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남에게 간택(?)되기 위해 진지하고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하는 기정이,
"...아 예전에 친구들끼리, 그 '남녀사이에 최고의 경지'
랄까? 뭐 그런 것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어려서 학교 때 그 역사책에서 봤던, 참수당하는 남편의
머리를 달려가서 치마 폭에 받아낸...여자가..
에..생각이 나더라구요."
에..뭐 어려서는 너무 끔찍했고 이해도 안됐는데...
뭐 나이가 드니까 지금은,
어..받겠다. 아.. 받아야 한다. 땅에 떨어지게 두지 않겠다.
달려가 치맛폭에 받아내겠다. 에..아..이게 그렇지 않나요?
이..받아줘야 되는거 아닌가요?"
"아..그리고 또 예전에 잠깐 여름 성경학교에 간적이 있었는데,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던 얘기를 듣는데, 희안하게 저는 마리아
한테 마음이 가더라구요."
"예수가 째찍질을 당하고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가 6시간
정도거든요? 그 6시간을 쭈욱 쫓아가요.
마리아가..그리고 그 예수의 시신을 내려요.
아...멋지다. 나두 옆에 있어줘야지..."
(이후 모인 삼남매의 대화내용 포함.
그럼, 1. 도망간다. 2. 기절한다. 3. 받는다. 어떤 여자야?
미정: 나도 받아. 그 상황이 오면..)
공포호러물을 접한 것 같은 소개팅남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내심 자신이 어떤 여자인지 충분히 어필했다는 뿌듯함으로
헤엣, 마지막까지 순진한 미소로 응대하는 기정의 어찌보면
너무나도 순수한 아이같은 모습과 동시에 그 필사적임에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
이상하게, 과묵한 미정이와는 또 다르게, 늘 부산하고 떽떽거리는
창희와 기정의 행동과 말 속에는 뭔가 그 왁자지껄과 시끄러움에
모순되는 찌질함을 넘어서는 짠한 슬픔의 뒷 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이 장면도 분명 눈치코치 말아먹고 분위기, 자리 파악 전혀
못하는 기정의 낭패스럽고 엽기코믹스러운 이면에 개인적으로는
기정이의 저 웃는 모습이 볼수록 안쓰럽고도 짠하게 보이는 건.
.....................................................
(요기까지 봐줬다면 감사, 나머지는 마이너적 감성충만한
역시나 개취의식의 흐름대로 마구잡이성 '잡소리 사족'이라 비추천)
다본히 주관이고 조심스럽지만, 위 기정의 에피소드가 차후 기정과
미정의 관계성과 함께 '추앙'을 상기시키면서 조금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 발글에서 종교적 기저와 함께 살짝 언급했었는데..
위 에피소드에서 두 개의 짧은 얘기에 나름의 상징성을 가졌다고
내맘대로 가정한다면, 두 얘기가 부부, 그리고 모자의 사연이지만,
첫번째는 듣기도 무시무시한 참수(斬首) 당한 남편의 머리를 내달려
치맛폭으로 받아냈다는 어느 역사설화의 서사에서 기정과 조태훈의
관계성이 보여졌다고 한다면, 황당할 것 같아 나도 많이 미안한데,
전 부인에게 버려지고 결혼생활에 실패하고만 (참수 당한) 조태훈을
만나고 기정이 그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 복선이랄까.
추앙에 대한 미정의 무한 응원이란 재정의가 뒤따랐지만, 참수서사도
기본적인 추앙의 의미와 통하는 면이..
두번째 마리아와 예수님 일화는 눈치챘겠지만, 미정과 구씨의 관계의
상징성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작가님의 작품에는 불교, 기독교, 심지어 무속신앙 등과 같은
종교적 색채가 방관적이거나 직접적이지 않지만, 기저에 깔린 속에서
캐릭들의 주체적 의지와 상호작용에 의한 구원 등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역시 언급했었는데 (근데 추앙이란 말이 종교와 또 무관치않고),
과거사 때문인건지 정신적, 사회적인 빈사상태, 상처투성이처럼 보이는
의문의 외지인이 갖고 있는 구씨란 이미지,
무엇인가 원죄를 떠안고 있거나, 오히려 피해자 스스로가 죄를 짊어지고
옭아매고 망치며 벌을 주고 있는 듯 한 그의 자포자기한 침묵의 자해를,
보이지 않는 그 고통을, 미정 자신 역시 상처로 곪아가는 와중에 비슷한
색깔의 사멸해가는 영혼을 지나치지 못하고 추앙이라는 도발로 일으켜
세우고 부활시키려 곁에서 모든 것을 응원하려는 미정과 구씨의 관계성.
--(*댓글보고 도움닫기 점프부분 늦은 비루한 주관감상 조금 추가.
그 점프 장면에 뭉클했다는 글을 본거 같은데, 다들 개인차는 많겠지만 나역시
그런 편이었어. 사뭇 경건한 음악을 배경으로 비장한 구씨의 준비와는 달리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도약으로 보여졌으니 뭉클보단 코믹이란 반응도 이해되고.
하지만, 지극히 주관으로는 구씨의 그런 도약이 절대 멋지게 연출되어선 안됐다고
보는 편. 왜냐하면, 설사 육상선수 경력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한동안 술에 쩔고
상한 몸에 어느정도의 연배까지 있는 상태에서, 대충 보기만해도 상당한 폭의 수로(?)
를 뛰어 넘는다는 건, 미정의 위험천만했던 청둥번갯날처럼, 구씨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상(사망)의 위험까지도 감수할 만한 상황으로 젖먹던 힘까지 싸내며 진짜 몸부림,
말그대로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 하는 순간이었다고 보여지거든.
전 글에 창희, 기정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줄에 걸린 예쁜 무지개색 빨래집게들
아래서 그와는 반대로 싸움소동을 일으키는 장면, 앞서 좋은 분위기로 시작한 소개팅 속
기정의 밝은 표정과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어필하지만 정작 상대에겐 황당당황과 공포가
전해진다거나, 지금 비장하고 진지한 구씨의 준비와 깔린 경건한 음악 그리고
비상(飛上)하는 숭고함 마저 느껴지는 상황에서의 개구리처럼 파닥거리는 구씨의
모습까지...이 작품에서 특이한 '대조/대비나 역설적인 상황의 숨은 미학'이라고나 할까.
다분히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가끔은 더 슬프고 뭉클해.
더구나 애써 등돌려왔던 마정 앞에서, 미정의 추앙에 대한 제대로된 자발적 응수의 첫 스타트.
구씨를 보는 염씨 부부, 창희, 미정의 당황스럽고 놀람의 표정은 점점 경외심(특히 창희)마저?
(경외와 추앙은 또 맞닿아 있을지 모르는..)
반대편에서 다시 구씨가 돌아올 때는 아마도'당신은 모든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미정은 마음
속으로 왠지 더더 읖조렸을 것도 같고...그 신뢰의 응원을 구씨도 자신있는 도약에 얹었런는지.
그리고 구씨의 의지와 뭉쳐진 응원은 양쪽 지대를 가로지르는 마치 '깊고도 넓고 먼 그들 앞을
막고 있는 장애물 같은 수로'를 이후에도 계속해서 넘을 수 있게 할런지...
잠깐 기정에피 속 두번째 마리아와 예수님의 얘기 관련한 종교적 색채라는 삼천포로 빠져보자면,
역시 조심스럽지만, 위 수로(?)로 갈려진 양측 두 지역의 모습이, '현실과 이상향을 가로짓는 커다란 갭'
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어.
무교로서 종교알못인 나인데도, 나 또한 어릴적 받아 본 전단지 속의 현실과 절대 혼자만의 의지로는
절대자(구원자)에 대한 믿음/도움 없이 건널 수 없는 천국이었던가?도 이상하게 이 장면에서 어렴풋이
떠오르고 겹쳐보이는 경험까지...
(무교 종알못이니 감히 더이상 언급은 삼가하고, 혹 이 장면 관련 의견 있는 종교인 갤러분 계심 고견을)
비상(飛上), 해방클럽
-
----급조추가끝)
도발과는 다르게 그냥 계산없는 한 인간에 대한 추앙으로 구씨를 빗 속에서
끌어냈던 마치 마중물로서의 구원자와도 같아 보였던 미정 앞에,
마침내 수로 위의 하늘로 날아올랐고, 미정의 모자를 손에 쥔 십자가 목걸이의
구씨는 또한 어느새 구원자처럼 우뚝 선 듯 한 모습..
사족 발글을 접으면서,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만 있다면.
앙금 하나 없이,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
곱씹을 수록 희망적이면서도 불가능할 지 몰라 불안해지고
서글프게도 들리는 미정의 저 말. 그만큼 특히 미정과 구씨의
예측하기 힘들고 알 수 없는 최종국면이 궁금해짐.
다양한 이유들로 몸이나 마음이 밖으로 흩어지려는(散) 이들,
다시 안으로 포용되어(包) 따뜻한 봄날의 산포마을 아래 함께
진정으로 다시 모여드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기다리고 싶음.
(급조격으로 두서없이 용두사미가 됐는데, 감상은 꿈보다 해몽격 측면이 많고
본방 놓치고 복습부족 이해하고 어림잡아 둥글게 봐주길. 웬만하면 안쓸게ㅋ.
횡설수설 잡소리 혹여나 봐줬으면 정말 고맙고, 글재주 없는 머글이 드덕들
의견들 많이 보고 싶어 용기내서 주절댄 의도다분하니, 좋은 글들 많이 부탁;)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