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라서 빠르게 찾아오지는 못할거다. 그동안 틈틈히 에피를 써오기는 할 건데 만화 완성되면 한번에 풀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

잠깐 안녕을 고하며, 오늘도 봐줘서, 그리고 20화까지 잘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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