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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의 무하마드 알리 이야기]②Save me, Joe Louis

나윤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3.25 00:20:45
조회 105 추천 0 댓글 7

오래 전 미국 남부의 한 주에서는 작은 방에 독가스를 넣어 사형수를 처형하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 그 방법이 사용된 후 한동안 사형수가 죽음을 맞이하는 집행실에는 마이크가 설치됐다.

사형이 집행되는 작은 방에 독가스가 나오는 알약을 넣고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죽음의 순간 사형수가 어떤 말을 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이 사용된 후 처음으로 마이크가 설치된 그 방에 들어온 사형수는 역시 흑인이었다. 독가스가 담긴 알약이 방에 떨어지고 가스가 서서히 피어 올랐다.

이윽고 죽음을 눈 앞에 둔 흑인 사형수의 애처롭고도 처절한 절규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 나왔다. “세이브 미 조 루이스(Save me Joe Louis), 세이브 미 조 루이스, 세이브 미 조 루이스.”

이는 60년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자신의 저서 ‘Why We Can’t Wait’에서 밝힌 내용이다.

자신의 숨이 끊어지는 절박한 순간 그 젊은 흑인은 어머니도 아니고 신도 아닌 조 루이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조 루이스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30년대 후반부터 40년대 세계 헤비급 무대를 평정한 복서 조 루이스를 말한다. 37년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올라 49년까지 무려 12년동안 25차 방어전에 성공해 ‘갈색 폭격기(Brown bomber)’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뉴욕 양키스의 별명으로 지금도 사용되는 ‘브롱스의 폭격기(Bronx bomber)’도 바로 조 루이스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었다. 상대팀 마운드를 초토화하는 양키스의 막강한 공격력을 ‘철권’ 조 루이스가 상대방을 때려 눕히는 것이 비슷한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조 루이스는 얼마 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 인기를 모은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신데렐라 맨’의 실제 인물인 제임스 브래덕을 누르고 챔피언에 올라 젊은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이름이다.

아무튼 그는 링위에 서 있는 한 슈퍼맨이자 신과 같은 존재였다. 통산 67승(53KO)3패를 기록했고, 독일 민족의 표상과도 같던 막스 슈멜링을 이겨 독재자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중에는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어 타이틀을 반납하고 은퇴를 했다.

암울한 인종차별의 시대에 루이스는 흑인들에게 한줄기 빛이었고 희망이자 자랑이었다. 그는 모든 흑인들의 우상이었고 흑인도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표본이었다.

미국 언론은 운동선수가 그의 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말할 때 이 이야기를 자주 인용한다. 죽어가는 사형수에게 흑인사회의 신화가 된 조 루이스는 흑인들에게 어머니보다, 하나님보다 더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조 루이스의 위대함을 말해주는 이 이야기에서 당시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는 흑인들의 고립무원의 처지를 느낀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19세기 노예해방이 되고 이어 참정권을 얻는 등 흑인들도 엄연한 시민이 됐지만 그들은 여전히 차별과 불평등속에 신음하고 있었다. 병원, 극장, 식당 등 모든 게 나누어져 있었고, 버스마저도 흑인자리와 백인자리가 구분돼 있었다.

흑인들에 대한 린치는 거리낌없이 행해져 한 흑인이 미모의 백인 여성을 쳐다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린치를 당해 눈알이 뽑히는 사건도 발생했다. 흑인을 살해한 백인은 터무니 없이 가벼운 형량만을 선고 받아 금세 풀려나는 일도 흔했다.

아무리 유명한 운동선수라도 피부색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36년 베를린 올림픽 육상 4관왕인 제시 오웬스는 올림픽이 끝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말과 경주를 하는 등 서커스로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47년 재키 로빈슨이 브루클린 다저스에 입단, 인종의 벽을 허물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백인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관중석은 여전히 흑인석과 백인석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흑인들은 그들의 형제가 혹시나 백인들에게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1위 행크 애런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딸이 학교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연사로 초청받은 한 백인 클럽의 행사장에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하다못해 슈퍼맨이자 신과도 같은 조 루이스에게도 매니저가 정한 금지 사항이 있었으니 ‘백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백인 여성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훗날 무하마드 알리가 된 흑인 노예의 후손 캐시어스 클레이도 그런 시대를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야 했다.

가난한 화가인 아버지가 그리는 신과 천사는 왜 모두 백인이어야만 할까. 클레이는 미국에서도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는 야구 방망이와 인종 차별로 유명한 켄터키 루이빌에서 훗날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펼칠 ‘나비’로 자라났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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