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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 리뷰] 내시경보다 무서운 준비과정의 공포, 알약으로 해결한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9 08:21:29
조회 3093 추천 0 댓글 11


알약이 나오면서 내시경 받기가 수월해졌다.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우리나라만큼 건강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만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2년에 한번씩 무료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혈액검사에서부터 요검사, 신체 측정, 안과 검사, 암 검진(40세 이상부터다) 등이 주요 검사 항목이다. 혹자들은 너무 형식적으로 검사하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한국인 1000명 중 4명이 건강검진으로 암을 발견한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건강검진은 매우 중요하다.

 

생애 전환기라고 불리는 40세부터는 암 검진이 의무이다. 물론 무료로 받으려면 위조영술이나 대변검사 등의 검사를 하면 되는데 아주 기초적인 검사법이다. 여기에 비용을 조금만 투자하면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내시경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위와 대장을 합쳐 내시경을 예닐곱 번 정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금식도 아닌 내시경을 위해 장을 비워야 하는 준비과정이다. 장을 비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속에 있는 걸 다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한다. 이른바 관장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냥 비울 수는 없으니 약의 도움을 빌어야 한다.


 


기존 내시쿨산의 복용 과정


그동안 관장을 하려면 내시쿨산이라는 분말로 된 약을 물에 타서 먹어야 했다. 비릿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레몬향을 추가한 약인데 내시경 전날 이걸 탄 물 1.5리터를 1시간 동안 마셔야 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도 똑같이 1.5리터를 마셔야 하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맛있는 콜라나 사이다라고 하더라도 패트병 하나 먹기도 쉽지 않은데 약간 느끼한 맛의 물을 3리터나 마셔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건강검진은 두렵지 않은데 내시경을 위해 그 물을 마셔야 하는 게 곤욕이다.

 

올해 건강검진은 여느 해와 다르게 좀 일찍 받기로 했다. 항상 2년마다 한번씩 연말이 되서야 뭔가에 쫓기듯 건강검진을 받아왔는데 올해는 건강검진을 해오던 곳에서 전화가 와서 일찍 받으면 20% 할인을 해준다는 말에 혹해서 일찍 받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위와 대장 내시경을 필수 검진항목으로 넣었고 아내도 같이 받는 것으로 신청했다.


 

검진 3일 전에 대장약을 받으러 오라는 안내 문자에도 내시쿨산이라는 분말약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대장약을 받기 위해 주차를 하는 동안 아내는 내시쿨산이라는 분말약 대신에 알약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아내는 10년 전쯤 내시경을 위해 저 가루약을 먹다가 중간에 토하는 바람에 내시경을 받지 못한 공포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약으로 받아온 건 오라팡이라고 하는 알약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장 절결제 제품으로 2019년에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복용법은 그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시는 물의 양도 비슷하다. 다만 물에 타서 마시는 게 아니고 알약이기에 느끼함의 정도가 다르다. 물 대신에 포카리스웨터 같은 이온음료를 마셔도 상관없다.


 


내시경을 위한 알약의 등장으로 내시경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건 탈수 증세를 막아주기 위해서란다. 장 정결제는 주로 장 속의 노폐물을 녹여서 설사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탈수가 되면 신체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 양을 지켜 섭취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우리 부부는 건강검진 시간을 아침이 아닌 정오로 예약했다. 아침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디디게 진행되는데 정오는 사람들이 없어 빨리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검진을 위한 복용법을 보니 새벽 5시에 14, 아침 8시에 14알을 각각 30분 동안 나눠서 복용하라고 되어 있다. 그건 어렵지 않았는데 30분 복용 이후 1시간 동안 물 1.5리터를 꾸준히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했다.


 


오라팡 알약의 복용법


 

 

14알을 먹자마자 아랫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4시간 동안 화장실을 드나들길 10여차례. 노랗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한다. 흔한 말로 항문이 따끔거릴 정도로 설사는 계속된다. 마시는 물의 양은 비슷했지만 그 가루를 탄 물을 마시지 않은 것만으로 이번 건강검진 준비과정은 참 수월해졌다. 이 알약을 복용해본 사람들은 다 비슷한 심정이겠지만 꼭 28알을 먹어야 하나? 한두 알 정도로 끝낼 수 없을까? 그렇게 되기를 바라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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