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1부-디지털전환 성공 키워드는?.. "철저한 분석", "IT 인프라 관리"(https://it.donga.com/101699/) 2부-"반복업무는 RPA에 맡겨라", 직원은 고부가가치 창출에 집중(https://it.donga.com/101767/) 3부-RPA는 '마법' 아니다.."철저한 준비 없으면 곤란"(https://it.donga.com/101801/) 4부-"해외에서 RPA는 승승장구".. 국내 RPA는 확산도 어려워(https://it.donga.com/101858/) 5부-"RPA 도대체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C레벨과 실무진 위한 RPA 이모저모(https://it.donga.com/101954/) 6부-속도 못내는 디지털전환, 기업 위기감은 커져.. "국내도 클라우드 기반 IT운영관리 필요"(https://it.donga.com/102041/) 7부-"IT인프라 관리 개별 기업이 감당 어려워"...AI와 결합한 IT운영관리 필수(https://it.donga.com/102101/) 8부-AI와 디지털전환.. 왜 생각만큼 발전이 없을까?(https://it.donga.com/102210/) 9부-MSP "클라우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클라우드 관리의 전문성 필요(https://it.donga.com/102270/) 10부-"IT시스템 도입보단 운영관리가 더 중요하다"(https://it.donga.com/102361/)
연간 3만 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기술이 있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는 순간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로봇의 시대에 우리들을 가장 두렵게 하는 문제는 ‘고용 불안’이다. 로봇이 도입되고 업무가 자동화되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출처=셔터스톡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도입한 기업들의 답은 “아니다”이다. RPA란 사람이 수행하는 반복적이면서 표준화된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걸 뜻한다. 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의 개입이 사라져 오류를 줄이니 업무 수행의 정확성도 올라간다. 대신,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난 직원들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삼정 KPMG의 ‘RPA도입과 서비스 혁신:금융산업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는 RPA를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는 ‘기초 프로세스 자동화’로, 반복 거래나 업무를 규칙 기반으로 프로그래밍해 자동화하는 단계다. ‘고급 프로세스 자동화’인 2단계는 데이터와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등으로 RPA 솔루션의 정확도 및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다. 3단계는 인지 자동화다. RPA는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으로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준에 이르며, 업무 프로세스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찾아 자동화한다.
출처=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위 표와 같이, RPA는 대량의 데이터를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입력하는 업무, 자동화된 고객 응답 시스템인 챗봇, 영수증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것처럼 이미지 속 문자를 추출하는 OCR,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아내고 고치는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RPA는 기존 IT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근로 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가동이 가능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불필요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투자 비용을 빠른 시간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 컨설팅 회사인 PWC는 전 세계 근로자 업무의 45%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동화 덕분에 2조 달러에 달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선 금융권을 중심으로 RPA가 도입됐고, 이에 따른 생산성이 개선된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제조업, 통신,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RPA가 빠르게 확산됐다.
“단순 반복 작업은 로봇이, 직원들은 고부가 가치 창출”
보험회사 스테이트 오토는 RPA를 도입하면서 핵심 업무를 자동화했다. IBM의 보고서 ‘앞선 기업들의 선택 RPA, 잘 고르고 잘 쓰는 방법’에 따르면, 스테이트 오토에선 자동차 보험 보험료 산정에 15~40분, 서류 처리를 끝내 보험증서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차량에 발생한 총 피해액을 산정할 때도 여러 직원이 보험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손해와 관련된 서한을 만들고, 이를 고객과 다른 당사자에게 특송 서비스로 발송해야 했다.
보고서는 “RPA는 약 80명의 풀타임 직원이 처리하는 일을 자동화했다. 현재, 스테이트 오토는 클레임, 영업, HR, 기타 비즈니스 부서 업무와 데이터 입력 자동화 업무에 50여 개의 로봇을 도입한 상태다. 이를 통해 연간 6만 시간 이상을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도 인공지능 분석 업체 ‘켄쇼’에 약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켄쇼의 인공지능 검색 알고리즘은 국내외 경제 지표, 기업의 실적 및 신제품 발표, 주가 동향 등의 금융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숙련된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처리하던 일을 RPA는 5분 만에 끝낸다. 이처럼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면, 직원들은 높은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카드 분실 신고, 습득 카드 처리, 카드 국제 정산 업무를 RPA로 자동화했다. 정산 업무는 보통 시스템 혹은 웹에 접속해 데이터를 읽고 취합한 뒤 복사, 계산하는 업무가 전체 업무의 70%쯤 된다. RPA를 통해서 정산 프로그램 실행부터 ITF 파일 다운로드, 변환 및 저장과 전송까지 일련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했다. 다른 업무를 지원하는 백 오피스 업무는 23%가량 비용이 절약됐으며, 적용 영역이 확대되면 전체 비용의 46%까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보고서 ‘RPA 도입과 서비스 혁신 - KPMG 한국’). 신한카드는 “RPA 도입 2년 만에 카드 모집・심사・발급 업무부터 대금정산, 오토금융, 영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100여 개 업무 프로세스에 RPA가 적용돼 연간 약 6만 시간을 절감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HMG 저널
현대오토에버도 RPA를 통해서 업무 자동화를 진행했다. 기존에 SI구매팀은 담당자 18명이 매주 계약을 요청할 대상 업체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리스트를 한 명이 모아서 취합하게끔 했다. 이젠 RPA가 계약현황 파일을 추출하고, 계약 체결 리스트를 작성한다. 계약 체결 리스트는 구매서버에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고, 담당자에게 메일이 발송된다. 업무 프로세스가 단축돼 업무 수행 시간을 줄이고, 사람이 데이터를 잘못 입력하는 오류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매일 아침 오전 5시에 발행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레포트의 생산판매 실적 정보도 RPA가 대신 점검한다. 이로 인해 조기출근으로 발생하는 업무 수행 시간을 연간 500 시간 이상을 절감하면서도,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발생하는 실수까지 예방할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격리병상 배정을 RPA로 자동화했다. 이외에도, 간호국, 보험심사파트, 의무기록파트, 홍보팀 총 5개 부서의 13개 업무가 자동화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RPA는 환자와 격리 사유를 확인해, 원무팀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격리 병상으로 자동으로 배정한다. 기존엔 병상을 배정할 때 감염관리실, 주치의, 원무팀 등을 거쳐야 해 몇 시간 이상이나 걸렸지만, 이 과정을 1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365일 24시간 프로그램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주‧야간 등 감염병 환자의 발생 시간에 관계없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RPA 솔루션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연간 3천 시간 이상의 업무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PA 지지율은 계속 올라가는데.. “이에 따른 우려 해소도 필요”
출처=오토메이션 애니웨어
글로벌 RPA 기업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리서치 기업 ETR(Enterprise Technology Research)에 의뢰해 1000개 이상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기업 고객과 9개 산업 분야의 글로벌 2000 및 포춘 500대 기업 기술 의사결정권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반의 RPA는 2021년 전년 대비 1000%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자체 인프라를 통한 RPA(온프레미스)는 2021년 전년 대비 273% 늘었다.
출처=오토메이션 애니웨어
대부분의 기업(79%)은 생산성 향상을 RPA의 최우선 이점으로 꼽았다. 67%의 기업은 봇 배포로 인해 직원을 고부가가치 업무에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6개월 전에 비해 10%나 증가한 숫자다. RPA로 비용 절감을 실현 중인 조직은 55%에서 61%로 늘었다. 모든 기능과 산업에 걸친 RPA의 평균 ROI는 250%였다. ‘ROI’는 기업이 로봇을 도입하는데 가장 먼저 따지는 ‘투자 대비 효과’를 뜻한다. 최고 성과 기업에서는 380%의 평균 ROI를 실현함으로써 지난번보다 5%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대다수의 기업이 건전한 ROI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오토메이션 애니웨어
C레벨 경영진급(CEO, CFO, COO등)의 30%가 기업 내 자동화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이사진들은 기업 내에서 자동화를 가장 강력하게(48%) 지지하는 그룹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선 근로자는 강력히 지지하는 경우는 16% 정도였다. 일선 근로자의 낮은 지지율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원 입장에선 RPA는 일자리를 파괴하는 기술로 비쳐, 불안감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IBM 보고서 ‘앞선 기업들의 선택 RPA, 잘 고르고 잘 쓰는 방법’은 “직무와 관련해 RPA가 맡을 업무와 그렇지 않을 일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 기업인 윈덤 호텔 그룹(Wyndham Hotel Group)의 호텔 기술 부문 부사장 자네 시 파텔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RPA의 이점, RPA를 구현하기 위한 접근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모든 업무에 RPA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로서는 반복적이며 규칙적인 업무를 RPA로 자동화할 수 있다. 의사결정자의 생각과 판단까지 자동화할 수는 없다. RPA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RPA로 대체할 것인지, 도입에 따른 ROI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여러 RPA 솔루션을 상황에 맞춰 적용하는 IT 운영 관리 솔루션 ‘ITOMS(아이톰스)를 제공하는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는 “RPA 구축 시 자동화 업무를 선정하기 위해서 기존 실무자들의 협조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RPA 구축 후 업무를 사소하게 변경할 때도 RPA 동작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하니, 기업 내부에 숙달된 IT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RPA 도입 시 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RPA를 도입할 때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업무당 RPA 동작 수행시간과 사람의 수행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RPA는 쉬거나 잠들지 않고, 또 필요한 경우 로봇의 숫자를 쉽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수행시간 단축효과가 기본 200% 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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