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흙수저갤글이 내가 쓰는 커뮤 보이길래 와봤다

새삼 옛날 생각나서 몇자 적어봄.
초딩때 부모 이혼 + 두분다 도망감


친척집 전전하며 삼.


수급자 의료보호 급식비 담임이 내줌 불우이웃단체 후원 받음 구청에서 외식쿠폰 받음


고딩때 부모님 돌아와서 집 더 말아먹음


다행히 운좋게 공부 적당히 잘했음. 1~2등급 사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개쩌는 거 같음.


어떻게 고딩 졸업해서 대학 괜찮게 감+취업빨리함


노가다뛰어서 대학등록금 모아놓은거 부모님이 훔쳐가서 술값으로 증발. 현타와서 걍 등록금 버는건 포기하고 학자금 풀대출받고 대학다니면서 알바로 용돈 범.


취업하니 끊임없는 효도요구, 인륜과 천륜 드립으로 정신공격
결국 몇년 고통받고 고민하다 관계 끊어버리고 잠적. 솔직히 집 병신이라는건 중딩때부터 알았는데 진심 끊어야 산다는걸 알게된건 20대 초반. 끊은건 20대 후반.

어떠냐 어느정도는 비슷한 이야기냐? ㅎㅎ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애도 둘 놨다. 집도 지방이지만 내명의로 있다.



결혼할땐 돈 오백들고 했어. 아직도 여전히 서민이지만 이정도면 그래도 잘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감할지 모르지만 흙수저 최악의 단점은 리트라이가 불가능한 그 압박감인거 같거든. 외줄타듯 인생을 살았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

난 천만다행히 잠적한 나를 부모님이 찾지 않았다. 더글로리에서 찾아오는거 보고 진짜 ptsd와서 그날 잠못잠.


나보다 더 힘은 사람들 당연히 많을건데 함부로 조언하기 어렵지만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라는 생각 하기 바란다. 결정이 났다면 과감하게 행동하는것도 필요한거 같아. 난 그때 끊어내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 안살아있을지도 몰라.


사람들은 흙수저를 이해못해. 그렇게 안살아봤기에 그래도 부모인데 그래도 가족인데 등등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를 존나 함부로 내뱉더라. 그놈의 천륜 인륜 ㅆㅂ 나는 생각 안해본줄 아나. 그놈들보다 백배 천배는 고민했을건데 말야. 정말 존중이 없다고 느껴서 그런 의견들은 씹었어. 물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흙수저로 살아봐서 좋은건 진짜 거의 없는데, 그냥 밑바닥이 뭔지를 아니까 어느정도 선에서 스스로 너 고생했다고 잘해왔다고 말할 수 있는거 하나정도 좋은거 같다. 안좋은건 우울증 현타 미련 건강 등등


어쩌다 내가 흙수저였던 기억도 잊어버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기분이 묘하다. 적어도 몇개월동안은 과거 생각을 거의 안했던거 같은데 이정도면 적어도 난 흙수저의 굴레는 벗어난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


남들이 뭐라하든지 난 어느정도는 이겨낸듯해. 어느 누구도 내 환경일때 나정도 올라오리라고 쉽게 말 못할거 같거든. 물론 잘난 놈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잘살겠지만 그건 축하해줄 일이고 내가 위축될 일이 아니지.

너희들도 건승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