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사 제품에 탑재되는 스마트 TV 운영체제(OS)를 외부 업체에 공급하면서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먼저 TV 플랫폼 사업에 나선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 TV용 webOS를 외부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담 사업실까지 신설했다. 지난해 20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빠르게 webOS 탑재 사례를 늘리고 있다. 올해 벌써 200개 이상 브랜드가 webOS를 탑재한 스마트 TV를 출시하고 있다고 LG전자는 밝혔다.
LG전자
LG전자는 webOS 플랫폼화 사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최근 외부 공급 중인 webOS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webOS 허브’도 새롭게 출시했다. webOS 허브에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신규 OTT 앱, 홈 화면 커스터마이징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홈 화면 커스터마이징은 webOS를 도입하는 업체가 자체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고유 홈 화면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동안은 기존에 미리 구성된 화면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OLED TV를 위한 전용 플랫폼도 선보였다. 화면에 표시되는 프레임 숫자에 맞춰 주사율을 변동하는 기술인 VRR과 게임 특성에 맞춰 화질과 음향을 설정할 수 있게 하는 게이밍보드 등 특화 기능이 제공된다. OLED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외부 업체 제품은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OS도 플랫폼화의 첫발을 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호주 템포는 타이젠 OS를 적용한 TV를 지난 9월 말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0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타이젠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아닌 타사에서도 타이젠 OS가 적용된 스마트 TV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빅스비, 삼성 TV 플러스 등 삼성 스마트TV의 핵심 기능들이 타사 TV에도 제공된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호주 템포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아트마차, 중국 HKC도 이번 달 내로 타이젠 TV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용재 부사장은 “이번에 출시한 타이젠 TV를 시작으로 더 많은 국가와 브랜드, 제품에 타이젠 OS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가 TV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는 건 TV 시장 경쟁 구도가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디어 산업이 OTT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방송 수신기로서의 TV 역할이 점점 축소되는 한편, 스마트 기기의 역할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보하는 게 제품 차별화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삼성과 LG가 클라우드 게이밍, 홈 피트니스, NFT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스마트 TV에 추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추가했고, LG전자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합작법인 ‘피트니스 캔디’를 만들고 홈 피트니스 사업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TV용 OS를 외부에 개방하는 건 기존 하드웨어 중심 TV 사업을 콘텐츠와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사업으로까지 확대하는 걸 의미한다. 실제 LG전자는 개발, 생산 등 하드웨어에 머무르던 TV 사업 포트폴리오를 콘텐츠,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webOS 플랫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TV 플랫폼 사업이 확대될수록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LG는 LG 가전을 TV로 제어할 수 있는 홈 대시보드 등 기존 LG전자 스마트 TV의 기능을 타사 제품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TV가 다른 스마트 가전을 제어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만큼 webOS 점유율 확대는 스마트 가전 사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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