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경민 기자] 타입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아무래도 페이트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여러 번의 애니메이션화와 더불어 게임까지 다수 출시되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이트 시리즈가 타입문의 뿌리는 아니다. 타입문이 정식 회사가 아닌 동인 서클이던 시절, 그들의 시작점에는 월희라는 작품이 있었다.
월희는 2000년에 출시된 비주얼 노벨로, 타입문은 해당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정식 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첫 작품인 페이트/스테이 나이트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후 많은 관련 작품들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점점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에 2008년 공개됐던 리메이크는 작년 발표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런 월희 리메이크가 오는 8월 26일, 장장 20여 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모습을 보인다.
각 히로인의 이야기를 깊게 즐길 수 있다
월희에 등장하는 메인 히로인은 총 5명이다. 원작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5개의 루트를 하나의 게임에 담아냈다. 하지만 이번 월희 -A piece of blue glass moon-(이하 월희 리메이크)는 2명의 히로인만을 다룬다. 자세히는 달의 앞면이라 불리는 알퀘이드와 시엘, 두 명의 비중이 높은 루트다. 그렇기에 이번 월희 리메이크에서는 흡혈귀와 이들의 세상에 대한 내용이 중점이 된다.
루트가 2개로 감소했다고 해서 게임의 볼륨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이번 월희 리메이크는 전용 보이스를 모두 들으며 진행할 시 45시간에 달하는 플레이타임을 자랑한다. 비주얼 노벨로서는 상당히 긴 편이며, 원작의 2배를 상회하는 분량이다. 또한 원작이 많은 인원을 하나의 게임에 담아 개개인의 비중이 낮았다면,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각 루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기에 더 깊은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남은 토오노 아키하, 히스이, 코하쿠 루트는 후속작에서 다뤄진다. 이 세 명을 다룬 스토리는 달의 이면이라 불리며, 흡혈귀보다는 토오노 가문의 이면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월희 리메이크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작화로, 평소 페이트 시리즈 관련 애니메이션을 접했거나 해당 방면에 관심이 많다면 단번에 알아챌 만한 그림체다.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유포테이블이 이번 월희 리메이크의 작화를 맡았다. 유포테이블은 페이트/제로 애니메이션에서 수려한 그림체와 묘사로 호평받았으며, 자연스럽게 타입문 세계관 관련 애니메이션 작화를 도맡게 됐다. 이번 월희 리메이크에서도 일신된 작화로 플레이어의 눈을 정화해줄 예정이다.
월희 리메이크는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담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2021년에 발매되는 만큼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거나 스토리의 단점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일단 기존 설정 중 일부가 현대 정서에 맞게 수정된다. 아무래도 원작이 21년 전 작품이다 보니 지금의 가치관이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있기에, 월희 리메이크는 시점을 2010년대로 재설정했다. 이로 인한 세부 변경점은 정식 출시 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시엘 루트의 내용을 갈아 엎는 한 수를 뒀다. 원작에서 시엘 루트를 타게 되면 그녀와 함께 알퀘이드에 맞서 싸우게 되는데, 해당 부분을 제외하면 알퀘이드 루트와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각의 히로인에 집중해 완성도를 더한다는 이번 리메이크의 취지에 맞게, 다른 히로인과 차별화되는 스토리를 새로 도입한다.
월희 부활의 분수령은 26일
월희는 타입문의 시발점과도 같지만, 페이트나 공의 경계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애니메이션판인 진월담 월희는 다른 작품들이 2쿨 분량에 맞춰 제작될 때 1쿨 분량으로 만들어져 깊은 묘사가 힘들었고, 페이트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루트별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이고 공의 경계 역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때도 후속작 소식이 없어 우선순위에서 밀린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이번 월희 리메이크가 갖는 의미는 크다. 비록 애니메이션은 기약이 없고 한국어 지원도 미정이지만, 리메이크판 게임이 출시된다는 것만으로도 타입문 팬들 즉, 달빠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한편, 오는 9월에는 월희 IP를 기반으로 한 대전 액션 게임 멜티 블러드가 11년 만의 후속작을 선보인다. 이렇듯, 잊혀졌다고 여겨졌던 월희 관련 사업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 시작점인 월희 리메이크의 완성도가 높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6일은 팬뿐만 아니라, 타입문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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