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 노멀, 불살 깨고 몰살 시작하러 가는 길이야
불살 깬지 하루도 안됐는데 분석글을 좀 써볼게
혹시나 안 한 사람 있다면 일단 스포니까 이거 끄고 꼭하셈 두번하셈
내가 게임하다 운게 살면서 딱 두번인데 첫번째가 언더테일이고 두번째가 옐로임
팬게임이니까 그런거지만 이걸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돼

일단 언옐의 불살은 깨고 나서 감동받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 당황스럽고 슬프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맞아?라는 약간의 반발심이 들라고 만든 게 맞아. 확신해

본편에서 귀찮고 힘든 몰살을 굳이 보게 만드는 요소는 '궁금하니까'라면
옐로에서는 플레이어의 정의감과 반발심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불살 끝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본편보다 더 강하게 몰살을 권유하고 있다고 봐
옐로몰살이 귀찮고 힘든지는 아직 몰살 시작도 안해서 말하기 그렇지만... 진짜겁나어렵다는 것만 들어서 긴장 중이야ㅋㅋ
나는 본편 불살 깨고 나서는 한동안 너무 뿌듯해서 몰살하고싶은 생각도 안들었는데 옐로 불살 깨고 나서 든 생각은 딱 이거였음
'?'
'이게 맞아?'


사람이란 게 사회적 관계에 살고 관계에 죽는 동물이라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
본편에선 솔직히 영혼들한테 별 생각 없거나 그냥 어린 나이에 죽다니 안타깝다. 끝 정도의 생각밖에 안 들었을 거야
이름도 생김새도 아무것도 모르는 알록달록한 하트들한테 어떻게 감정이입을 하겠어
그런데 누구보다 몰입해서 플레이하고 게임 내내 함께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이렇게 보낸다고 했더니 바로 응 그래 잘가 너의 희생 본편언텔 오메가플라위전 하면서 기억할게 ㅂㅂ 라고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을까?
물론 본편의 프리퀄이니까 주인공이 어떤 루트에서 반드시 죽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불살하면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정도 좀 들었는데?
아니 다른 무엇보다도, 착하게 살았더니 복이 왔던 본편을 이미 끝내고 온 플레이어가?
심지어 클로버는 프리스크보다 감정표현도 조금 더 상세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더 귀여워 ㅎㅎ
그래서 대부분 플레이어들의 의지는 주인공이 희생하는 결말과는 정반대였겠지
나도 플래시백 시작할 때부터 쎄했는데 클로버가 자기 영혼 주겠다고 해서 그냥 내내 어...?어??어??? 이 상태였어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선택지가 아예 없이 답정너...
Z를 차마 누를 수가 없더라고
이건 순수한 클로버의 의지였고 불살을 깨면서 본편처럼 플레이어와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행동하게 된 거지
본편 불살에서도 프리스크가 플레이어의 의지에서 해방되는 묘사가 나오지만 그건 감동적이었다면 이건 대부분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웠을 거야

물론 클로버는 트루불살에서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했지만 생각해보면 좀 그렇고 그런 부분이 많잖아?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물론 영혼 준다고 할때 격하게 말렸지만)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하고 좋든 싫든 어쨌든 조금이라도 이익을 본 것은 과연 정의인가?
페이크불살에서 모두에게 자비를 베푼 EXP0 순수한 인간을 반격 기회도 안 주고 죽여버린 아스고어는 과연 본편불살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
제작자가 의도한 게 아닌데 언어의 장벽 탓에 내가 너무 나간건지 모르겠지만ㅎ do not deserve(부당하다. 좋은 사람이 나쁜 결과를 얻어서든 그 반대든)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 게 결말 내내 인상 깊었어
아이 한 명의 자발적 희생으로 지하 전체에게 희망을 주고 망자의 한을 이뤄주고 그를 잊지 않았다는 것도 숭고하다기보단 상당히 위험한 소리지
우리는 그걸 사회적 역사적으로 인신공양, 제물이라고 부르기로 했거든

자발적?이라는 것도 따져보면... 애초에 그 나이대 애들한테 자기 목숨 vs 지하세계 몬스터들이라는 선택을 하게 강요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부조리해
스탈로와 페이스티파이브(뜬금없는데 이거 한패팀이 도대체 어떻게 번역했을지 좀 궁금하다) 멤버들 미션 중에 기찻길에서 한 명 죽일지 세 명 죽일지 선택하는 거 있었잖아
많이들 알겠지만 기차 딜레마 혹은 트롤리 딜레마라는 굉장히 유명한 얘기가 모티브야
유명해서 그런지 밈화도 많이 돼있어서 trolley problem이라고 검색해보면 웃긴 짤 많아ㅋㅋㅋㅋㅋㅋ
당신은 지나가는 사람이다. 레버를 바꿔서 지금 5명 쪽으로 향하는 기차를 1명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래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야
정의에 관한 딜레마라 나온 것 같은데 사실 어느 쪽을 고르든 완벽히 정의롭다 난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다!라고 느껴지진 않을걸?
불살 결말에서는 레버를 바꿔서 1명을 희생하는 걸 택했네...
뭐 그게 자신이라는 점에서 기차 딜레마에 완벽히 맞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언더테일의 메타픽션 요소도 잘 이어받은 것 같아
불살은 플레이어(=클로버)가 무엇을 희생해서든 이 괴물들을 살리는 것을 정의관으로 삼았을 때의 루트고
몰살은 플레이어(=클로버)가 괴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인간을 위해 모두 섬멸하는 것을 정의관으로 삼았을 때의 루트겠지
생각해보면 이 세계관에서 정의라는 건 극단적이잖아?
본편도 그렇지만 여기서 노멀도 끝을 맺지 못하고 플레이어를 부르면서 다시 해보라는 식으로 끝나는 이유가 있다고 봐
불살의 정의관을 가졌으면 살해 한 번이라도 하는 순간 망하는 거고
몰살의 정의관을 가졌으면 그래도 불살에서 착했던 친구들 불쌍하다고 하나라도 살려주는 순간 망하겠지
(몰살 안 해봤지만 친구였던 보스 살려주면 탈선하는 건 진짜 100%라고 예측함. 언더테일 팬이라면 뻔하지)

아무튼 본편이 착하게만 살면 정말 동화나 마법처럼 복이 오는데 '그냥 궁금하니까' 그것조차 못참아서 몰살을 하는 이야기라면
이건 확실히 좀 더 어둡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고 봐
현실에서는 착하게 산다고 반드시 나를 포함한 모두를 지킬 수 없을 때도 많으니까
플라위 비주얼도 그렇고 내용이 많이 어두워진듯
플라위는 진짜 보자마자 시@발 뭐야 소리가 나오더라 ㅋㅋㅋ
몰살은 아직 시작도안했어...ㅎ
더 자세한 리뷰는 몰살까지 끝내고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