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급증한 건 몇 년 동안 움츠러들었던 여행 수요가 갑자기 폭발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제주의 바가지요금을 탓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실 숙박비나 렌터카 비용은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차가 있어 극성수기에는 해외여행 경비나 제주 여행경비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음식값 바가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식당들이 억울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4~5년 전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다 해서 간 적이 있는데, 당시 떡볶이 2인분이 25,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떡볶이가 25000원?’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실제 테이블에 내온 음식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떡볶이는 그저 메뉴명일 뿐 실제 내온 음식은 온갖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떡볶이 국물을 이용한 전골 스타일의 요리였으니까. 해물라면도 마찬가지다. 신선한 해물을 듬뿍 올린 라면이라면 그에 맞는 가격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물론 비양심적인 식당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착한 업소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아니지 않나.
5,000원 콩나물국밥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만난 식당은 ‘전국 오일장 음식점 경진대회’ 같은 게 있다면 단연 우승후보라고 할 만하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에서 365일 영업 중인 ‘안녕!김밥’이다.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은 매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짜(4일, 9일, 14일, 19일, 24일, 19일)에만 장이 서지만 이곳의 몇몇 식당은 장날과 관계 없이 1년 내내 영업을 한다.
점심시간에 즈음해 서귀포향토오일시장을 방문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여러 식당들 중에서 ‘안녕!김밥’을 선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식당 명칭에 ‘김밥’이 있으니 분식집이겠거니 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분식집이 아니다.
분식 메뉴는 김밥과 라면, 그리고 우동 정도가 전부.
메뉴판을 보니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한 끼 식사가 될 만한 음식들이 있다.
가격도 3,000원~5,000원 사이로 저렴하다. 가장 비싼 메뉴는 1만원인 제육볶음이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시래기국밥이었다. 공기밥 하나에 2,000원까지 받는 식당도 있다는데 한끼 식사 메뉴가 3,000원이라니.
조금 기다리니 내온 시래기국밥.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에 시래기가 듬뿍이다. 딱히 별다른 재료가 들어간 건 아니지만 시골 장터에 딱 어울리는 맛이다. 매번 갈 때마다 늘 한결같은 국물맛은 아닌듯한데,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시래기국밥을 주문하면 계란프라이도 함께 내온다. 단백질 보충하라고.
3000원 시래기국밥
반찬은 셀프인데 김치, 깍두기, 멸치볶음, 꼬들빼기 등 여섯 가지가 늘 준비돼 있다.
맛깔스런 반찬들
반찬들에서는 직접 만든 손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시래기도 어딘가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재배한 것을 그날그날 쓸 만큼 가져온다 한다. 그래서 3,000원이란 가격이 가능하다고.
오전 5시부터 문을 여니 시래기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된장찌개는 5,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물이 알차다.
첫 술에 느껴지는 맛은 시원함~~
게가 듬뿍 들어가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고, 살짝 뿌려진 고춧가루 덕에 매콤함도 코끝을 간질인다.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나오는 게... 이렇게나 많이 넣어주고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다.
시원함이 일품인 5000원 된장찌개
날계란 하나를 톡 깨어넣고, 새우젓을 넣어 간만 만추면 되는 콩나물국밥도 또다른 별미다.
깊고 풍부한 맛까지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전날 술이라도 한 잔 했다면 해장하기 딱 좋다.
해장국으로 일품인 콩나물국밥
우동, 라면, 김밥 등 분식 메뉴는 딱히 특별할 건 없는 평범한 맛이다.
여러 명이 함께라면 제육볶음이나 김치전을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제육볶음은 1만원 짜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고, 김치전은 김치가 맛나서 그런지 알싸하게 매콤하면서 자꾸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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