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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언옐 클로버 전투 진입 글모바일에서 작성

튜드(125.131) 2025.01.31 19:55:30
조회 223 추천 2 댓글 1

덩굴 끝에 매달린 괴물, 마틀렛의 눈이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몸통을 관통한 붉은 단검을 바라보았다. 복부에서부터 올라오는 강렬한 통증과, 곧 저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 아이의 코트에 묻은 먼지 한 줌이 되리라는 생각은 산산조각나버린 영혼에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클로버...?"

"내가 알아챘어야 해-했는데....."











그녀의 먼지가 내려앉은 곳에 솟아오른 한 송이의 꽃은 제 고개를 흔들며 꽃잎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인간 아이의 얼굴에는 전까지만 해도 호의적이던 꽃에 대한 배신감, 당혹감, 공포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무언의 감정 뿐이었다.


"어이쿠!내가 그 년을 먼저 죽여버렸네!"

"왜 그래, 내가 걜 죽여서 뭐, 화라도 났어?"

"...그럴 리 있겠어?"

"너도 이 지하를 그냥 돌아다닌 건 아니잖아."

"네가 참 불쌍한 괴물들에게 그런 짓을-"



차라락.

그 자리에 있던 꽃은 그 소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있었다. 리볼버에 총알을 넣고 거칠게 돌리는, 자신이 저버린 아군에게서 들리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 코트에 묻은 먼지들이 모두 한 번 씩 들어본 소리. 

꽃은 가소롭다는 듯이 킥킥댔다. 이 세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자에게, 그런 의미없는 도발이라니. 수십번의 시간선에서 그랬듯, 자신이 인형인지 자각하지도 못하는 멍청한 인간.

꽃은 그 도발에 응답하듯, 가볍게 세이브 파일을 건드렸다.






Load failed.








"....?"

"....뭐?"






Load failed.

Load failed.

Load failed.

Load failed.




"잠깐만, 어??"

"왜 이게 안 먹히는 거지?"

"지금까지의 시간선에선, 단 한 번도-"







총성이 핫랜드의 뒷골목에서 울려퍼졌다.



꽃은 구멍이 뚫린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아까까지 말하고 비웃으며 인간을 농락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시들어버렸다. 여섯 황금빛 꽃잎은 원래 붙어있던 곳에서 떨어져 나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



고요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나쳐온 모든 곳이 이 부자연스러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음에도, 그 인간은 아직 그 고요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는 느낄 수 없던, 모든 것이 얼어붙어 버린 듯한 공허하고 차가운 바람이 머리 위의 낡은 모자를 슬며시 흔들었다. 










"..........."

"이게 원래 있어야 할 엔딩이 아닌 거, 알지?"





방금의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모른 채, 아이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당연하게도, 그 주위에 있던 건 시들어버린 꽃 한 송이 뿐이었다. 아이가 푹 꺾인 꽃의 고개를 집어 얼굴을 확인했을 때 자신이 쏜 총알이 지나간 흔적만이 사라져버린 이목구비 중앙을 뚫려있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이 이야기에서 걔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 이곳에 주도권을 가진 건-



"배신자."






아이가 자신의 손을 박아넣은 자리로부터 감전된 듯한 고통이 몰려들어온다. 눈에 고였던 눈물은 제멋대로 빠져나오는 노란 영혼에 떨어져 마비되는 듯한 통증이 되었다. 

한 방울, 두 방울, 피가 셔츠를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과정을 멍하니 쳐다보던 영혼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불안하게 두근대는 클로버의 심장이었다. 





















주위가 검은 장막에 휩싸여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영혼은 그림자를 잃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차라락.

희생자들이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들은, 반갑지 않은 리볼버다. 영혼이 자신의 손에서 눈을 뗐을 때, 딱딱하고 차가운 총구가 그것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런 얼굴이야?"

"나잖아, 클로버. 네 파트너이자 심판자."




클로버의 얼굴은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꽤 귀엽다고 할 만 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웃음이 살기와 함께 머금고 있지 않았다면.


"궁금한 게 정말 많겠지."

"내가 어떻게 네 지배에서 벗어났는지, 어떻게 주도권을 얻었는지 하는 거 말이야."



영혼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당혹감이 물에 퍼져가는 잉크처럼 영혼에 퍼져나갔다. 코트 끝에 흩어져 스러지는 먼지가 영혼의 앞에 쌓여가기 시작할 때, 그 이후의 설명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그래, 너도 어느정도는 예상했을 거라 생각해."

"로봇 하나.....단 하나만 부숴버렸다면, 다섯 인간의 살인자들의 창조물, 딱 하나만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면."

"네가 바보같이 그 쇳덩어리에 자비를 베풀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뻔뻔한 자기합리화만 일삼는, 역겨운 생명체들을 심판할 수 있었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어두운 바람소리만이 무한한 어둠을 가득 채웠다. 두려움에 부들거리는 영혼이 들을 수 있던, 아니, 듣기로 선택한 것은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넌...모든 인류를 저버렸어. 미래에 지상을 불태울 불씨를 살려뒀지."

"아주 조금의 EXP...아주 조금의 LOVE만 있었더라면..."






총구가 분노에 떨리고,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총성이 영혼을 뚫었다.




탕.












*하지만 버텨냈다.










"....허."

"그래...쉽사리 죽지는 않겠지."



*당신은 클로버야말로 자기합리화만 일삼는 살인마라고 비난했다.

*당신은 이것이야말로 정의를 방패로, 자기만족을 채울 뿐인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당신은 더 이상 지긋지긋한 몰살은 의미없다고 말했다.



영혼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퍼지고, 멍한 표정의 클로버는 고개를 까닥였다. 영혼의 힘겨운 숨소리가 세 번 그것을 들썩거리고, 노란 빛이 어둠을 밝히며 자신의 정의를 드러냈다.


".....뭐?"

".......저 살인마들을...옹호하는 거야?"

"....하. 이제는 다...상관 없어."

"그들의 원한을, 고통을...풀어줄 수만 있다면...아무것도."

"자기합리화?웃기지 마. 난 단지..."





"정의를 행할 뿐이야."


------

그라데이션으로 빠져나가는 퀄리티를 봐줘서 고맙다.

이런 팬게임이 있음 좋겠다 해서 내 엄지손가락이 향하는 대로 써봤음.

(언더펠 옐로우가 있고 몰살 스탈로가 있는데 솔직히 몰살 클로버가 없음 클로버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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