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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게임백과사전] 궤적 이전에 가가브가 있었다. 20년 넘게 팬들을 감동시킨 영웅전설 시리즈

게임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22 10:49:45
조회 5722 추천 12 댓글 16
이스와 함께 팔콤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가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영웅전설 시리즈는 1989년 이셀하사 편을 시작으로, 2기 가가브 트릴로지,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3기 궤적 시리즈까지 30년 넘게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제 곧 궤적 시리즈의 20주년 기념작이자 궤적 스토리의 클라이맥스가 될 계의 궤적이 발매될 예정입니다. 팔콤의 콘도 토시히로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계의 궤적이 마지막은 아니지만, 전체 스토리의 90%가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하니, 몇 년 내로 궤적 시리즈도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 같네요.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가 될 계의 궤적



아무래도 궤적 시리즈가 가장 오랜 기간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다보니, 현 시점에서는 영웅전설이라고 하면 당연히 궤적 시리즈를 떠올리게 될텐데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하얀 마녀, 주홍물방울, 바다의 함가로 이어지는 가가브 트릴로지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아기자한 SD 캐릭터와 지나가는 NPC까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영웅전설 시리즈만의 독특한 개성을 완성시킨 시리즈이니까요.

​특히, 3편 하얀 마녀는 일본에서 영웅전설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게임으로, 콘도 토시히로 대표를 비롯해 지금까지 팔콤을 성장시킨 주요 인물들이 이 게임에 감동을 받아서 팔콤에 입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이제는 찾기도 힘들지만, 마침 파우게임즈에서 팔콤과 IP 계약을 해서 가가브 트릴로지를 모바일 게임으로 내놓았습니다. 모바일 게임이라 확률형 뽑기가 들어가 있으니 반발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즐기기 힘들어진 명작을 다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응원을 하고 싶네요. 그래서 궤적 이전에 영웅전설의 역사를 만든 가가브 트릴로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영웅전설 시리즈는 원래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팔콤의 인기 시리즈의 6편으로 제작됐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개별 시리즈로 독립한 작품입니다. 1편과 2편을 모아서 이셀하사편이라 부르는데, 국내에는 만트라를 통해 한글화되어 발매됐지만, 당시 유명한 게임도 아니었고, PC가 많이 보급된 시절도 아니다보니, 그다지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1편은 지금 세대는 보지도 못했을 플로피 디스크로 발매됐으니까요.

​영웅전설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가가브 트릴로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3편 하얀 마녀부터입니다. 이 역시 만트라를 통해 국내 유통됐는데, 일본판은 11장이나 되는 플로피 디스크로 발매됐지만, 국내에서는 CD롬으로 발매됐습니다.​


평범한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하얀마녀가 지금도 전설적인 게임으로 남아있는 것은 당시 고전RPG의 형식을 깨는 스토리 덕분입니다. 한 영웅이 성장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는 강력한 악당과 싸우게 되는 전형적인 왕도형 용사물 스토리가 기존의 RPG였다면, 하얀 마녀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조금씩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게 된다는 좀 더 복잡한 구도의 스토리를 선보였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인 쥬리오와 크리스는 라그픽 마을 출신의 지극히 평범한 소년, 소녀입니다. 숨겨진 출생의 비밀 같은 것도 없고, 엄청난 능력을 물려받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성인이 되어 마을의 전통인 순례 여행을 떠나게 된 것 뿐입니다.


그 시절 많은 이들을 울게 만든 하얀 마녀



하지만, 순례 여행 도중에 20년 전 그들과 같은 순례 여행을 떠났던 하얀 마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사람들에게 일어날 나쁜 일을 예언해서 마녀라 불리게 된 그녀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게 됩니다. 아직 스토리를 감상하지 않은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하얀 마녀라 불린 그녀의 숭고한 희생 정신과 함께, 악인도 태어날 때부터 악했던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그려낸 스토리가 계속 여운을 남깁니다.

​전투 시스템만 보자면 캐릭터들이 미리 설정해둔 명령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을 복장 터지게 만드는 게임이었지만, 이 스토리가 주는 여운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하얀 마녀가 최고의 RPG로 기억되게 만드는 것 같네요. 이 때 많은 이들을 속 터지게 만들었던 전투 시스템은 다행스럽게 이후 새롭게 발매된 신영웅전설3에서 어느 정도 제어를 할 수 있게 변경됐습니다.​


오픈 시나리오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영웅전설4 주홍물방울



그 뒤 이어 발매된 영웅전설4 주홍물방울은 좀 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이 역시 지극히 평범한 청년인 어빈이 어린 시절 사교도들의 침공 때문에 헤어지게 된 여동생 아이멜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어빈이 모험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오픈 시나리오 형태로 만들어서,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인물들의 뒷 얘기를 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높은 자유도 때문에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약해져서 일본에서는 3편보다 인기가 낮았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오픈 시나리오의 매력 덕분에 3편 못지 않게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만, 개별적인 이야기의 비중을 높인 오픈 시나리오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나중에 발매된 신영웅전설4에서는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하고, 오픈 시나리오를 폐지했습니다. 오픈 시나리오를 통한 자유도는 신선한 느낌을 줬지만, 기존 시리즈와의 연계성에서 많은 설정 오류를 만들었거든요.

​특히 가가브 트릴로지의 연대기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3편이 가장 나중의 이야기이고, 4편이 시작, 그리고 5편인 바다의 함가가 중간이다보니, 4편의 설정 오류가 굉장히 치명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 영웅전설4보다는 아루온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된 신영웅전설4를 플레이한 분들이 많다보니, 오픈 시나리오 시절의 영웅전설4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루온게임즈를 통해 국내 서비스된 신영웅전설4



가가브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완성한 영웅전설5 바다의 함가는 그동안 영웅전설 시리즈 국내 유통을 맡았던 만트라가 없어지고, 그리고 신영웅전설3를 발매했던 인터소프트도 폐업하면서 한국후지쯔가 국내 정식 발매를 했습니다.

​가가브 트릴로지 연대기상 4편과 3편의 중간 이야기를 다루면서, 기존 작품에서 풀리지 않았던 많은 비밀들이 밝혀져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작품이기도 하고, 음유시인이라는 색다른 주인공을 통해서 매력적인 BGM들을 선보이면서, 노래하는 RPG라는 별명을 얻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전투 시스템은 신영웅전설3를 통해 선보인 반자동 전투 시스템을 발전시켜서 속도를 높였고, 공명석을 활용한 연주로 마법을 사용하고, 그리고 두명이 합주를 통해 더욱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는 색다른 시스템이 신선한 재미를 줬습니다.


매력적인 연주를 들려준 맥베인 악단



지금이야 고전 JPPG의 명작으로 칭송받고 있긴 하지만, 발매 당시에는 명성만큼 판매량이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는 와레즈로 인해 모든 PC 게임들이 피해를 받던 시기였다보니, 많은 기대를 받고 발매된 영웅전설5 바다의 함가 역시 기대 만큼 판매량을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한국후지쯔는 영웅전설5 바다의 함가 외에 프린세스메이커5 등을 유통했는데, 판매량이 높지 않아서 한국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때문에, 영웅전설 3, 4, 5가 모두 게임잡지 부록으로 출시된 가슴아픈 시절이었네요.

​게다가 이후 발매된 신영웅전설4는 영웅전설5와 쯔바이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국내에서 패키지 발매가 안될뻔 했는데, 이후 팔콤 팬들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아루온게임즈의 등장 덕분에 국내 정식 발매가 됐지만, 아루온게임즈의 폐업과 동시에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 됐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화이트, 레드, 블루 패키지로 불리는 가가브 트릴로지 한정판이 굉장히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발매됐는데,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어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PSP로도 가가브 트릴로지가 발매됐는데, 국내에는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많은 팔콤 팬들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아루온게임즈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영웅전설6 하늘의 궤적 등 팔콤 게임을 플레이 타임에 따라 과금을 하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서비스하다가, 이용자 감소로 인해 폐업해서, 아루온게임즈를 통해 구입했던 신영웅전설4, 하늘의 궤적 시리즈는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대신에 소니가 PS 비타로 하늘의 궤적 시리즈를 한글 발매하면서, 이후 궤적 시리즈가 국내에 꾸준히 발매되는 토대를 닦았습니다.

​팔콤의 발표에 따르면 계의 궤적 이후에 하늘의 궤적 시리즈의 리메이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가브 트릴로지의 리메이크는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궤적 시리즈의 마무리가 우선이다보니,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하네요. 파우게임즈를 통해 부활한 가가브 트릴로지도 감사한 일이지만, 팔콤이 직접 부활시킨 가가브 트릴로지를 보고 싶긴 합니다. 계의 궤적 발매 이후에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전성기를 가져온 궤적 시리즈의 역사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게임 저널 - 게임동아 (game.donga.com)



▶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 '영웅전설 계의 궤적' 팝업스토어 열린다▶ [동아 게임 백과사전] E3 밀어내고 세계 최고 게임쇼가 된 게임스컴, 그 역사는?▶ '영웅전설 계의 궤적 -Farewell, O Zemuria-', 11일 선주문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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