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괴우주야사 외전 : 큰 바위 얼굴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0 19:58:50
조회 59 추천 0 댓글 0

외전 : 큰 바위 얼굴






*본편 이전*


미국 소설가 나다니얼 호손을 만나 경의를 표한 뒤 젠트라 장군은 기쁨으로 충만된 체 최고신족의 나라 고시제국의 자신의 집무실을 떠났다.


파라탐 초시공으로 가는 여정에서 젠트라는 성경을 무릎 위에 놓고 고심했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겠다는, 하나님을 시험하겠다는 충동이 젠트라를 괴롭혔으나, 그 불경한 갈구를 신앙으로 이긴 뒤, 이 위대한 장군은 잠시 기도했다. 젠트라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쟁에서 이겼고, 최고신족에서 최고 지위의 장군이었다.


황량한 집단 기억 상실의 장소에서 태어난 젠트라는 그 야누 초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종족 최고신족을 책임졌다. 그 고난은 괴우주 일반 시공의 최강자 최고신족의 중심 세력과 다시 조우한 뒤 말끔히 잊혔다. 시옥황 아트만을 최고신족의 통합 군주로 다시 옹립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때의 설레임을 젠트라는 생생하게 기억했다.


‘또 다시 부름을 받았도다.’


젠트라는 어느덧 그를 기다리는 전장에 서있었다. 신흥 세력 인신국과의 싸움터였다. 거대한 최고신족의 군세를 등지고 젠트라는 걸어갔다. 최고신족의 야전 사령관 이슬란과 젠트라가 눈으로 인사했다. 젠트라와 이슬란은 오랜 동지였다.


그 휴전 회담장에서 젠트라는, 인신족 외교장관 자격으로 나온 도법인간 니벵룬과 마주했는데 아직 구름인간 운극천은 그 지위를 맡기엔 너무 어린 상태였다. 인신국 민병대장 빛인간 아지케일은 군 통수권자 자격으로 회담장 너머에 군사력을 펼치고 있었다. 젠트라는 잠깐 아지케일을 쏘아 본 뒤 니벵룬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젠트라가 말했다.


“인신국 민병대 서열 2위인 도법인간 니벵룬 그대에게 묻습니다. 만약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인신족, 님은 어떻게 할 거요?”


“계몽주의자의 말처럼 계시지 않으면 만들어야죠.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세상은 한없이 끔찍한 것이나, 그 어둠을 전부 감추고, 홀로 무신론의 허공 위에 서서, 그 우연의 난사가 집중된 허무를 기꺼이 마시며, 흉내를 내어 옥좌를 지켜야죠. 이는 슬픈 의무가 되겠죠. 하나님이시여, 제발 계셔만 주소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흠, 말이 통할 거 같군요. 내가 그렇지 않아도 ‘큰 바위 얼굴’의 저자와 조금 전에 만나서 안부만 묻고 왔습니다. 그분, 그 위대한 작가와 대면할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야누 초신만을 기댈 수 있던 광야를 떠돌 때엔 결코 허락되지 못 하던, 하나님의 축복이죠. ‘하나님은 행복을 위해 존재’하신다고 현대 신학은 말하니, 이는 어느 정도의 학문적 맥락은 있습니다. 서로 간에 우리 두 세력은 전시안을 펼치고 있으나, 결국 이는 제한된 전시안일 뿐, 진정한 전시안은 성부 천주 하나님께서 갖고 계십니다. 사람은 고작 무언가를 믿어야 무언가를 하는 존재가 아니죠. 내가 속한 고시제국은 현 시점에서 괴우주 무력 서열 1위이고, 님의 나라 인신국은 향후 괴우주 무력 서열 1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력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곳 오기야타에서 전쟁을 계속하면 이는 우리 두 세력의 찬란한 앞날에 누가 될 뿐입니다. 그렇기에 난 님들과 싸울 가치가 있는지 묻기 위해 이 회담장에 나온 겁니다.”


“하나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실지를 물어야 합니다. 성경 말씀과 우리의 정신이 충돌한다면 전자를 따르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물론 인내하다 적이 적다우면 아말렉처럼 소멸시켜도 가하다고 하셨으나 그것이 최후의 수단임을 암시하셨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온유하시고 인내하시며 자애로우신 분임은 요나서에서도 드러납니다. 서로 어느 정도 통하는 상대일수록 서로의 화평을 도모해야 합니다. 특히 형제라고까지 일컬을 수 있는 자들끼리라면 마태복음 18장 21-22절처럼 서로 끝없이 용서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미흡한 죄인들의 이정표가 되겠지요.”


젠트라가 조약서를 품에서 꺼내 내밀었다. 도법인간 니벵룬이 도장을 찍어 두 대국의 동맹 조약이 성립되었다. 젠트라가 악수하면서 말했다.


“이제 우리는 혈맹이군요.”


니벵룬이 미소지었다.


“서로 적이었으니 엄밀한 뜻에서는 아니죠. 서로가 등을 의지하고 벗으로서 적과 싸우는 진정한 혈맹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5.03.20.]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술 마시면 실수가 많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4/14 - -
300754 던져진 존재 [3] 문갤러(58.233) 04.03 104 2
300753 13월 클럽 문갤러(49.163) 04.03 52 0
300752 내 길은 철학과 문학이 맞는 것 같아 [9] 凡人(218.52) 04.03 133 0
300751 노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12] 凡人(218.52) 04.03 126 0
300750 O Sole Mio / 이탈리아 가곡 [9/1] 凡人(218.52) 04.03 112 2
300748 Caro Mio Ben / 이탈리아 가곡 [27/1] 凡人(218.52) 04.03 120 1
300747 뭔 실패한 대통령을 감싸 돌고 난리여? [4] indigo_giyu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100 0
300745 뽕두가 좌파일 줄이야 [9]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99 0
300744 글대화 몇분에 수준을 앎 [9] ㅇㅇ(39.114) 04.03 83 0
300742 뽕두, 나랑 붙을래? [32]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146 0
300741 공허 [16] ㅇㅇ(211.235) 04.03 92 1
300740 뽕두성 올만에 시배틀 ㄱ? [3]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99 0
300738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3]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119 0
300737 문지 창비 시인선 왜이럼? [3] 문갤러(118.235) 04.03 127 2
300736 동생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83 0
300735 전사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56 0
300734 무계 (無季) cllc2000(222.117) 04.03 56 1
300733 능엄경 2회독 중인데 재밌다 [22] 凡人(218.52) 04.02 119 0
300732 형체 ㅇㅇ(39.115) 04.02 44 0
300730 탄핵시키기로 헌재에서 작당한 거 아니에요? 미쳐버리겠네요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66 0
300729 쓰다가 말았는데 이거 해석좀 가능? [3] 문갤러(183.105) 04.02 96 0
300722 섬집 아기 / 동요 [7/1] 凡人(218.52) 04.02 128 1
300721 봄이 오면 / 가곡 [1/1] 凡人(218.52) 04.02 120 1
300720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112 0
300717 이해박기를 거부한자에 대하여 문갤러(223.39) 04.02 52 0
300716 현무암 ㅇㅇ(223.39) 04.02 68 0
300715 이상하네. 왜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지? [7]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150 0
300714 현무암 [1] ㅇㅇ(211.235) 04.02 71 0
300713 유성 문갤러(1.221) 04.02 62 1
300712 돼지 [4] 문갤러(211.235) 04.01 118 0
300711 승천 ㅇㅇ(39.115) 04.01 73 1
300708 웅큼한 문갤러(211.251) 04.01 63 1
300707 My darkness [3] ㅇㅇ(218.148) 04.01 81 0
300706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136 1
300705 Lake Louise [1] ㅇㅇ(218.148) 04.01 78 1
300704 not for you ㅇㅇ(218.148) 04.01 43 0
300703 문어(223.38) 04.01 54 0
300699 형님들 시? 글? 오늘 처음쓴건데 평가나 고칠점등을 부탁드립니다 [3] 문갤러(124.53) 03.31 166 1
300698 벚나무 문갤러(223.39) 03.31 73 1
300696 옛날 고전작품이 너무나 재밌다 지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84 1
300695 외딴 섬 ㅇㅇ(39.115) 03.31 61 2
300693 까마귀 문갤러(211.251) 03.31 66 2
300691 순수함 [42] ㅇㅇ(211.235) 03.31 165 2
300690 오늘도 좋은 글을 써봅시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155 1
300688 오감도,권태 사서 읽었는데요 [1] ㅇㅇ(59.23) 03.31 95 0
300686 끄적인 시 하나만 봐주실분.. [3] 문갤러(211.202) 03.31 146 1
300676 단편 - 읽지 않은 메시지 문갤러(184.152) 03.30 80 0
300673 간이 제작 cllc2000(222.117) 03.30 91 3
300670 반국가 세력이 초거대 조직을 만든다고 경고했더니... ACADEMIA(119.196) 03.29 90 0
300669 동회책 처음 쓰고 있는데 존댓말 고민이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9 96 0
뉴스 “5천만 국민을 러너로”…션→율희, 고수부터 초보까지 ‘뛰어야 산다’ 마라톤 도전기 [종합] 디시트렌드 04.1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