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미희 기자] 에픽게임즈가 미국 반독점법에 관련해 구글과 삼성에 소송을 제기한다. 삼성이 갤럭시 기기에서 ‘오토 블로커(Auto Blocker)’를 기본 설정에서 활성화되도록 변경하며, 다른 스토어 다운로드 및 설치를 어렵게 한 것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는 삼성이 구글과 공조하여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차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는 30일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 법원에서 구글과 삼성에 소송을 건 이유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소송은 미국 연방법원에 미국 연방 반독점법에 관련하여 제기될 예정이며, 국내 등 다른 국가에서 추가적으로 소를 제기할 계획은 현재는 없다.
보안 위험 자동 차단 기능(Auto Blocker, 이하 오토 블로커)는 사용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삼성 갤럭시 스토어 외의 다른 루트로 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기능 자체는 작년 10월에 도입됐으나 기본 설정에서 비활성화되었기에 사용자가 스스로 활성화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7월에 삼성은 오토 블로커를 비활성화에서 기본 활성화 기능으로 변경하며, 사용자가 설정에서 다시 비활성화로 돌려야만 제3자 스토어나 웹에서 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팀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웹사이트에서 다운받는 과정을 예로 들어 그 설치 과정이 21단계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팀 스위니 대표는 절차가 늘어나며 에픽게임즈 스토어 설치가 불편해졌을 뿐 아니라, 사실과 다른 경고 메시지를 여러 번 띄우며 소비자들에게 멀쩡한 앱이 유해하다고 느껴지도록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팀 스위니 대표는 “삼성은 에픽게임즈와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며,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포트나이트의 출처를 알고 있음에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차단됐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구를 띄운다. 디바이스 안전을 이유로 들고 있으나 삼성은 에픽게임즈의 오랜 파트너이기에 에픽게임즈 스토어, 포트나이트의 출처와 이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의 오토 블로커만 꼭 찍어 소송 건 이유는?
최근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이 문제시되며 불법적인 프로그램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맥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윈도우의 마이크로소프트 디펜더 안티바이러스(Microsoft Defender Antivirus) 등 시중에 여러 관련 서비스가 있다. 그럼에도 에픽게임즈가 삼성의 오토 블로커 활성화만 지목하여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팀 스위니 대표는 맥이나 윈도우 등에 대해서는 “다른 스토어에서 온 모든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가정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 대신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소프트웨어를 차단하거나,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다운로드 및 설치를 지원한다. 아울러 삼성 외에 오토 블로커와 비슷하게 경쟁 스토어를 차단하는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고, 만약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이 역시 법적인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 덧붙였다.
에픽게임즈 역시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출시되는 앱에 대해 사람이 직접 앱을 설치하고 실행해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보안 툴로 멀웨어 등 불법적인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으로 사용자 보안을 위해서라면 합법적인 소프트웨어는 인증 등을 거쳐 허용하고, 멀웨어 등 불법적인 부분만 잡아내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삼성이 구글과의 관계 때문에 ‘오토 블로커’를 비활성화에서 활성화로 변경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증거는 작년 12월에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에픽게임즈가 승소했던 미국 연방법원 소송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제출된 증거에는 구글과 삼성이 다른 스토어의 사전로드를 막기 위해 수익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이메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외에도 구글은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통신사 등에게 경쟁을 차단하는 대가로 수십 억 달러를 지불해왔다는 점이 소송을 통해 증명됐고,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불법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에픽게임즈는 오토 블로커 활성화는 구글과 삼성이 다른 경쟁 스토어의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미국 법원 명령에도 반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오토 블로커가 활성화된 후 자사 공식 페이지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다운로드하려던 유저 중 50%가 설치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스위니 대표는 “산술적으로 보면 에픽게임즈 스토어 잠재고객 중 50% 정도를 잃은 셈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구글 플레이(30%)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에픽게임즈 스토어(12%)로 출시할 기회를 잃어버렸고, 소비자는 외부에서 앱을 설치하는 과정이 번거로워졌고 안전한 앱도 유해하다고 오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토 블로커 비활성화하고, 인증된 앱 설치 허용하라
이번 소송에서 에픽게임즈가 삼성에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오토 블로커 기능을 비활성화로 되돌리는 것, 안전하다고 인증된 앱 설치를 차단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에픽게임즈 측에서 소송을 취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팀 스위니 대표는 “삼성은 안티 멀웨어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모든 개발자에게 이러한 식으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잘 알려진 기업에 대해서는 화이트리스트를 마련하고, 모든 앱에 대해서 리뷰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계속할 수는 없다. 출처를 알 수 없다거나 디바이스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호도하거나, 불합리하게 차단해서는 안 된다. 공정하고 합법적인 안티 멀웨어는 적극 지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기능을 제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오토 블로커 해제와 인증된 앱 허용만 요청할 것이라면 소송이 아닌 협의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스위니 대표는 “9월 5일에 삼성 측에 구글의 오토 블로커 기능을 기본 설정에서 제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앱이라면 인증을 거쳐서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서 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답했다.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확정된 부분이 없다. 스위니 대표는 “소송에는 여러 단계가 있으며, 이번은 손해배상을 구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손해금액이 얼마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기능이 활성화되며 손해는 누적될 것이며, 실제적인 경제 효과는 안드로이드 설치 비중 등을 토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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