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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의 알리 이야기]'어둠의 철권'소니 리스턴①

나윤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3.25 00:32:12
조회 621 추천 7 댓글 2

90년대 초반 히트 친 ‘벅시(Bugsy)’라는 영화가 있다.

황량한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플라밍고’라는 도박장을 만들어 지금의 호화찬란한 도박과 환락의 도시를 만든 전설적인 갱스터 ‘벅시 시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워렌 티비,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다.

그 영화에서 벅시 시겔은 조직의 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두목인 러키 루치아노가 보낸 하수인에게 암살당하는 비운으로 삶을 마감한다.

그 영화에서 영화광인 벅시 시겔은 어두운 거실에서 흑백 영화 영사기를 돌려놓고 영사기에서 쏘여지는 흐릿한 입자의 어두운 빛 속에서 암살자의 총탄에 맞는다.

소니 리스턴. 그는 바로 ‘어둠의 철권’이었다. 헤비급 역사상 가장 강한 주먹을 가진 몇몇 챔피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고, 체구에 걸맞지 않는 테크닉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인생은 어둡고 칙칙했다.

바로 벅시를 암살한 마피아 보스 폴 존 카르보가 리스턴의 매니저였다. 늘 범죄와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의 매니저가 거물급 마피아 보스였으니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또 복싱계는 그의 살인적인 펀치와 놀라운 기량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챔피언 도전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세계헤비급 챔피언이라면 미국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 하고 청소년들에게도 훌륭한 롤 모델이 돼야 할 자리지만 어느 면에서도 리스턴은 그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리스턴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50년대 후반 미국 중산층 가정에는 “말을 안들으면 리스턴을 데려올거야”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오래 전 “말 안들으면 호랑이가 잡아갈거야”라는 말과 다름없는 말로 당시 리스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삶은 당시 밑바닥 흑인들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생일도 분명치 않다. 리스턴이 처음 프로에 데뷔할 때 자격증을 따내기 위해 만든 출생 증명서에는 1932년생으로 돼 있으나 초창기 그의 경찰 체포 기록에는 1927년생, 또는 1928년생으로 돼 있다.

그의 아버지 투비 리스턴은 아칸소주 리틀록 인근의 목화 농장에서 목화를 따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다. 투비 리스턴은 소니 리스턴의 어머니까지 두 번 결혼을 하며 무려 25명의 자녀를 낳았다.

25명의 자식 이름 외우기도 벅찬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이나 가정 생활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리스턴의 집 앞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나무에 간단히 그 일을 새겨 놓았다고 한다.

물론 25명 가운데 일부 자녀의 출산도 거기에 새겨져 있었고 특히 리스턴의 생일도 거기에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그 나무를 베어버렸고 이후 리스턴 출산의 흔적은 영영 찾을 수 없게 됐다.

아무튼 리스턴의 어머니는 가출한 뒤 세인트루이스에 정착했고 리스턴은 그런 어머니를 따라 세인트루이스에서 새롭게 시작을 했다.

그러나 비슷한 나이 또래에 엄청나게 큰 체격과 힘을 자랑하는 리스턴은 범죄세계에 빠져 들었고 어린 나이에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그가 처음 경찰에 체포된 것은 1949년 12월말 크리스마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6달러를 빼앗은 강도혐의로 수배됐고 거듭된 푼돈 강도짓 끝에 1950년 1월 체포돼 5년 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교도소행은 그에게 축복이었다. 교도소 음식은 그의 생애 최고의 음식이었고, 더욱더 큰 축복은 거기서 스티븐슨 신부를 만나 복싱을 배우게 됐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동차 절도로 수감된 세인트루이스 아마 복싱챔피언 샘 이브랜드에게 복싱을 배웠다. 왼손 잽을 던지는 것만을 배우고 단숨에 교소도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사실 그의 레프트 잽은 헤비급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으로 그는 프로에 데뷔한 뒤 레프트 잽만으로도 수 많은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스티븐슨 신부는 리스턴의 복싱 자질을 살리기 위해 리스턴의 가석방을 추진해 결국 뜻을 이뤘다. 하지만 복싱 때문에 달라질 것 같았던 리스턴의 인생은 다시 한 번 꼬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만으로 리스턴을 가석방 시키기 어려웠던 스티브슨 신부는 프랭크 미첼이라는 흑인 잡지사 편집장과 함께 힘을 써 1952년 가석방을 실현시켰다. 미첼은 바로 세인트루이스 마피아 존 비탈리와 가까운 사이로 결국 리스턴이 거물급 마피아 카르보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신부의 힘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 때문에 마피아에 줄이 닿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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