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권택경 기자] 원자력 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그 어떤 분야보다 사전 예방과 적절한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각종 안전성 평가다. 서울대 핵공학과 출신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2000년 설립한 ‘미래와도전’은 이 원전의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는 국내 최고 원자력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다.
미래와도전 디지털기획부 이대영 부장은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원전 사업에 기여하며 성장한 미래와도전은 최근 또 한 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최근 원자력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복합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원전 업계에도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미래와도전 디지털기획부 이대영 부장(오른쪽)과 성낙원 대리(왼쪽)
이대영 부장은 “미래와도전의 주 고객인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등에서도 이러한 엔지니어링과 ICT가 결합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래와도전은 올해 초 KT 상무 출신의 최정윤 부사장을 영입하며 디지털혁신본부를 신설해 ICT 역량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 분야다. 최근 원전 업계의 미래 과제로 자주 대두되는 게 중소형 원자로(SMR)와 자율 운전의 구현이다. 운전원이 없이도 스스로 돌아가는 중소형 원자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게 인공지능 기술이다. 미래와도전도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필요성은 느꼈지만,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 뛰어난 인공지능 전문 개발자는 그 수가 많지 않은데다 채용 시장에서 다른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I인력양성 바우처 지원 사업에 미래와도전이 참여한 내용을 설명하는 이대영 부장
그래서 미래와도전이 선택한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진행한 ‘산업맞춤형 AI인력양성 바우처 지원’ 사업이다. 기업들이 겪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 도입하고자 하는 수요기업들을 인공지능 분야 전문성을 갖춘 솔루션 기업, 컨설팅 기업 등의 공급기업과 연결하는 사업이다. 수요기업이 인공지능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과제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공급기업이 제공한다.
외부에서 인공지능 개발자를 영입하는 대신 기존 인력들의 인공지능 역량을 기르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대영 부장은 “최근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패키지, 라이브러리 등이 늘어나면서 인공지능 개발의 진입장벽 자체는 많이 낮아졌다”면서 “실력 있는 내부 개발자를 인공지능 개발자로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맞춤형 교육을 받고 있는 미래와도전 직원들. 제공=미래와도전
지난 6개월간 미래와도전 직원 21명이 교육에 참여해 파이썬 기초, 머신러닝/딥러닝, 프로젝트 과정 등 총 3600시간 교육을 받았다. 개발직군뿐만 아니라 비개발직군 또한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가했다. 비개발직군이라 하더라도 인공지능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이해해야 관련 기획을 하거나, 외부 영업을 할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이대영 부장은 설명한다.
미래와도전은 이번 교육 사업에서 시계열 형태의 가상사고 데이터를 활용한 8개의 예측모델 개발을 최종 과제로 수행했다. 전산코드를 활용하여 가상사고 시나리오 당 100개의 시계열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훈련 데이터로 활용해 단기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과제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일부 모델에서 높은 정확도를 기록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미래와도전은 이번 과제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양한 발전소의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해 원전 사고를 예측하고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먼저 이를 위해 회사 내 분산된 전산코드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기 용이하도록 빅데이터 플랫폼에 모으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교육 사업으로 조직 내 전반적인 AI 역량을 강화했다. 제공=미래와도전
조직원들의 전반적인 인공지능 개발 역량이 높아지면서 재밌는 현상도 벌어졌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번 교육사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 회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한 직원은 HWP를 PDF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자동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다른 직원은 인공지능 안면인식을 활용해 사내 행사 사진을 참여자 별로 분류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25개 사가 공급기업으로, 61개 사가 수요기업으로 참여한 이번 사업은 내년에도 ‘2023년 산업맞춤형 혁신바우처 지원사업’이란 이름으로 계속 이어진다. 오는 15일에는 올해 참여 기업들이 각자 성과를 공유하는 ‘2022년 산업맞춤형 AI인력양성바우처 지원사업 성과공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대영 부장은 “이번 교육은 만족도 조사에서 87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정도로 성공적이었으며, 조직의 전반적 인공지능 개발 역량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장·단기예측모델을 개발해 솔루션 형태로 발전소에 납품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으로 기획된 과제를 연구 과제로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지원도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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