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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갑진년 맞이 용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전시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8 06:38:06
조회 77 추천 0 댓글 0
[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죠. 새해맞이용으로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 용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용은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을 가졌다고 한다. 초현실적 존재인 용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져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그림,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까지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용이 다섯가지 복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국립중앙박물관를 찾아 용과 관련된 작품을 만나보자.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하는 "갑진년 맞이 용을 찾아라"특별전을 내년 4월7일까지 연다.

 

 
수천 개의 금알갱이로 표현한 용


낙랑 용무늬 허리띠 고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순금제 버클로 낙랑 유물 중 최고의 수작이다. 금판을 두들겨 허리띠 고리(버클)를 만들고, 표면을 금 알갱이 수천 개와 금실로 용 일곱 마리로 장식했다. 문양은 가운데에 큰 용이 1마리 있고, 그 주위에 6마리의 작은 용이 배치되어 있는데, 각 용들의 중심 윤곽은 비교적 큰 금 알갱이로 나타냈다. 금실을 나선형으로 말아 용의 코를 특징적으로 나타냈으며 곳곳에 청록색 터키석을 박아 넣어 화려함을 더했다. 모두 41개의 청록색 터기석을 감입하였으나 현재는 7개만 남아있다. 왼편에 뚫린 호형의 구멍을 가로지르는 순금제 교침은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고가의 재료인 금과 터키석 장식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신분이 높은 권력자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죽은 자를 지키는 동쪽의 수호신

 


고구려 강서대묘 청룡 모사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죽은 자를 지키는 동쪽의 수호신 고구려 사람들은 죽은 자가 영원히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무덤 네 벽에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四神을 그렸다.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은 사신 중 가장 강력하다고 전해진다. 그림 속 청룡은 큰 눈에 긴 혀를 내밀고 있고 몸통이 도마뱀과 같이 얇다. 시공간을 초월해 청룡은 무덤의 주인을 지키고 있다. 

  

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용

 


백제 용무늬 벽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두께 4㎝인 정사각형 무늬 벽돌로 네 귀의 측면에 홈이 있어 서로 연결할 수 있다. 출토 당시 바닥에서 다른 무늬 벽돌과 함께 일렬로 발견되었다. 벽돌 안 둥근 테두리 안에 몸을 ‘S’자로 뒤틀고 있는 용 한 마리가 있다. 동그란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렸는데 이빨은 날카롭다. 용 주변에는 구름이 있어 용이 하늘을 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용을 신성하게 여겨서 칼이나 향로, 불교사원의 벽돌과 같이 중요하고 귀한 물건을 만들 때 용 무늬로 장식하곤 했다.









용의 울음, 불법을 전하는 종소리 되어

 


고려 청동 범종(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경기도 연천군 원당리에서 ‘기유(己酉)’ 글자를 지닌 청동금고와 함께 출토된 작은 종으로 세부 문양이 정교하다. 종 윗부분에 용 한 마리가 오른쪽 앞발로 바닥을 딛고 왼쪽 앞발을 치켜든 채 꿈틀대고 있다. 치켜든 앞발과 크게 벌린 입 속에는 여의주가 있다. 구부러진 용의 몸통은 종을 거는 고리 역할을 한다. 통일신라 종의 용 장식은 두 발과 입을 종에 딱 붙인 모습이었는데, 고려시대가 되면 용이 머리를 치켜들고 앞발을 들어 올리며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중국의 옛 기록에 의하면 바다에 살던 ‘포뢰蒲牢’라는 큰 용이 고래를 무서워해 고래가 나타나면 크게 울었다고 한다. 포뢰를 종 위에 놓아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를 바랬다. 







왕을 상징하는 오조룡




조선 태조 어진. 왕을 상징하는 오조룡(다섯개의 발톱을 가진 용)이 수놓인 곤룡포 (전주어진박물관 제공)



 

강력한 힘을 지닌 용은 왕을 상징해 왕의 얼굴을 용안龍顏이라고 불렀고 왕의 옷과 허리띠, 앉는 의자를 항상 용으로 장식했다. 태조 어진 곳곳에서 왕을 상징하는 용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푸른색 곤룡포의 가슴과 어깨에는 금실로 수를 놓은 오조룡(발톱 다섯 개의 용)이 보인다. 왕이 착용한 허리띠의 중앙에도 용이 장식되어 있다. 왕이 앉는 붉은색 어좌御座 상단 가장자리에 용머리가 좌우 3개씩 장식되었고, 어좌의 각 판에도 금니로 다양한 형상의 용을 그려 넣었다.




조선왕조는 건국 후 태조어진을 한양을 비롯해 고구려의 수도 평양, 신라의 수도 경주, 고려의 수도이자 태조가 살았던 개성, 태조의 출생지 영흥, 태조의 본향 전주 등 모두 6곳에 봉안하였다. 전주에 태조어진을 봉안한 것은 조선 초인 1410년(태종 10)으로, 경주 집경전의 태조어진을 모사하여 모셨다. 조선왕조는 건국자인 태조의 어진을 전주에 봉안하여 이곳이 왕실의 고향임을 분명히 하였다.




현재의 태조어진은 1872년(고종 9)에 새로 모사한 것이다. 조선 초의 태조어진은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그림을 물에 씻어내고 백자항아리에 담아서 경기전 북계상(北階上)에 묻었다.

 

 

대한제국 황제의 권위를 나타낸 용 인장 

 


대한제국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는 용 인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사각형 도장 위에 용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입에는 구슬을 물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몸체에는 비늘이 촘촘하게 표현되었고 톱니 같은 지느러미가 세워져 있다. 이 휘어진 용의 몸체 사이로 술이 달린 붉은색 인수印綬를 매어 사용했을 것이다. 조선 국새의 손잡이는 본래 거북이였는데 황제국을 선포한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는 이를 용으로 바꾸었다. 황제국의 위상을 세우고 자주독립의 길을 가려는 의지가 용에 담겨있다.




1897년 10월, 고종은 서울 환구단(圜丘壇)에서 황제(皇帝)에 오르고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선포하였다. 이후 고종은 정부조직, 관직 명칭, 제례를 포함한 의식 및 예절을 바꾸는 조치를 취하였는데, 그 조치 중 하나가 이전에 사용하던 국새(國璽)를 황제국가의 품격에 맞게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즉 기존의 거북이 장식을 황제를 상징하는 용으로 바꾸었다. 일제강점 후 잠시 일본에 빼앗겼던 이들 국새와 어보(御寶)는 해방 후 되찾아 총무처에서 관리하던 중 한국전쟁으로 많은 수가 산실되고 현재는 ‘대원수보(大元帥寶)’, ‘제고지보(制誥之寶)’, ‘칙명지보(勅命之寶)’ 3개만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다. 







하늘로 오르는 용 

 


승천하는 용(조선) (국립중앙박물관)



 

바다에서 나온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먹만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용의 전체적인 형태를 그리고, 농담을 조절하며 거친 파도와 자욱한 먹구름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긴 수염을 휘날리며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용의 얼굴은 사람을 닮았다. 용은 비구름을 다스린다고 믿어져 조선시대 용 그림은 기우제(비가 오길 기원하는 제사)에서 사용되었다. 양陽을 상징하는 용이 음陰의 기운이 가득한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운룡도는 입신양명, 과거시험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봉황과 함께 하늘을 나는 용




 


용과 봉황을 탄 선인(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보름달과 북두칠성이 빛나는 어느 밤, 소사蕭史와 그의 부인 농옥弄玉이 각각 황룡과 봉황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다. 소사는 진 秦나라 사람으로 이들 부부가 부는 퉁소 소리를 듣고 봉황이 찾아들었다고 한다. 명나라의 『삼재도회三才圖會』에는 퉁소를 불고 있는 소사 옆에 봉황이 있는 삽화가 등장하는데 이후 신선 설화집인 『열선전列仙傳』에는 소사가 용을, 농옥이 봉황을 타는 모습으로 그려져 신선과 같은 모습이 강조되었다. 소사가 탄 용은 봉황과 달리 구름을 양탄자처럼 깔고 있어 재미있다. 







정월 초, 호랑이와 함께 문에 붙였던 용 그림

  


운룡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청룡도는 정월초 궁궐이나 관청의 대문 등에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붙였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림이다. 활달한 필치로 그려지며 크기는 가로 세로 2m에 이른다. 두꺼운 종이 6장을 이어붙인 큰 화면 위에 커다란 용이 꿈틀대고 있다. 용은 입을 크게 벌리고 앞에 있는 여의주를 물려고 한다. 용의 노란 몸통은 푸른 파도,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용이 오복을 가져오고(용수오복龍輸五福), 호랑이가 세 가지 재해를 몰아낸다(호축삼재虎逐三災)고 믿었다. 그래서 용 그림은 정월 초, 호랑이 그림과 함께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여졌다. 건물의 입구에 그림을 붙여 일년 내내 재앙을 피하고 행운을 바랐던 선조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용을 소재로 그린 조선시대의 화가는 궁궐에 소속된 화가인 화원이었던 석경(石敬)을 비롯하여 조선 후기 윤두서(尹斗緖), 김응환(金應煥), 정선(鄭敾) 등이 있다.







여의주를 갖고 노는 두 마리 용 

 

 


해룡(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고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청룡과 아래에서 올라가는 황룡의 움직임에 구름과 파도의 리듬까지 더해져 한층 역동적인 느낌이 든다. 쌍룡이 여의주를 갖고 노는 그림(雙龍戱珠)은 명나라에서 들어온 후, 조선시대 교룡기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위 천장, 경복궁 건춘문 위의 천장 그림처럼 왕실의 상징물에 주로 활용되었다. 벽옥 여의주를 쫓는 용들의 표정은 험상궂기보다는 익살스러워 서로 장난치는 듯 보인다. 







용의 몸통을 지나 입에서 피어나는 향  

 


청자 용 모양 향로(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개성에서 출토된 이 향로는 뚜껑과 넓은 전이 달리 둥근 몸체, 그리고 짐승 얼굴 모습을 한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몸체에서 향을 피우면 조각 장식의 입을 통해 향이 분출된다. 고려시대 청자 향로의 뚜껑에 장식된 조각의 종류는 원앙 · 오리 등 실제 동물들과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사자 · 기린 · 용 등 상상의 동물들로 구분된다. 




향로 뚜껑 위에 용이 올라앉아 여의주를 움켜쥐고 머리를 치켜올린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기다란 몸통은 똬리를 틀어 앉았고 상체는 꼿꼿이 세우고 있다. 음각선으로 장식된 비늘과 주름, 갈기 장식 사이로 푸른색 유약이 채워져 정교하면서도 입체적인 모습이 강조되었다. 용의 몸통을 관통해 입에서 피어 올라오는 향을 상상해보게 된다.




고려시대 조각 장식 청자 향로의 시작은 중국의 영향에서 비롯되었지만, 점차 고려만의 독특한 세련미와 뛰어난 조형미로 새롭게 발전되었다.

 

 

백색 흙으로 표현된 용 

 


청자 상감 용봉황 넝쿨무늬 항아리(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 후기에 제작된 청자상감 항아리 중에서도 단아한 형태와 상감 장식에 많은 정성을 들인 주목되는 작품이다. 특히 백상감된 부분은 모두 도드라지게 되어 있으며, 앞뒤면의 용무늬는 한층 도드라져 있다. 이와 유사한 상감청자 파편이 전북 부안군(扶安郡) 유천리(柳川里) 가마터에서 발견된 바 있다.




마름모꼴 꽃모양(능화菱花) 창 안에 여의주를 쫓는 용 한 마리를 백색 상감으로 표현했다. 청자의 푸른빛이 하늘이 된 것처럼, 흰색 용이 몸을 틀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능화형 창을 경계로 바깥쪽에는 봉황과 넝쿨을, 안쪽에는 용과 구름을 가득 장식하여 초현실적인 세계를 엿보는 듯하다.







위풍당당, 왕실 항아리의 용


백자 청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키가 높은 항아리(입호立壺)에 사실적인 청화 구름 용 무늬(雲龍文)가 크게 그려진 백자 용준龍樽이다. 용준은 왕실 의례에서 두 점이 쌍을 이루어 꽃가지를 꽂아 장식하거나 술을 담아두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 작품은 크기가 크고 형태가 당당하며, 정교한 문양 표현이 특히 돋보인다. 주둥이에 넝쿨 무늬대를 두르고 어깨와 몸체 아랫부분에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도식화된 연꽃 무늬를 넣는 등 보조 문양대를 배치하였다. 몸체 중앙에는 여의주를 희롱하는 커다란 용을 그렸는데 수염과 지느러미, 비늘과 발톱 등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였고, 용의 위 아래로 구름을 채워 넣었다. 투명한 담청백색의 유약과 청화의 짙은 발색이 어울려 강렬한 느낌을 준다.

 

 

구름 속에 숨어버린 용

 


백자 철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7세기 중엽경의 전형적인 항아리이며, 빠른 필치와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철화 운룡문 항아리 가운데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다. 철회 백자는 백자 태토로 그릇을 만들어 초벌구이 한 후에 철사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구운 것인데, 철사 안료의 경우에는 붓을 그릇에 대자마자 수분 안료가 빨려들어가므로 여간 빠르고 능숙한 붓놀림이 아니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가 없다.




항아리의 몸체를 가로지르며 적갈색의 용이 날아가고 있다. 철분이 들어있는 안료는 굽고 나면 적갈색을 띤다. 빠른 필선으로 용의 몸통을 그리면서 용의 얼굴과 다리는 과감히 생략했다. 힘 있게 눌러 찍어 표현한 비늘 장식과 간략하고 자유로운 용표현이 왕실 의례용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와는 대비된다. 

 

  

연적을 품은 용

 


백자 청화 투각 구름용무늬 연적(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연적의 바깥 부분에 구름과 용을 조각했다. 용의 눈썹과 갈기, 비늘, 이빨 등 세부를 칼로 새겼는데 부위별로 깊이를 달리해 입체감이 느껴진다. 구름과 용의 눈동자를 푸른 안료로 채색하여 백자와 대비를 이룬다. 물을 담는 연적의 기능을 하면서도 용 문양을 화려하게 투각하여 사랑방 장식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용은 입신양명 또는 문과의 장원급제를 상징하기도 해 양반들이 사용하는 문방구류에 장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tomyi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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