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IT동아 차주경 기자] “안녕하세요. 카카오패밀리 콩장 김정아입니다.”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한 고즈넉한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옅은 초콜릿 향기가 난다. 농업 스타트업이자 사회적 기업인 ‘카카오패밀리’의 매장으로 다가갈 수록 초콜릿 향기는 더 짙어진다. 매장에 들어가면 이 곳을 이끄는 대표이자 카카오 콩 볶는 사장, 김정아 카카오패밀리 콩장이 반긴다.
로이 인 더 정글을 소개하는 김정아 카카오패밀리 콩장. 출처 = IT동아
카카오패밀리는 이름답게 카카오 가공 상품을 다룬다. 초콜릿 뿐만 아니라 카카오 닙스와 차, 카카오 캐러멜, 디저트를 포함한 카카오 코스 요리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카카오패밀리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하려고 지역의 자원을 발굴, 비즈니스를 하는 사회적 기업이자 첫 번째 발굴된 자원인 카카오의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이에요. 우리는 정직하게 일 하는 공정성, 창의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혁신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하는 안전성을 주요 가치로 삼아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합니다.
카카오패밀리가 쓰는 카카오 원두. 출처 = IT동아
특히 카카오는 인권, 환경, 사회에 대한 이슈가 많은 농산물이랍니다. 대기업의 초콜릿 가공품들은 대부분 카카오 본연의 재료를 후처리해요. 그 과정에서 카카오 고유의 맛과 풍미는 사라지고, 그 대신 당이나 첨가물이 내는 달거나 자극적인 맛만 남는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첨가물중에는 안정제와 보존제, 색소, 향미증진제 등이 있지요
카카오패밀리는 고대 마야인들의 카카오 가공 방법을 도입, 카카오 콩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카카오패밀리만의 맛을 만들어요. 마야인들은 카카오를 음식에 적용해 고추나 후추처럼 식재료로 사용했기에 저희도 초콜릿 외에도 카카오 디저트, 요리, 차 등 여러 상품군을 만들게 되었지요. 음식을 넘어 카카오를 하나의 문화로 알려 자연스레 카카오패밀리 초콜릿의 가치도 높이게 되었답니다.”
고대 마야인들의 카카오 가공 기술과 결과물은 제주 구좌에 있는 카카오패밀리의 매장 ‘로이 인 더 정글’에 오면 확인 가능하다. 희귀 유물이 쌓여 있는 탐험가의 집처럼, 이 곳에는 카카오와 관련 있는 수많은 자료와 기계와 문헌들이 전시됐다.
절구와 분쇄기, 깨 볶는 틀 등 우리나라 방앗간에서 보기 쉬운 기계들도 있다. 카카오패밀리는 고대 마야인의 카카오 가공 기술에 우리나라 고유의 곡물 가공 기술을 더해 상품을 만든다고 한다.
카카오패밀리 로이 인 더 정글 내부. 출처 = IT동아
“카카오는 칼로리가 높지만, 다이어트를 돕는 식품으로 꼽혀요. 칼로리를 몸의 온도를 높이고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용도로 쓰는데다 체지방 분해 능력까지 가졌으니까요. 치아 관리에도 좋아요. 고대 마야인은 카카오 껍질을 곱게 갈아 입에 머금는 식으로 치아 관리를 했다고 해요. 이들 장점과 원리를 응용해서 만든 것이 카카오 티(차)에요.
카카오 티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눈으로 마셔요. 카카오 티의 표면에 반짝이는 것은 카카오 버터에요. 체지방을 분해하고 피부의 노화를 막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 다음에는 은은한 초콜릿 향을 즐기세요. 이어 한 모금 마시면서 맛을 즐기면 됩니다. 초콜릿 향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맛이 나죠. 카페인이 없으니 임산부나 어린이, 청소년도 마음껏 마셔도 돼요.
카카오 티. 출처 = IT동아
카카오닙스도 추천합니다. 카카오닙스라고 하면 쓰거나 떫은 맛이 난다고 아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산패된 카카오로 카카오닙스를 만드니까 그런 거에요. 카카오패밀리의 카카오닙스는 다릅니다. 신선한,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 카카오를 저희가 직접 로스팅해 카카오 고유의 맛을 살렸어요. 여기에 제주도의 특산물인 감귤과 딸기, 코코넛 등을 더해 색다른 맛도 더했어요.
최근에는 카카오 캐러멜이 많은 인기를 모았어요. 그 밖에도 카카오 음료, 콜라겐 상품도 판매 중입니다. 견과류에 카카오를 입힌 상품도 주목 받았어요. 카카오는 다른 식재료와 만나 맛을 더하는 서포터 식재료입니다. 마치 농업이 다른 산업과 어울려 도움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처럼 독특한, 고유의 맛과 풍미를 가진 카카오 가공 상품을 만들려면 품질 좋은 카카오 생두 확보는 필수다. 김정아 콩장은 카카오 생두를 과테말라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품질도 좋지만, 카카오패밀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을 위한 사업’을 벌일 가장 좋은 파트너가 과테말라였다고 한다.
카카오패밀리가 쓰는 카카오 원두. 출처 = IT동아
“과테말라에서 한 동안 살았는데, 아이들에게 바른 먹거리와 간식만 주고 싶었어요. 과테말라 사람들은 간식으로 초콜릿을 즐겨 먹는데, 설탕이나 버터같은 첨가물 없이 카카오를 볶아서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어 먹더군요. 순간, 우리나라에도 과테말라 카카오로 만든 바른 먹거리와 간식을 전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로 터전을 옮겨서 과테말라 카카오로 만든 상품을 벼룩시장에 내놨더니 예상대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그래서 이를 활용해 제가 생각하던 또 하나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을 위한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왜냐면, 과테말라는 이렇게 좋은 카카오를 재배하면서도 정당한 수익을 얻지 못해 낙후됐어요.
세계 유명 아이스크림 상표 벤앤제리(Ben & Jerry’s)를 아시나요? 이 기업은 스스로를 늘 사회 운동가로 소개해요. 모든 상품이 공정무역 상품이기도 하고요. 공정무역의 가치와 선한 영향력을 알리는 수단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해요. 카카오패밀리도 이처럼 세계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 지역의 장점을 찾아내고, 이 장점으로 사업을 펴는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할 거에요.
카카오패밀리 상품을 소개하는 김정아 콩장. 출처 = IT동아
과테말라에서 카카오를 공급 받을 무역 법인을 세웠어요. 과테말라 대사관이 카카오패밀리를 응원한 덕분에 카카오 공급망은 물론, 현지 대학교와 카카오 재배 협력 관계까지 만들었어요. 나아가 과테말라에서 제주도에 심을 좋은 카카오 묘목을 지원하고, 현지 농부의 노하우까지 전달했어요. 저희는 제주도에서 카카오를 재배하도록 카카오 스마트팜도 연구 개발 중이에요.”
김정아 콩장의 생각은 과테말라의 품질 좋은 카카오로 상품을 만들어 공동체의 이익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선순환 구조를 제주도 농가에 이식해서 농촌의 개념을 바꾸자는 데에까지 닿았다. 갈 수록 날씨가 온화해지는 제주도, 이 곳에서 고부가가치 농작물인 카카오를 재배해서 과테말라와 우리 농가에는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카카오 상품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의 농가에 새로운 가치를 주고 싶었어요. 관광 콘텐츠나 특산물 가공 식품을 연구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농가와 농업의 근본을 바꾸려 해요. 기후 이상은 제주도의 농작물 재배 환경을 바꿨고, 고령화는 생산 인구를 줄였어요. 카카오를 재배하면 이 문제를 해결 가능해요.
카카오패밀리가 만든 여러 카카오 상품군. 출처 = IT동아
고부가가치 농작물 카카오는 제주도의 온화한 기후 환경에서 재배하기 좋아요. 제주도의 농가들이 카카오를 재배하면 카카오패밀리가 상품화해 가치를 공유하고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거에요. 우리나라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은 제주도의 유명 관광 상품으로도 자리 잡을 것입니다.
카카오에 이어 바닐라빈을 제주도에 보급할 거에요. 세계의 유명 디저트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바닐라빈이 들어가요. 그 만큼 수요가 많아요. 과테말라에서 카카오를 공급 받는 것처럼, 바닐라빈은 멕시코 소수 민족 또또낙 부족으로부터 공급 받습니다.
이들의 마을에 가면, 사방에 바닐라빈 밭이 있어요. 저희를 보고 동양 사람을 처음 봤다면서 놀라더군요. 그러면서 이내 자신들이 세계에서 최초로 바닐라빈을 재배한 민족이라며,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곳곳에서 자신들의 바닐라빈을 사 간다며 자랑했어요.
카카오패밀리 로이 인 더 정글 내부. 출처 = IT동아
하지만,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수출 판로를 늘리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저희가 아시아 최초로 이 곳의 바닐라빈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반색하며 크리스탈 바닐라빈, 안에 있는 당분이 바닐라빈 나무 밖에 알갱이처럼 맺혀 마치 보석처럼 보이는 보물을 제게 선물했어요.
카카오와 바닐라빈 등 고부가가치 아열대 작물을 제주도에서 스마트팜으로 재배하도록 할 거에요. 이렇게 지역 농업의 양상을 바꾸고 수익을 가져다 주면서 청년 농부까지 유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주도는 과거 당근의 산지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당근 농가가 늘고 재배 면적이 넓어지면서 수익은 줄었고, 보관과 운송 문제는 불거졌다. 제주도의 명물인 감귤도 최근 같은 길을 걸으며 조금씩 쇠락한다고 한다. 망고와 바나나는 재배하기 쉽고 가치도 높지만, 운송과 보관이 까다롭다.
카카오패밀리가 만든 다양한 카카오 상품들. 출처 = IT동아
김정아 콩장은 제주도의 특성(섬)과 온화한 날씨와 어울리는, 유통과 보관이 쉬운 고부가가치 농작물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카카오와 바닐라빈을 선택했다. 이들로 만든 고품질 초콜릿은 제주도의 관광 상품으로도 이름을 높일 것이다.
그 시작으로, 김정아 콩장과 카카오패밀리는 2022년 새로운 상표 전략을 편다. 전략의 선두에 식재료의 정보를 전달하는 상표 ‘로이 인 더 정글’, 그리고 이 식재료로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의 생활 양상을 바꾸는 상표 ‘카밀라스’가 선다.
“로이 인 더 정글은 낙후된,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지역의 식재료 자원을 발굴, 정보로 만들고 이를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상표에요. 그러면 지역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꾸릴 거에요. 기업은 그 지역의 식재료 자원으로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그 상품을 즐길 것입니다. 식재료의 발굴과 연결, 전달을 맡을 로이 인 더 정글 상표로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거에요.
카카오패밀리 사무실 내부. 출처 = IT동아
카밀라스는 지역의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먹거리, 소비자의 생활 양상을 바꾸는 상표입니다. ‘카’카오패‘밀’리 ‘라’이프 ‘스’타일을 줄인 말이에요. 로이 인 더 정글이 식재료 생산자들의 지속 가능성을 챙긴다면, 카밀라스는 식재료 가공자들의 지속 가능성을 지원합니다. 식재료를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골자에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예술 창작 활동이라는 점을 카밀라스로 증명하겠습니다.”
카카오패밀리, 로이 인 더 정글과 카밀라스는 이미 제주 구좌에 뿌리를 내릴 준비를 마쳤다. 제주 주민과 관광객 모두 언제든 와서 즐기도록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했다.
해외에서는 하와이를 ‘카카오 섬’으로 부른다고 한다. 하와이는 관광 상품 초콜릿을 만들려고 곳곳에 카카오 나무를 심었고, 이 곳을 둘러보고 초콜릿을 즐기는 여행 상품도 만들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별명이다. 하와이와 견주어도 풍광의 아름다움이 떨어지지 않는, 기후와 환경이 비슷한 제주도가 이 길을 따라 걷도록, 나아가 하와이를 앞서도록 이끄는 것이 김정아 콩장과 카카오패밀리의 목표다.
세화리 지도에 새겨진 카카오패밀리. 출처 = IT동아
“제주도에 카카오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보급하고 상품화를 이끌어 농산업의 변화를 이끌 거에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상생하고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제주도에 오면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카카오패밀리를 꼭 한 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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