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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인사이트] 자동차 회사가 인공위성을 쏘고 있다?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16 17:45:22
조회 101 추천 0 댓글 0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자동차 길잡이의 혁신적 진화, 내비게이션


여러분들은 자동차에 꼭 필요한 액세서리 한가지를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고르시겠어요? 저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운전 중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속 앱, 참 많잖아요. 특히, 내비게이션 앱을 정말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내비게이션 대중화 전에는 어떻게 모르는 길을 다녔을까요?

1990년대에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꼭 책 한 권을 챙기고 다녔습니다. 바로 두꺼운 지도책 ‘전국도로안내지도’였지요. 전국의 모든 도로를 1:100,000 사이즈 크기로 축소해 펼쳐낸 이 지도책은 당시 모든 운전자의 길잡이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처음 가본 도로를 달리다가 잘 모르겠다 싶으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한참 들여보곤 했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는 총 47개입니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일반 국도, 지방도 등을 포함하면, 전체 도로 수는 더 많죠. 전국에 건설 중인 고속도로 수만 해도 18곳에 달합니다. 이렇게 많은 도로를 책 한 권에 담았다니…,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출처: 한국도로공사



내비게이션 없이 낯선 길을 운전할 수 있을까요? 엄두조차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내비게이션은 단순하게 길만 알려주지 않습니다. 운전자에게 편리한 운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려주고, 근처에 있는 저렴한 주유소 정보도 알려주죠. 고속도로 요금소 비용도 알려주고, ‘과속 및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 규정 속도도 알려줍니다.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필수 기능입니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지난 2020년 SKT가 교통앱 서비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중 70% 이상이 알고 있는 길을 운전할 때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내비게이션을 빠른 길 찾는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주차장, 주변 맛집, 주유소, 자동차 정비소 등의 위치 정보와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 활용 목적으로도 사용하는 것이죠.


출처: 픽사베이



운전과 크게 상관없는 기능도 지원한다죠?

맞습니다. 요즘 내비게이션은 음식을 주문하고, 차 안에서 픽업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죠. 내비게이션의 기능은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해집니다. 그야말로 ‘위치’, ‘이동’과 연관있는 모든 기능을 넘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복잡한 도심 속을 이동하거나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나올 때 내비게이션 정보가 이상하질 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지하주차장 출구에서 도로 뒤쪽으로 나왔지만 내비게이션 화면 속 내 차의 위치는 도로에 있는 것처럼 말이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때때로 위치 정보를 잘못 알려주는 경험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차는 앞으로 가고 있고, 갈림길은 다가오는데, 내비게이션 속 화살표는 빙글빙글 돌기만 했던 경험 말이죠.


출처: 픽사베이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내비게이션 작동 원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 활용하는 위성항법장치시스템(GPS)은 미국의 위성을 통해 위치 정보를 수신합니다. 제주, 부산, 울릉도 등 7개 지점에서 GPS 정보를 수신해 정보를 보정한 뒤, 보정한 정보를 다시 위성으로 보내죠. 보정한 정보를 이용자들이 받아 오차율을 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치를 보정해도 약 10m의 오차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신호를 수신하기 어려운 지하에서 막 나온 직후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죠.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만의 위성항법시스템을 갖춘 위성을 갖추거나, 현재 2만km 수준인 인공위성 궤도 높이를 200~1,000km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초정밀 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을 마련할 수 있다면, 4차산업시대의 필수적 요소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죠. 이러한 기술을 통해 위치정보의 정확성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UAM 등 관련 기술을 기존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위성을 갖춘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야만 하죠.

정확한 위치정보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구요?

레벨 1~2 수준의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직접 주행해야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를 보조적인 역할이죠. 레벨 3 이상부터 조건부 자동화, 고도 자동화, 완전 자동화를 지원합니다. 이를 위해 인식센서, 액추에이터, HMI시스템, 제어시스템, 협력주행시스템 등 다양한 부품과 시스템을 탑재해야 하죠. 그런데 자동차에 탑재하는 부품, 시스템 등은 폭우, 폭설과 같은 기상 환경에 따라 정확도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무조건 신뢰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이죠.

그런데 앞서 언급한 초정밀 위성항법 시스템을 갖춘다면, 약 10m의 오차범위를 약 5cm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에 해당 시스템을 추가로 활용하면,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는거죠. 즉,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출처: 지리자동차 홈페이지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시장 선점을 위해 저궤도 위성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우주기술을 연구하던 기업이 아닌 자동차 기업이 위성을 발사하고 활용하는 거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2020년 761억 3,000만 달러 규로로 평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매년 40.1%씩 성장해 2조 1,61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위성 산업까지 연결하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죠.

테슬라 창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Space X)라는 우주항공산업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스페이스엑스의 목표는 저궤도인 550km 상공에 227kg 무게의 작은 위성 약 1만 2,000 대를 띄워 전 세계 인터넷 통신망 구축이죠. 바로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프로젝트인데요. 애초에 스타링크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율주행 자동차 인프라 구축이었습니다.

일본의 혼다는 지난 2021년 9월 우주 사업 진출 계획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부터 5년간 약 6조 엔을 투자해 2030년까지 1톤 이하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운다는 방침인데요. 이 위성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도 지난 2021년 7월 로켓 스타트업 기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에 7,50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위성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죠. 주로 보다 정밀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혼다의 우주계획 중 달 표현 순환 재생 에너지 시스템, 출처: 혼다



자동차 회사의 위성 산업이라니, 모빌리티 산업은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대표적인 회사가 있을까요?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은 사업영역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을 출시하는 등 현재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도전장을 낸 중국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 1986년 설립한 ‘지리자동차’입니다. 현재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하는 자동차 기업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1일, 지리자동차가 자체 개발하고 제조한 저궤도 위성 ‘GeeSAT-1’ 9대를 우주에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지리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정밀한 cm급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향후 자율주행 기술 지원을 넘어 물류와 드론, UAM 등 기타 모빌리티 산업에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위성 발사 장면, 출처: 지리홀딩스 그룹



지리자동차는 위성 9개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63개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릴 예정입니다. 대규모 인공위성 네트워크를 마련한 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초정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최종적으로 위성 240개를 띄울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지리자동차는 테슬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위성을 쏘아올린 자동차 회사로 자리했습니다.


지리자동차의 위성, 출처: 지리홀딩스 그룹



참고로 지리자동차가 발사한 ‘GeeSAT-1’의 수명은 5년이며, 수명을 다하면 대기층에서 해체되어 파편은 남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지속적인 위성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위성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미래 우주 산업과 관련해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 시대 개막’이라는 과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죠. 앞으로 우주 선진국 도약을 위해 연구개발, 국가안보, 산업화, 국제협력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선도형 거버넌스 개편,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부문 기술 민간 이전 촉진, 기업 참여 확대를 목표로 한 제도개선으로 신 우주시대에 민간 우주개발 역량 강화,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같은 독자 발사체 확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과 같은 우주개발 핵심분야 기술역량 확보 등 다양한 정책도 예고했죠. 과기부는 3조 원을 투자해 2035년까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방침인데요. 7개 위성을 운용해 우리나라 중심의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직 국내 자동차 회사가 직접 우주 산업에 뛰어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에 참여해 한국만의 독자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LIG넥스원인데요. LIG넥스원은 KPS 사업을 통해 위성탑재체, 위성항법장비 기술을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세계 3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GPS 재밍대응, 항법신호 생성·운용, 항법신호 송수신, GPS 보정 항법 등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공위성에 탑재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 우주 산업을 이끌어 나갈 회사로 평가받습니다.


출처: LIG 공식홈페이지



앞으로 우주 산업 발전 및 자율주행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극복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모빌리티 관련 기술도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 올라서 있죠. 또한, 통신서비스 역시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국가로 평가받습니다.

전 세계에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나라는 총 6개 국(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입니다. 우리보다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는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모두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죠. 오는 2035년까지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경쟁국과 비교해 늦은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GP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자율주행, 무인화, 국가 방위 등 민감한 영역에서 필수적인 기술이죠. 비록 기술적 한계로 인해 늦어진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만의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마련은 꼭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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