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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죽지도 않고 돌아와버린 흑댕이 '디레지에'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12 15:55:47
조회 5650 추천 6 댓글 9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불로불사'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 그 영속성에 분명한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지며 슬픔과 고독을 영원히 곱씹어야 하고, 끝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면 결국엔 전부 해본 것이고 전부 아는 것이 되어 결국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되므로 단점 또한 명확한 속성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작물에서 불로불사는 보통 악의 최종보스들이 가지고 있거나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이만한 속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참신하고 그럴듯한 방법을 조리있게 묘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수준의 파워 인플레이션이 벌어지거나 설정이 파괴되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등장하여 해결하면서 개연성이 망가지기 쉬운 탓에 '불로불사의 존재'라는 설정은 창작물에서 다루기에는 참 골치아픈 속성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가뭄에 콩나듯 불로불사의 존재가 선하거나 최소한 중립에 가깝다면 설득을 통해 끝이 보이지 않는 지식과 생명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말도 안되게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가능성이 있겠지만, 만약 그런 존재가 화가 나서 모든 것에 복수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던전앤파이터'에서 서사 상으로 2010년에 퇴장당했다가 무려 15년의 세월을 넘어서 2025년에 최종보스로 돌아온 흑댕이 '디레지에' 이야기다.
 


보기엔 무섭게 생겼어도 알고 보면 불쌍한 댕댕이입니다
 
흉악하게 생긴 모습과 달리 디레지에는 생각보다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수많은 사도들이 힐더의 계략에 의해 던전앤파이터의 배경인 아라드 행성이라는 낯선 환경으로 전이됐고 전부 밥을 굶고 약해져서 서서히 죽어갔으며 그나마 생존을 위해 움직였다가 살아있는 그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사냥당하는 엔딩을 맞이했다.
 
디레지에는 그나마 먼저 건너와서 죽임당한 시로코의 잔재가 전이 사태의 원흉을 귀띔해준 덕분에 딱히 문제가 될만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그저 전이된 그 자리에서 묵묵히 머무르고만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디레지에는 온몸이 온갖 질병으로 듫끓는 불로불사의 존재라는 것이다. 디레지에가 암만 가만히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어도 불로불사의 속성 때문에 주변 모든 것을 질병에 감염시켜 죽이면서 자기는 끝까지 살아남는 탓에 '슈퍼 보균자'로 남을 수 밖에 없었고, 다른 사도와 달리 가만히 있어도 그 미친 존재감이 힐더의 연단된 칼날이라 불리는 모험가를 자연스레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모두 죽기 마련입니다. 나만 빼고
 
심지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질병을 견뎌낸 극소수의 존재들은 이를 퍼뜨리는 것이 사명이라면서 디레지에의 뜻을 곡해하여 난동을 부리고 다닌 덕분에 힐더의 계획을 막기 위해 사도를 보호하려는 조직 '그림시커'에서도 디레지에는 부득이하게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지정하게 된다.
 
​결국 모험가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노스마이어의 레쉬폰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희생양을 낳은 탓에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가 죄악으로 터부시됐고 상상을 초월하는 복수심과 악의를 한 몸에 받으면서 일전을 벌이게 된다.
 
​썩어도 준치, 아니 사도라서 그런 것일까? 온갖 버프를 떡칠한 모험가를 상대로 디레지에는 약해졌을지언정 결코 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로불사와 질병의 힘으로 판정승을 노릴만 했으나 이때를 노린 힐더 사장의 개입으로 인해 다른 차원으로 쫓겨나 유폐당하는 신세가 됐다. 보통은 이 지점에서 생각을 그만두는 것으로 엔딩을 내기 마련이다.
 


형 아직 안 죽었다
 
그러나 또 그놈의 불로불사 속성 때문에 죽지 않은 채로 영원히 몸이 찢겨져나가는 고통을 겪은 끝에 대체 뭘 잘못한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디레지에는 화가 잔뜩 나버렸고 그렇게 찢겨져나간 몸뚱아리 일부가 15년동안 꾸준히 아라드로 건너오면서 강퇴당했음에도 그가 건재함을 알렸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의 흑댕이가 돌아오면 진짜 큰일이 난다는 것을 다들 인지하고 있는지라 '검은 차원'이나 '시로코의 재림' 당시에도 디레지에와 관련된 정황증거만 나왔다 하면 최우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라드 내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았던, 안개로 뒤덮인 하늘 아래 첫번째 땅 '선계'에서 발견되고 말았다.
 
환란의 땅에서 퍼져나가며 요괴들을 들끓게 하는 요기의 정체가 다름 아닌 디레지에가 지닌 질병의 힘이었고 요마왕 마키아는 다른 누구도 아닌 디레지에 본인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님 그거 녹아내릴 것만 같은 게 아니라, 잘못하면 진짜 녹아요;;
 
물론, 해당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중천 시즌 초입 스토리까지 디레지에는 완전히 부활하지 않은 고치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지만, 2025년 하반기에는 그를 최종보스로 낙점지은 레이드 콘텐츠가 예고되어 있는만큼 부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과연 15년 만에 돌아온 불로불사의 질병 흑댕이를 개연성 있는 방법으로 치울 방법은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게임을 즐기며 그 결말을 목도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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