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음성방송기기가 설치된 곳을 지나서 바위 전망대에 오르니 방금 지나친 통신대와 제 2 전망대가 잘 조망된다. 그리고 호매실 인터체인지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왼쪽으로 보이는데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그 쪽으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듯하다.
   바위 전망대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서 나무계단길과 짧은 바위지대를 지나면 헬리포트가 나오고 헬리포트에서 잠시 오르면 삼각점이 설치된 쉼터인, 해발 238.8 미터의 칠보산 정상이다.
   칠보산 정상에서 5분 정도 쉬다가 일어선다. 일몰이 다가오고 있는 시각이다.

등로의 기암 3.

자동음성방송기기.

바위 전망대.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 2 전망대와 통신대, 호매실 인터체인지까지 뻗은 칠보산 능선.

헬리포트.

칠보산의 유래 안내판.

칠보산 정상의 석양과 나무벤취 밑의 삼각점.

칠보산 정상의 전경 - 해발 238,8 미터.

   바닥에 갈비들이 흩어져 있고 솔 냄새가 물씬 나는 지릉길을 걷노라니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칠보산 정상에서 13분 만에 잠종장 정상에 닿고 여기서 33분 만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삼거리 두 군데를 지나서 체력단련시설이 설치된 개심사 정상에 닿는다.
   개심사 정상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10분 쯤 나아가니 기암들이 여러 개 우뚝 서 있고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가진바위 전망대라고도 부르는 제 1 전망대에 이른다. 무엇 때문에 가진바위 전망대라고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팔각정에 올라서 야경을 한 장 찍는데 팔각정 바로 밑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헤드랜턴을 비춰 보니 검은 셰퍼드 같은 짐승 한 마리가 수원 쪽의 산비탈을 올라오고 있다. 이 짐승은 팔각정 바로 밑의 비탈까지 올라왔다가 먹이를 찾는지 코를 땅에 박고 냄새를 맡다가 불빛을 비추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감지했는지 내색하지도 않고 칠보산 약수터가 있는 하산로 쪽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종적을 감춘다. 머리는 수풀에 가려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검은 색에 가까운 진회색의 뚱뚱한 몸통에 하늘 위로 말려 올라간 꼬리를 보니 멧돼지가 틀림없는데 다 큰 것은 아니고 100 킬로그램 가량 되는 듯했다.
   멧돼지가 시야에서 사라진 직후 무심코 습관적으로 야경을 다시 한 장 더 찍으려다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카메라를 얼른 포켓에 집어넣고 만일 멧돼지가 공격을 해 오면 방어하기 위해 쌍스틱을 펴고 무릎에 에어파스를 뿌려서 배낭에 든 간식 냄새를 차단하고 멧돼지가 싫어할 듯한 냄새를 퍼뜨린다.
   그리고 팔각정에서 내려가서 얼른 하산하려고 했지만 도망을 치지도 않고 소리도 없이 사라진 멧돼지가 비탈에 숨어 있다가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어 공격하면 큰 부상을 당할 듯하여 핸드폰으로 119에 긴급 구조 신고를 한다.
   소방서에 위치를 알려주니 여러번 전화로 위치와 상황을 확인하는데 구조 차량이 용화사 쪽으로 갔다고 하여 반대쪽인 칠보산 약수터 쪽으로 오면 20분내에 이 곳까지 올 수 있다고 말하니 차를 돌려서 이 쪽으로 오겠다고 한다.
   낮에는 따뜻했던 날씨가 밤이 되자 바람이 세차게 불고 추워져서 떨리기 시작하는데 보온병에 든 녹차가 아직도 따뜻해서 가끔 한모금씩 마시며 추위를 달래다보니 전화를 건 지 50분 만에 수십 미터 앞에서 서치라이트 같이 강렬한 불빛을 보고 그 길로 걸어가서 동물 포획도구를 가져온 세 명의 소방대원들과 함께 하산하게 된다. 그런데 개라면 모를까 100 킬로그램이 넘는 야생의 힘센 멧돼지를 잡으려면 그물이나 마취총 정도는 있어야지 목에 걸어서 포획하는 도구로는 큰 무리일 듯했다.
   소방대원들은 칠보산에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는 처음이라며 잘못 본 게 아니냐고 믿지 않는 눈치다.
   아무튼 20여분 만에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날머리인 칠보산 약수터까지 내려오니 소방서 구조차가 대기하고 있다. 임도가 나 있는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20여분을 달려 성균관대 입구역 앞에서 내려줘서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전철을 타려니 전철역에 부착된 시계는 1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다. 긴장이 풀어지면서 공포심 때문에 잊고 있었던 허기가 밀려 와서 전철역 앞의 김밥집에서 오징어덮밥을 시켜 먹고 전철에 앉아 꾸벅 꾸벅 졸면서 귀가한다.

   이 지면을 빌어 긴급 출동하여 멧돼지의 위협에서 구조해 준 소방대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바닥에 갈비들이 흩어져 있는, 솔 냄새가 물씬 나는 지릉길 1.

잠종장 정상.

바닥에 갈비들이 흩어져 있는, 솔 냄새가 물씬 나는 지릉길 2.

구불구불 이어지는 능선길 1.

구불구불 이어지는 능선길 2.

바닥에 갈비들이 흩어져 있는, 솔 냄새가 물씬 나는 지릉길 3.

개심사 정상의 체력단련시설.

제 1 전망대(가진바위 전망대)의 기암 1.

제 1 전망대(가진바위 전망대)의 기암 2.

제 1 전망대(가진바위 전망대)의 팔각정.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