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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형제가 그렇고 그런 짓 하는 글 (上)

웡웅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27 21:53:01
조회 351 추천 7 댓글 17








1편은 수위가 없다.
여기까지 쓰는데에 한 40분? 50분 정도 걸린듯

퇴고 안했음


2편은 자기위로를 알려주다가 손목이 붙잡힌채로 메챠쿠챠 당하는 샌즈로 돌아오겠다
물론 언제 돌아올진 모름







*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10시였다. 원래 이 시간이 되면 샌즈는 느긋하게 동생이 샤워를 끝내고, 피규어 정리를 다 마치고, 이부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한 후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을 즐겁게 기다렸다. 가끔은 수십 번도 넘게 읽어줬던 동화책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기도 하면서. 허나, 한참을 기다려도 문 너머로 들려오는 건 동생의 당차고 힘찬 목소리가 아닌 아랫층에서 힘없이 탈탈거리는 낡은 세탁기가 내는 소음 뿐이였다.


······.


일찍 잠들었나? 그렇다기엔 오늘 파피루스는 언다인과의 대련도, 순찰도 돌지 않았다. 퍼즐이 고장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바깥을 나간 것을 제외하면, 이 집 밖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언더넷이나 피규어 조립을 하느라 바쁜 것이겠거니 치부하던 샌즈도 이쯤되니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혹시 말 못할 고민이 있다던가, 몸이 좋지 않았다거나. 둘 다 파피루스에게 어울리는 상황은 아니였으나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였다.

샌즈는 다리에 덮힌 이불을 걷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탓에 골반에서 달그락거리며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때마침 품에 안고 있던 동화책이 가슴골을 찔러 약간 따끔거렸다.

약간 열려있던 문틈 사이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문을 열자 바깥은 조용하기만 할 뿐이였고, 해골의 걸음은 곧잘 자신의 동생이 새근거리며 자고 있을 옆방으로 향한다. 어쩌면 파피루스가 철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라고 생각하면서. 멋진 영웅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이야기를 눈이 빠질새라 열중하며 듣던 작은 동생이. 어느덧 이제는 안아주지 않으면 서로 눈을 맞추기도 힘겨울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막상 들어서면 '이젠 형이 없어도 씩씩하게 잘 수 있다'며 뿌듯하게 소리칠지도 모른다. ···샌즈는 만약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도, 오늘까지는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대답하기로 했다. 동화 시간이 필요한 건 자신의 동생 뿐만이 아니였으니까.


- 동생, 벌써 자?


문을 가볍게 노크한 해골이 눈을 느긋하게 즈려 감은채로 미소를 입에 걸었다. 문 너머로 분주하게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이내 어딘가에 걸려 부딪히는 둔탁함이 들려온다.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파피루스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달뜬 숨을 내뱉고 있다.


- 형, 무···, 무슨 일이야? 나는 형이 자는 줄만 알았는데!

- ···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 나처럼 좀 '게을리'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은데.


샌즈는 넉살좋게 웃음을 흘리고서 동생의 어깨를 장난스레 툭툭 두들겼다. 키가 닿지 않아 까치발을 들어야만 했지만. 그러나, 그 뒤에 파피루스가 '읏'하는 짧은 소리를 내뱉은 건 분명 예상치 못한 일이였다. 저런··· 소리를 동생에게서 들은 적이 있던가? 갈 곳을 잃은 손이 잠시 어색하게 허공에 멈춰선다.


- 동화책 읽어주는 시간을 깜빡했잖아, 파피루스.

- ······.

- ···샌즈, 오늘은 동화 없이도 괜찮을 것 같아. 그, 그러니까···.


돌아가 줘. 그 말은 평소와 다르게 짐짓 차가운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늘상 실실거리며 웃기만 하는 샌즈도 사뭇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동생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심장이 따끔거리는 이유가 단순히 가슴골에 책 모서리가 닿았기 때문일까?

아니.


- ···오늘까지만 읽어주는 건 어때? 저번에 주인공이 친구를 불구덩이에서 번쩍 들어 구해내는 부분에서 잠들어 버렸잖아, 동생.


그 뒤는 파피루스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였다. 단짝 친구와 온갖 사람들에게 키스 세례를 받으며 마구 추켜 세워지는 주인공. 동생은 늘 그 부분을 읽어줄때면 그 누구보다 눈을 반짝거리며 자신이 얼마나 자신의 친구들과 괴물들을 멋지게 구해낼지에 대한 낭설을 시작하곤 했었다.


- 아냐, 형. 난 정말 괜찮으니까 이만 가줘.


해골은 순간 등골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거절 당하는 건 처음인데, 이건···. 단순히 몸이 안좋다거나 철이 들었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니였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 없었다. 샌즈는 자신의 동생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다가갈 수록 파피루스는 점점 뒷걸음질만 치며 물러난다.


- 파피루스, 팝···, 동생.

- ·········.


결국 제 동생의 등이 벽에 맞붙고 나서야, 해골은 고개를 올려 그 표정을 바라보았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얼굴. 낯빛이 미묘하게 창백한 듯 싶다가도 꼭 화난 괴물처럼 울그락풀그락 달아오르는 그 얼굴이···.


- ···헤, 내가 불편해?


파피루스가 고개를 거세게 내젓는다.


- ······그럼, 동생아. 곤란한 일이 있으면 말해주는 게 어때.


형제 좋다는 게 뭐겠어, 응? 샌즈는 어린 아이를 달래고 어르듯 다정하게 물음을 건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꾸짖지 않을게. 라는 마음이 가득 묻어나오는 어투였다. 파피루스는 두 손을 분주하게 꿈질거리다 이내 고개를 숙여 자신의 형과 시선을 맞췄다. 달싹거리던 입이 천천히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요 근래에 자꾸만 몸이 뜨겁고, 누군가와 맞닿고 싶고, 몇시간을 내리 달린 것처럼 계속 심장이 뛴다고. 아래가 욱신거리고 아려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면서.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해골은 그 '누군가'가 어떤 괴물일지는 생각치도 않고, 자신의 동생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랑하는 괴물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라고. 훌륭한 어른이 되는 한 과정일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그제까지도 샌즈의 미소는 줄곧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파피루스가 '그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걸 밝히기 전까지.


- ······뭐?

- ···그래서 형을 마주치기 좀 그랬어. 무, 물론! 이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이 이까짓 사소한 증상 따위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만!


샌즈는 멍하니 동생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축소된 동공이 다시 커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해골은 상기된 자신의 동생과, 약간 부풀어 오른 바짓춤, 방 안에 한가득 넘실거리는 열기, 홧홧하게 뜨거워지는 몸을 떠올렸다. 그 모든 원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까지 생각이 가닿고 나서야 샌즈는 동생의 손을 붙잡아 침대로 향했다.


- 파피루스.

- ···샌즈 형?

-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알려줄게. 그러니까···.


저게 단순한 형제애가 아닌 자신을 향한 욕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선 안된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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