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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좌충우돌 유럽 가족여행기① 프롤로그_다시 유럽을 갈 수 있을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8 1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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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20여년 전, 결혼 후 아내와 이런 얘길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국내 여행을 가고, 일 년에 한 번은 해외 여행을 가자고. 국내 여행의 경우 어쩌다 바쁜 달에는 못 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은 꾸준히 다녔다. 해외 여행 역시 일 년에 한 번은 갔고, 많게는 일 년에 두 번을 간 적도 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그 해 가고 싶어도 못 갔고, 그 이듬해 코로나가 무뎌질 무렵에 패키지에 한해 최초로 개방된 일본 여행을 누구보다 빨리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열흘이라는 긴 기간 동안 유럽을 다녀왔다. 돈을 벌어야 하는 직장인이-사업자라서 직장인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사무실을 비우고 여행을 다녀왔다. 특히 언제 올 지 모르는 고객사 요청을 처리해야 하는 대행사의 입장에서 여행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34일 정도가 고작이었다.


 

올해 유럽 여행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 애초에는 호주를 갈 생각이었다. 20주년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네 부부가 작년에 엄마가 암 투병을 할 무렵 병 간호를 위해 한국에 오면서 여행 계획은 급하게 미국으로 기울었다. 사나흘 정도 미국 동생네 집에 머물면서 미국 서부여행을 하고 동부로 넘어가 여행을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동생 말에 혹했다.


 

하지만 미국을 간다면 난 빠지고 아내와 애들끼리만 보낼 생각이었다. 돈도 워낙 많이 들겠지만 그보단 기자 시절 미국을 세 번 다녀온 터라 굳이? 하는 생각에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가족끼리 몇 번의 격론이 오간 끝에 여행지는 유럽으로 결정됐다. 아빠 없이 여행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과 함께 나 역시 한 번도 안가 본 유럽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때가 작년 여름 무렵이다.


 


이탈리아 로마까지 타고 갈 아시아나 비행기


 

 

유럽 여행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유여행을 하느냐, 패키지 여행을 하느냐가 첫 번째 고민이었다. 아무래도 여행을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저렴하면서도-이 부분은 장담할 수 없다- 몸이 편한 패키지가 낫겠다 싶어 처음엔 홈쇼핑에 방송 나온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금액은 1인당 300만원대였지만 가이드 팁을 비롯해 옵션 입장료 등이 상당수 빠진 금액이라 최소 1인당 100정도는 더 들 수밖에 없는 상품이었다. 가족들은 관광지 가서 사진만 찍고 다시 버스 탑승해서 이동하는 건 싫고 여유를 가지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결국 자유여행으로 결정했다.


 

두 번째 고민은 어느 나라를 갈 것인가였다. 처음에는 영국에 갔다가 도버해협을 기차로 건너 프랑스와 몇 개 나라를 거치자는 얘기가 나왔다. 문제는 예산과 날짜다. 큰 아들 수능을 마치고 수시와 정시 원서접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봤을 때 최대 열흘 정도가 한계치였다. 그래서 결정한 게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 3개국으로 좁혀졌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비행기 표 예매다. 비행기 표는 일찍 예매할수록 싸다. 며칠 앞두고 잔여 표가 떨이 상품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장거리 비행기를 운에 맡길 수는 없다. 사람들이 비행기 표를 알아볼 때 가장 많이 검색하는 앱은 스카이스캐너다. 요즘엔 티웨이 등의 저가항공도 취항해 저렴하지만 모니터도 없는 저가항공을 열 시간 넘게 타고 다니는 건 그야말로 고문에 가깝다. 그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개로만 고르다 보니 1인당 편도 금액만 백만원 정도다.


 

조그만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SOS를 쳤다. 아무래도 여행사는 미리 비행기 표를 사두기 때문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는 1인당 편도 50만원 정도에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 비행기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매 후 이틀 뒤 비행기 표를 취소해야 했다. 엄마 기일 날짜를 깜빡 잊고 여행을 잡은 것이다. 부랴부랴 취소를 하고 티켓을 다시 예매했다. 취소 패널티만 1인당 15만원이었다.


 

자유여행으로 결정하다 보니 또다른 고민거리는 교통편이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차를 렌트해서 이탈리아부터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가는 여정을 짰다. 얼마 뒤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 알고 나서 전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아무래도 차를 가지고 국경을 두 번이나 넘는 것이다 보니 렌트비만 2백여만원이 넘었다.


 


유럽까지 가는 비행시간은 참 길었다.


 

 

그렇다고 저렴해진 건 아니었다. 로마에서 취리히로 가는 건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고(자동차로는 하루를 꼬박 잡아야 했다), 취리히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 인터라켄에서 바젤까지 가는 기차, 바젤에서 파리까지 가는 떼제베 등을 합치면 렌트비보다 더 나오긴 했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였다. 나중에 터득한 결론이긴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기차비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스위스 안에서만 자동차 렌트를 하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유럽 장거리 여행을 처음 하는 것이라 코스 짜는 것도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로마에서 하루를 꼬박 돌고 베니스로 내려가서 하루, 피렌체와 베네치아,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로 이동하는 계획을 잡았다. 프랑스에서도 티비에서 많이 나오는 몽생미셸까지 자동차로 갔다 오는 코스를 짰다. 결국 여행사 다니는 친구한테 핀잔만 먹고 취소해야 했다. 볼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자동차 안에서 시간을 다 보낼 셈이냐는 얘기만 되돌아왔다.


 


로마 도착해 처음 본 게 콜로세움이다.


 

 

숙박 역시 최대 고민 중의 하나였다. 가성비를 따질 것이냐 아니면 최대한 안락한 숙소를 구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다. 해외의 호텔들은 한 방에 2인용 침대가 대부분인데 4명이 들어갈 수 있는 숙소는 아무래도 금액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엔가 연말연초를 보낸다고 홍콩의 4인용 호텔방을 예약했다가 창문도 없는 하꼬방 같은 룸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방을 두 개 예약하는 건 더 무리가 따랐다. 결국 낮에는 대부분 밖에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고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갈 것이라 방은 최대한 가성비 있는 곳을 선택했고, 대신에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이 많지 않아 그나마 가짓수가 많은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로 예약했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했다.


 

 

유럽 장거리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모 고객사의 아침 뉴스 클리핑을 매일 작업해서 전달해야 했고, 나 역시도 혹시나 보도자료 배포 같은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했다. 유럽과 한국의 시차는 8시간 차이다. 오전 1030분에 클리핑을 배포해야 하는데, 유럽 시간으로는 새벽 두 시 반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광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오면 저녁 9시쯤인데 이때 눈을 붙였다가 12시에 일어나서 2시쯤 메일을 발송하는 것으로 매일 일정을 잡아야 했다.


 


스위스에서 프랑스 파리는 떼제베를 이용했다.


 

 

또 고객사였던 모 대학은 세금 납부 관련 결재 서류를 떼서 보내줘야 했는데 정부24와 위택스, 세무서, 구청 납세과 등에 새벽에 전화해서(시차 때문에 식구들 자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몰래 통화해야 했다) 읍소하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 날은 비행기 안에서 업무를 봐야 했다. 저녁 7시 비행기로 파리에서 출발해서 한국에 오후 3시 무렵 도착하는 일정인데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가 기내 무선인터넷이 지원되는 에어버스 A350 기종이라 무사히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100년도 전에 만들었다는 에펠탑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열흘에 걸친 유럽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다시 한번 복기하자면, 정말 지치고 힘든 하루의 연속이었다. 하루 걸음 2만보는 기본에다 살인적인 유럽의 물가, 특히 스위스의 물가는 상상 초월이다. 생수 한 병에 5천원 수준이다. 여기에 사상 최고의 환율로 인한 가격 차이는 여행 도중에 한도 초과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을 금지당하는 초유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다음 날 카드 사용한도 증액이 가능해서 한숨을 돌리긴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너무 지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결론은 너무도 어렵사리 여행을 다녀온 탓에 이런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나이가 더 들면 걷기도 부담스러울텐데 언제까지 이런 팔팔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가족여행기를 쓰려고 마음먹긴 했는데 몇 회까지나 쓸 수 있을까? 역시 여행은 가슴이 뛸 때 떠나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릴 때는 너무 늦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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