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기반으로 한 막대한 수익을 위해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면서, 싱글 게임을 외면하던 국내 게임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뽑기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MMORPG 장르의 선호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콘솔 플랫폼 강화에 힘써야 하는 시대가 오면서, 해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싱글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케팅 경쟁이 덜한 스팀 플랫폼에 도전하는 인디 게임사들만 싱글 게임을 만드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대형 게임사들도 스팀 플랫폼을 겨냥한 싱글 게임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싱글 게임 도전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싱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 인디 게임 퍼블리싱을 선택한 네오위즈가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로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덕분이다.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인디 게임이 스팀 플랫폼에서 100만장을 돌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등을 통해 스팀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네오위즈가 협력한 덕분에, 국내 인디 게임 최초로 100만장을 돌파했으며, 이제는 PS4,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까지 확장하면서 글로벌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게임이 됐다.
네오위즈는 이후에도 산나비, 사망여각 등 다른 인디 게임으로도 계속 성공을 이어갔으며, 이후 자체 개발한 콘솔 대작 ‘P의 거짓’까지 성공시키면서 국산 싱글 게임을 대표하는 회사로 자리잡은 상태다.
국산 인디 게임 100만장 시대를 연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한 것은 넥슨이 실험적이고 참신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양 어드벤처와 경영 시뮬레이션을 섞은 색다른 장르와 추억의 픽셀 그래픽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면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보다 더 빠른 속도로 200만장을 돌파했으며, 뒤 이어 스위치 버전도 출시되면서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한 게임이 됐다. 해외 트리플A급 게임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글로벌 400만장 돌파한 데이브 더 다이버
이런 게임들 덕분에 싱글 게임도 잘 만들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더불어 부정적이었던 게임사에 대한 이미지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다른 대형 게임사들도 싱글 게임 프로젝트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독립 스튜디오 제체로 변신을 선언한 크래프톤은 지난해 5민랩에서 톱다운 슈팅 게임 ‘킬 더 크로우즈’를 선보이더니, 올해 초에는 플라이웨이 게임즈에서 뱀파이어서바이벌 스타일의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를 선보이고, 랠루게임즈에서는 AI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과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선보였다.
또한,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신작 로그라이크 덱빌딩 RTS ‘커맨더 퀘스트’와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 ‘커스베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작 위주로 게임을 개발하는 대형 게임사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빠른 개발 속도다.
놀라운 개발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플라이웨이게임즈
핵앤슬래시 ‘패스오브엑자일’, 서브컬쳐 게임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다양한 장르로 호평을 받고 있었으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 이후 4연속 MMORPG를 꺼내면서 많은 비판을 받은 카카오게임즈도 자회사 오션 드라이브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를 오는 11월 5일 스팀 얼리액세스로 선보인다.
지난 2022년에 선보였던 ‘로스트 아이돌론스’에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게임성을 개선한 신작인 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올해 게임스컴에서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외에 ‘섹션13’와 ‘갓 세이브 버밍엄’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고 있는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물론, 이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진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현재 주요 수익원을 버리고, 싱글 게임 도전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포스포큰’이 망하면서 해산된 루미너스 프로덕션, ‘사이버펑크2077’의 부진으로 회사가 휘청거린 CD프로젝트레드처럼, 대형 싱글 게임일수록 실패에 대한 위험도 더 클 수 밖에 없다.
다만, 모든 게임을 수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만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 정신을 담아 선보이는 실험적인 게임도 같이 시도한다면 현재 K-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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