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호화저택 거실에 4명이 둘러앉아 있다.

아버지, 어머니, 딸 지수 그리고 과외교사 미진.

.

미진: 아버님, 어머님! 보셨죠? 우리 지수가 전교 1등.

어머니: 정말 감사해요.

미진: 저만 믿으시라고 했잖아요.

아버지: 반에서 20등 하던 아이를 전교 1등으로 만들다니.

미진: 부모님 바람대로 서울의대 합격 보장합니다.

어머니: 저희도 도울게요. 뭐든지 말만 하세요.

미진: 그럼 한가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어머니: 예, 뭐든 부담갖지 마시고.

미진: 이 저택의 소유권을 저에게 넘겨 주세요.

아버지: 네? 소유권 이전? 무슨 말씀이신지.

미진: 지수가 가족을 싫어해요.

어머니: 지수야! 선생님 말씀이 맞아?

지수: 맞아요.

아버지: 아니 어째서?

지수: 저번에 지철 오빠가 절 무시했어요.

어머니: 무시하다니?

지수: 오빠나 아빠나 제가 인사하는데 받아주지도 않고.

아버지: 그래도 이건.

미진: 소유권을 저에게 넘기고 가족은 이 집에서 나가 주세요.

아버지: 아니 우리가 선생님을 얼마나 지원해 드렸는데.

미진: 아버님이 지수를 위해 뭘 하셨죠? 개저씨처럼 골프나 치고.

아버지: 계약금으로 1억원을 드렸고, 서울의대 보내면 10억원 드리잖아요.

미진: 그걸로는 만족 못해요. 이 저택을 저에게 넘겨주세요.

어머니: 이 집 가격이 20억원인데 욕심이 과하지 않나요?

미진: 지수가 저 아니면 안된다잖아요. 가족 모두 나가 주세요.

아버지: 이건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라구! 범죄야!

미진: 이미 다 알아봤어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어머니: 설마설마 해서 말을 안했는데. 저번에 속닥거리는 거 다 들었어요.

아버지: 무슨 일 있었어?

어머니: 미진 선생님이 보조 교사랑 지수 빼돌리자고 이야기하더라고.

아버지: 그럼 그렇지. 이건 범죄야!

미진: 제가 지수를 이미 빼돌렸나요? 지수는 아직 여기 같이 있잖아요.

아버지: 범죄를 완료하지 않았지만 미수범에는 해당하겠지.

미진: 미수범이 되려면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해요.

어머니: 계획을 짜고 캐피탈 회사에 투자를 문의했으면 실행에 착수한 거죠.

미진: 계획은 예비나 음모에 해당할 뿐이고 미수범으로 나아가지 않았어요.

아버지: 실행에 착수하지 않았으니 미수범도 아니다? 거 참 법이 신기하네.

미진: 소유권을 넘기고 빨리 집에서 나가주세요.

아버지: 흥, 어림 없는 소리. 오늘부로 당신을 해고하겠소.

미진: 말도 안돼. 지수는 저 아니면 안돼요.

어머니: 빨리 짐 챙겨서 나가요.

지수: 아빠, 엄마 왜 이러세요! 저는 선생님 없으면 안돼요.

어머니: 지수야, 우리가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너도 알잖아.

지수: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넘어가지 마세요. 결과를 보여주세요.

미진: 저는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끼며 지수를 가르쳤어요. 이러실 순 없어요.

아버지: 원룸을 얻어줄테니 거기서 과외교사 노릇만 충실하세요.

지수: 안돼! 선생님께 이 집 소유권을 넘겨달란 말이야. 그리고 나가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