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양혜나 기자 = 여권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를 두고 10일 장고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 처리로 통과돼 조만간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쌍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 건의 및 행사 방침을 주저없이 밝힌 때와 달리 신중한 모습이다.
먼저 대통령실은 특별법이 위법의 소지가 많다고 보면서도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는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울미디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한 것은 없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유관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법안이 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것은 맞는다"며 "야당의 일방통행적 입법 과정에 대한 견제 장치가 대통령의 거부권"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이후 특별수사본부 수사나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 과정 등에서 상당한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또 행정부 산하에 설치되는 특조위에 대통령 인사권을 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도 어긋난다고도 판단한다.
국민의힘 역시 이태원 특별법 처리가 야당의 '총선용 입법 폭주'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거부권 건의 여부를 쉽게 결론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에는 말을 아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우리 원내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논의해볼 것으로 안다"라고만 답했다.
당내에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쌍특검법에 이어 며칠 되지 않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어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은 데다 159명이 숨진 대형 참사의 진상 규명을 막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 역풍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번에는 행사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야 협상의 쟁점이던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개시 시점이 총선 이후로 미뤄졌고, 특조위의 특검 요구 권한도 삭제돼 거부권 행사 명분이 희석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태원 참사 유족 (사진=양혜나 기자)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민할 부분이 있어 당장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며 "법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거부권을 연이어 행사하는 것에 부담이 있고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참사와 관련한 사안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야가 특별법 관련 이견을 상당 부분 좁히다가 막판 합의에 실패해 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한 상황인 만큼, 특별법을 두고 재협상을 진행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이 법안에 대한 여야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들에게 "종전 사례에 따르면 법안이 단독 통과된 이후라도 협상한 사례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다만,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지금의 안에서 후퇴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기에 추가 협상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 등 당내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거부권 건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해당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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