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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였다 소녀였다하는 공연자가 말아주는 그띠 KSPO DOME 비하인드앱에서 작성

윤갤러(175.223) 2024.11.21 09:31:57
조회 200 추천 4 댓글 8

														

우리나라에 공연장이 부족하다. 언젠가부터 대관이 이렇게 조마조마 할 수가 없다. 그만큼 공연 산업이 커졌고, 성실한 아티스트가 늘어났다는 증거일테고, 이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수치이자 자랑스러워 마땅한 기록인데… 근데 이제 대관이 너무 쫄린다공….

그래서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지난 2월 공연도 기적이었다. 콩윤하의 타이틀에 걸맞다고 하기엔 무자비하게 커다란 숫자, 2만 2천석. 전량 매진. 이번엔 360도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에 그 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다. 하루당 약 3-4천석 정도가 늘어난다고 봐야하니, 3일..? 약간의 무리를 곁들인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2가지가 있었는데 1. 체조에 가야하고 2. 표가 없어 못 오는 관객이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적자는 모두에게 아프니까 BEP 시뮬을 돌렸을 때 진행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우리는 입찰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ㅋ공ㅋ

와…. 이게 되네… 연 2개의 공연을 연 5회나 KSPO DOME에서 한다고?
원없이 잘나가는 가수 만들어주신 홀릭스와 관객께 큰 절을 올립니다. 게다가 수용인원 역대 최고 수준 2만 5천석. 뿌뿌뿌뿌우~

내가 아닌 우리라고 말 하는 이유는 절대 나 혼자 만드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디 짧은 공연기간을 위해 이 일을 함께 하는 모두가 잠을 설치고 끝없이 고민하며 최선을 불태운다. 그리고 우리 팀이 다른 팀과 비교해 다른 점들이라면 디테일에 집착하는 배운 변태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무도 몰라줘도 상관없고 내가 생각하는 개쩌는걸 완성시키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이다. 난 이게 정말 미치도록 좋고 저렇게 차려진 밥상 앞에 숟가락 드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뭐랄까…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셰프님들을 한 식당에 몰아놓고 대기 없이 코스요리로 먹는 느낌? 어어.. 그거 맞는 것 같다. 뭐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

기특해에 나오는 가사처럼, 아무도 몰라도 상관 없다고 진짜로 느끼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깊감잦들만 모여있는 세상이니 큰 소리가 나올 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디테일을 캐치 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이번공연은 360도 이기 때문에 중계와 브이제잉과 조명이 한데 어우러지는게 정말 중요하다. 게다가 윤하겸 소녀는 1부부터 화이트 착장을 입고 나오니 LED의 최대 출력밝기가 빈번하게 표현된다. 360도로 둘러져있는 LED이니 불을 환하게 켠 것 처럼 공연장 전체가 밝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와중에 무대로 시선을 옮겼을 때 자칫 밋밋하거나 다이나믹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기가 매우 쉽다. 게다가 바닥에 영상도 돌아가고 있으니 조명과 바닥의 앙상블이 잘 어우러져야만 동화 같은 느낌 속에 몰입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와~ 근데 이 어려운걸 해내는게 우리 팀이라니 미쳤다는 말밖엔 나오지가 않음. ㅋㅋ

매 공연마다 크레딧을 확인하고 소개하면서 우리팀이 정말 오래됐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업체가 바뀐 줄 알았는데, 사업자 명이 바뀐 적도 있으니 거의 변동이 없다 봐야.. 아무튼 메세나폴리스의 빛나는 여름으로 부터 거의 10년정도 된거다. 그 때 진짜 진짜 힘들었는데… 진짜 진짜로 힘들었고 무대위에서 뭘 하고 내려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않을 정도로 블랙아웃이 심했던 때였다. 그 모습으로 부터 차근차근 다시 정비하며 함께 쌓아올려 온 서사를 이 깊은 사람들이 잊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고 기억해주며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 깊어지게 만든다..

조명감독님은 우리 팀 중 최고 변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냥 잠을 안 주무시는 것 같다. 감독님 말에 따르면 리허설 전에 시뮬을 정말 질리도록 돌려보고도 셋팅 하며 또 바꾸고 다시 수정해 오셔서 리허설에 여러가지 적용해보고 본무대 당일까지도 조각하듯 하나씩 깎아 나가 끝내 완성한다고 한다. 중계팀은 너무나 직관적으로 그 애정과 디테일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브이제잉 또한 곡마다의 연출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최적화 해서 보여 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여실하다. 이번 공연의 킥은 퀘이사호였던 만큼 무대전식팀의 노고가 노고가… 노고가… 아니 나는 그런 배는 처음 봤소. 장기 공연에서도 좀체 쓰지 못하는 그런 진짜 선체처럼 딱딱한 마감의 배를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음향팀? 말모임. 그냥 말해뭐해… 그리고 이 모든 팀을 통솔하는 연출팀. 연출팀을 이끄는 연출 함윤호 감독님. 아.. 이 분도 진짜 말도 못하게 변태임.. 그리고 이 단락에 서술되어있는 사람들 모두 특히나 윤하공연에 애착이 많다신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이 분명하다.

그띠 체조는 360도로 가능한 눈이 즐거운 공연을 만들자 하는 것이 테마였다. 파이널판타지로 인해 금기시 되어있던 360도 공연.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키워드이다. 나 뿐만아니라 당시를 경험했던 홀릭스에게는 특히나 그럴것이다. 그리고, 퍼포먼스가 주되지 않은 공연에서 무엇을 얼만큼이나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무언가 보여주려 할 수록 반대 쪽이 소외되어 집중도가 깨질까 걱정이었다. 그렇게 불안함에 떨고 있을 때, 하울림 전시를 올리던 날 함감독님이 모든 관을 돌아보시고 로비에서 생각의 방향을 정했다고 곧 정리해 만납시다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그 장면을 반복재생하며 명상에 이를 지경이었다.

공연의 준비는 아주 오랜기간 병렬적으로 이루어졌다. 스물을 준비하며 전시와 소극장 공연을 준비했고, 소극장 공연 미팅의 말미에는 늘 이번 그띠 공연에 대한 단상들이 쿠키처럼 따라왔다. 전 세계의 어떤 가수도 1년동안 다른 컨셉의 공연을 3개씩이나, 그것도 셋리스트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 모든 연출이 새롭게 리뉴얼된 장르조차 다 다른 공연을 이렇게 큰 규모로 올리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수지타산은 물론이고 인력과 자원과 정신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20주년이라는 키워드를 모두가 함께 쌓아올리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감독님과 곧 만났다. 이미 빛나는 여름을 진행하는 동안 사부작사부작 스토리와 작업된 곡들을 공유해왔고,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침반과 배에요. 중간에서 퀘이사가 올라올겁니다.”

실시간으로 사라져가는 근심을 보내고 감탄을 맞이하며 박수를 쳤다. 이 때 부터 완전한 설렘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사이 그로우 띠어리가 발매되고, 여름에 맡겨둔 안무가 완성되고, 공연에 필요한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이제는 정말 내가 퍼포먼스를 연습해야 하는 차례가 왔다. 공연으로부터 6-7주 전이다.

첫 연습을 하고나서 우선은 멘탈이 갈갈갈. ㄷㄷ 폐가 터질 것 같아서 노래를 못하겠다 와 이럴수가 립싱크 했다간 홀릭스한테 혼날 것 같은데용 ㅠ.ㅠ 지난번에 이머시브 사운드로 공연까지 했는데… 저스트리슨에서 분명 쇼를 보여줄 순 없지만 소릴 들려줄 순 있지 라고 했잖아… 거짓말쟁이가 될거야?

나는 하는 수 없이 떠밀림 반, 그치만 자발적으로 떠밀렸다는 사실에 대견함 반을 장착하고 아침 러닝을 시작했다. 아, 격일로 나가도 그 격일이 어찌나 빨리 돌아오던지 매일 같았다. 무리해서 컨디션을 망치면 안되니까 정말 보수적으로 뛰었다. 어제보다 백미터만 더 가자 라는 심정으로. 첫 러닝은 5분만 뛰어도 심박수가 180까지 올랐다. 다음번은 175정도 됐고 그 다음은 160, 140, 120. 생각보다 안정화는 빨랐다. 역시 그냥 하면 된다. 러닝을 시작하니 몸 쓰는 것에 두려움이 좀 덜 했다. 안무 레슨은 머릿속에 욱여넣는 용도로 곡당 1회씩만 진행했고, 나머지는 개인 연습과 댄서분들과 함께 맞춰보는 시간으로 만들어나갔다. 레슨이나 전체연습 앞뒤도 아니고 안무실을 반나절씩 빌려 개인 연습을 한게 정말 오랜만이다. 전체 곡에 대한 동선도 아무도 보지 않는 방안에서 여러번 고민하고 결정했다. 뭐…. 기특해 같은것도…. 혼자 해보고….

보여지는것에 치중했던 탓일까? 당연히 쉽게 될거라 생각했던 밴드연습이 조금 난항을 겪었다. 처음 함께 맞춰보는 규형오빠는 식은땀 포함 땀을 정말 많이 흘리셨다. 아니 고윤하 기다리다 오늘헤어졌어요 왜 안하냐고.. ㅋㅋㅋㅋ 1. 그띠 곡들이 너무 어려움 2. 섹션 외우기도 어려운데 멤버간 그루브 맞추기가 더 어려움 3. 근데 이제 안무팀 그루브도 고려해야 됨 4. 게스트가 없어서 쉬는 시간이란게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결국 다 잘 될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그 과정이 다른 공연에 비해 조금 더뎠고 모두들 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그 만큼 더 가까워지고 친해진 느낌이라, 역대 무대에서 가장 밴드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속력 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엄청 엄청 북쪽에 의지했다.

공연 주 초에는 핸드볼 경기장 내의 연습실을 빌려 안무팀과 동선을 맞추었다. 바닥에 테이프로 무대 본체 실제 크기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하는 연습이었다. 등 퇴장은 물론이고 안무팀 개개인의 블라킹, 그리고 어떤식으로 등퇴장이 구성될지 등을 맞춰보았다. 작은 연습실에서 하다가 무대 크기를 보니 정말 정말 넓고 웅장했다. 다만 연습실보다 숨이 좀 더 차서 얼마 남지않은 공연날까지 러닝 거리를 하루 300미터씩 늘렸다.

드디어 무대가 완성되어 리허설을 할 수 있는 D-1이 왔다. 우오… LED 웅장하다… 우오, 무대 크다… 어… 그런데 퀘이사가…. 퀘이사가 올라오지 않는다…!! 세상에는.. 수 많은 돌발임무가 있다. 계획된 대로 차근차근 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늘 예상치 못한 변수.. 근데 그게 퀘이사면 안돼.. 이번 공연엔 너 하나 밖에 장치가 없잖슴…!!

보통 리프트는 올라와 멈추면서 약간의 반동을 받는데, 그래서 항상 무릎을 함께 맞춰줘야 등장하면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퀘이사호에 쓰이는 리프트는 멈추면서 반동이 있으면 물 위에 떠있는 배의 웅장함과 선체의 일체감을 살리기 어렵다는 함감독님의 판단으로, 가수가 등장하는 리프트보다 훨훨 신기술이 적용되어있는 고가의 리프트를 장착했다. 스윽 올라와서 올라온대로 서는 그런 유형이다. 근데 이제 이게 아무래도 좀 더 고지능이다보니 ㅋㅋ 예민할 수 밖에 없어서… 내려가 있을 때 쿵쾅쿵쾅 춤을 추니까 이 녀석이 놀란 듯 했다. 결국 무대전식팀은 그 퀘이사를 들어내고 ㅋㅋ 다시 유격을 맞추고… 당일 아침까지…. ㅠㅠ 그래도 군소리 하나 없이 전날에 알게 된게 어디냐며 천만 다행이라고 하는 우리팀… 사랑해요…

근데 이제 내가 어려움에 봉착했다. 아이유가 왜 음향의 해답을 찾아달라고 한건지 체감이 됐다.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정말 귀에 꽂은 인이어가 아무 기능을 못한다 싶을 정도로 소리의 반향이 심하고 제대로 모니터를 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케이프혼의 브릿지구간 [어텐션! 닻을 올려라~] 셔플로 바뀌는 리듬의 이 박자를 못 맞출 지경이었다. 와…. 완전 멘탈이 뿌셔뿌셔뿌셔졌다. 나는 당황해서 음향팀에 공간계 리버브 [에코]를 전부 빼주시기를, 미드음역대를 내려주시기를, 그리고 마이킹을 통해 들어가는 악기를 뮤트하다시피 최소화하고 다이렉트로 들어가는 악기 라인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마이킹을 통해 들어가는 악기라는 것은 예를들면 드럼인데, 아.. 박자를 뮤트해버린다니 솔직히 말도 안되는 거긴 하다. 하지만 밖으로 울리는 스피커가 내 마이크를 통해서도 충분히 들어가 교란되고 있기 때문에, 북쪽에 있는 드럼마이크를 통해 유입되는 외부소리까지 합치면 정말 돌림노래 수준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모니터를 잡고나니 조금은 개선이 된 듯 느껴졌고, 음향팀에서는 당일에 2개의 마이크 헤드를 제시해줬다. SM58이 아무래도 타고 들어가는 소리를 많이 잡아주지만, 미드 주파수역대가 많아 퍽퍽하게 들리고 노래 하기가 불편했다. 결국 내 마이크의 헤드와 동일한 신품으로 대체하여 공연을 진행했다.

그띠 당일 아침은 모두 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소리체크도 관객이 차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그쯤 하였다. 여러가지 준비를 하다보니 스트팀도 일이 많아 피팅이 지연됐는데, 공연팀 선에서 모자를 돌려보냈다고 했다. 나는 모자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이런 세세한 것에 신경써주는게 고마웠다. 사람이 보는 눈이 비슷하고 오래 같이 호흡을 맞추면 더 비슷해진다. 모자는 2일차부터 쓸 수 있었다. 아 더 좋다. 기대 없이 보는 2일차의 특별함!

19시 55분, 나는 북쪽 리프트 아래에 스탠바이 했다. 이제부터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소녀로 등장해야 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이입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신선함이 된다.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우리 팀을 믿고, 나의 시간을 믿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발견하고 알아봐 줄 나의 편에게 한 발 한 발 걸어가자. 돌이킬 수 없는 시작. 그로우 띠어리 파이널 에디션의 서막!


~~~~~~ 이제 여기부터는 홀릭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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