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서형걸 기자]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을 시끄럽게 울부짖는 밴딧 사이코가 습격하고, 요트 위에서 온갖 ‘썰’을 푸는 수다쟁이 히어로 데드풀을 수면 위로 갓 나온 아쿠아맨이 노려본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싸우는 것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 싸움에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춘리까지 껴있다면 머리 위로 물음표가 절로 떠오른다.
현실에 비유하자면 글로벌 톱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상상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다. 그런데 포트나이트에서는 이러한 장면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셉션 상영,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 개최 등 극장 역할도 하는데다가 DJ 마시멜로, 트래비스 스캇, 방탄소년단 등 유명 뮤지션 콘서트 및 뮤직비디오 공개도 이뤄진다. 이쯤 되면 포트나이트는 단순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가상현실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상만 하던 올스타, 포트나이트에서는 현실이다
게임에서 ‘올스타’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이 뭉친 킹 오브 파이터즈, 블리자드 게임을 아우르는 히어로즈 오브 스톰, 마리오, 젤다, 파이어 엠블렘 캐릭터가 한데 모인 스매시브라더스(이하 대난투) 등이다. 다만, 이 경우엔 게임 기획 단계부터 해당 콘셉트로 개발에 착수하고, 추가 콜라보 캐릭터 참전은 나름 드물다. 기존 게임들도 콜라보레이션으로 올스타 구색을 갖추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아무리 빈번히 한다고 하더라도 1년에 2~3번 이상 시도하기에는 개발력과 비용 등의 문제로 어렵다.
포트나이트는 영화, 그래픽노블, 게임 캐릭터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참전한 후자 케이스다. 한 가지 차이점을 꼽는다면, 이런 콜라보레이션이 기차놀이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쉬지 않고 이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특정 게임이 다른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은 수 개월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계약을 위한 금전적 비용도 문제지만, 서로 다른 두 콘텐츠가 위화감 없이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포트나이트는 빠르면 1주, 길어도 보름 사이에 새 콜라보레이션을 내놓는다. 주기가 짧다고 대충 구색만 갖춰놓은 것도 아니다.
포트나이트의 콜라보레이션은 캐릭터 하나를 내놓더라도 원작 고증에 매우 충실하다. 작년 7월에 있었던 캡틴 아메리카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의상은 물론 아다만티움 방패와 고유 이모트도 추가됐다. 어울리지 않는 곡괭이 대신 방패를 휘두르며 재료를 파밍하고 건물을 짓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원작과 쏙 빼다 박았다 할 수 있다. 이후 2주가 채 되지 않아 마블의 라이벌, DC 아쿠아맨이 포트나이트에 참전했다. 아쿠아맨 역시 덥수룩한 수염에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빛 갑옷을 입고 곡괭이를 대신하는 삼지창을 사용한다. 숙적인 블랙 만타도 따라왔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
가끔은 지도가 통째로 바뀌기까지 한다. 작년 8월, 보더랜드 3 출시를 기념해 실시했던 포트나이트 X 아수라장 이벤트에서는 판도라 행성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척박한 사막 지형에 기울어 가는 판자집들로 한 눈에 봐도 판도라 행성임을 알 수 있는데다가, 피격되지 않는 이상 보호막을 빠르게 채워 주는 세심한 원작 구현도 돋보였다. 지역 입장 시 보더랜드풍 카툰 렌더링 효과까지 더해진다는 점은 보너스다.
이 외에 배트맨 콜라보레이션 때는 범죄가 횡행하는 고담시가 구현되기도 했고, 재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제2막에서는 평화로운 농장지역 프렌지 팜이 통째로 사라지고 그 위에 토니 스타크 소유의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생기기도 했다. 이 곳의 지역보스로 군림한 아이언맨은 파밍을 하러 온 여러 플레이어를 저승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한 지도 북동쪽 끝에 위치한 요트에서는 보스 야옹근육맨이 쫓겨나고 그 자리를 데드풀이 대신한 바 있다.
극장에 콘서트장까지, 못하는 게 없는 포트나이트
유명 가상 캐릭터만 포트나이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유명인들도 포트나이트를 방문한다. 단순히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와 유사한 활동을 펼친다는 점이 독특하다. 신곡이나 뮤직비디오 쇼케이스는 물론, 가상 콘서트까지 유명 뮤지션들의 다채로운 활동이 포트나이트에서 벌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2월에 있었던 DJ 마시멜로 콜라보레이션이다. DJ 마시멜로는 현재 EDM 장르 대세 아티스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포트나이트와 DJ 마시멜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게임에는 DJ 마시멜로가 착용하는 복장이 스킨으로 추가됐고, 그의 상징적 이미지를 담은 글라이더, 이모트, 곡괭이 등도 나왔다. 여기에 실시간 가상 콘서트도 열렸는데, DJ 마시멜로가 직접 모션 캡쳐를 한 게임 캐릭터가 무대 위에 섰으며, 관객들은 자신의 캐릭터로 포트나이트에 접속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감상했다.
대세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도 포트나이트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는데, 당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접속한 사람들이 1,2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요네즈 켄시, 디플로, 스티브 아오키 등 유명 뮤지션도 포트나이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고,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보이그룹 방탄소년단도 새 뮤직비디오 쇼케이스를 포트나이트에서 연 바 있다.
포트나이트는 콘서트장 뿐 아니라 영화관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콜라보레이션 당시 극장 개봉을 앞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일부 장면을 게임 내 리스키 릴즈 지역에 구현되어 있는 자동차 극장에서 독점 공개한 바 있다.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상영되기도 했으며, 지난달 21일에는 오전 4시부터 24시간 동안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까지 개최됐다.
글로벌 ‘인싸’ 가상현실 플랫폼
그간 포트나이트의 행보를 보면 한마디로 ‘게임을 넘어선 가상현실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인기 캐릭터들의 총집결은 물론, 과거에는 현실에서나 가능했을 콘서트, 영화 상영 등이 포트나이트에서는 실현됐다.
국내에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의 도발적 멘트를 담은 광고로 짧게 주목 받긴 했지만, 장기 흥행에는 실패해 포트나이트의 이러한 모습을 체감하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한때 잠시 위기감이 돌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인싸’ 게임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오히려 게임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글로벌 ‘인싸’ 놀이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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