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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럽은 농가들까지 멋져 보이는 걸까

nasic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9.23 10:18:06
조회 656 추천 0 댓글 5











Sharpe\'s Ransom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6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

 

리처드 샤프는 장화를 벗고, 손을 등 뒤로 돌려 등을 굽히며 신음 소리를 냈다.  "망할 톱니바퀴 같으니라고."

 

루실이 물었다. "망할 톱니바퀴에 뭐 잘못된 점이라도 있어요 ?"

 

"녹이 슬었어."  샤프는 발끝으로 부엌 의자에서 고양이를 쫓아내며 말했다.  "그 바퀴들에 몇년동안 아무도 그리스 칠을 안해주었더라고."  그는 앉으며 끙 소리를 냈다.  "그것들의 표면을 긁어내서 녹을 벗겨내고, 수로를 청소해야해."

 

"수로(leat)요 ?"  루실이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영어를 배우는 중이었다. 

 

"물레방아로 물을 날라주는 수통말이야.  그 속이 온통 쓰레기 투성이라더라고."  샤프는 적포도주를 조금 따랐다.  "내가 그거 다 치우려면 일주일 내내 걸릴 걸."

 

"이제 이틀 후면 1816년의 크리스마스에요."  루실이 말했다. 

 

"그래서 ?"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는 당신도 쉬세요."  루실이 선언했다.  "그리고 수로도 쉬라고 하세요.  경축일이쟎아요.  거위를 요리해드릴께요.(cook you a goose)" 

 

"여보,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내 거위를 구워버렸쟎아.  (You cooked my goose a long time ago, love.)"  샤프가 말했다.

 

루실은 코웃음을 치고는 식탁에서 빨래감을 한뭉치 들고는 부엌 통로를 걸어 나갔다.  샤프는 의자를 뒤로 젖혀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루실은 샤프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엉덩이를 살짝 흔들었다. 

 

"내 거위를 아주 제대로 구워버렸지 !  당신이 말이야 !"  샤프는 외쳤다.

 

"저녁 먹고 싶으면 말이죠, 난로에 넣을 장작이나 패오세요."  루실이 대답했다.

 

샤프는 농장 건물의 박공에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을 쳐다보았다.  1년전, 그가 워털루 전투에서 막 돌아왔을때, 박공의 지붕은 줄줄 샜고 문짝이란 문짝과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살을 에이는 황소바람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이제 집안은 아늑하고 탄탄했다.  비용이 약간 들었는데, 그 비용은 모두 샤프가 퇴역 영국육군 장교로서 받는 반액 (half-pay) 연금에서 나온 것이었다. [89호] Half-pay에 대해서 http://paper.cyworld.com/sharpe/1879567 참조 )  루실의 농장에서는 이윤이 전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당장은 이윤이 나지 않았고, 사실 앞으로는 날 것이라는 전망도 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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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샤프라는, 제가 좋아하는 역사 소설의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모험과 사랑을 겪은 뒤, 권력과 부를 내팽개치고 (사실은 돈은 내팽개친것이 아니고 바람난 와이프가 들고 튄 것이지만), 착한 프랑스 과부를 만나 노르망디 지방에 정착합니다.

아, 그런 식의 소설 결말은 우리나라 사람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유럽 사람들도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솔직한 심정으로, 아마 지금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지금 당장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농부와 인생을 맞바꿔주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면서 바꿀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  아닐걸요...

 

지난 일요일 밤에, MBC를 보니 \'로컬 푸드\'라는 제목으로 뭔가 르뽀를 찍은 모양이던데요, 거기서 이탈리아의 포도농장과 포도주창고를 보여주더군요.  아 !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농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교통이 좋은 곳이면, 땅값이 너무 비쌀 것 같고, 또 날씨가... 좋은 포도를 가꾸기에는 딱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해마다 늦여름~초가을에 태풍은 오지 않쟎습니까 ? 

 

또 있습니다.  아무리 국민적 자존심을 가지고 우리나라 농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래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프랑스같은 유럽의 농가가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유럽빠돌이 같이 말하는 것일까요 ?  아마 미국 애들도 미국 농장보다는 유럽의 농촌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럴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유럽 애들은, 적어도 서유럽 애들은 뭔가 하나 짓고 만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예술적 감각을 발휘해서 오랜 시간을 가지고 만드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일단 만들고보자는 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깊게 본 장면은 같은 소설의 중간 정도 부분인 다음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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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는 영국인인 자기를 적대시하는 프랑스 마을 사람들 중 특히 우두머리격인 전직 나폴레옹 근위대 출신 불한당 말랑과 담판을 짓습니다.)

 

샤프가 말했다.  "일년 내내 니가 하려는게 이거 아니었어 ?  나 때려 눕히는 거 말이야.  해봐."

 

"일어서 !"  말랑이 다시 말했다.  말랑을 따라 교회를 나선 말랑의 동료들도 으르렁댔다. 

 

"너하고 싸우지는 않을거야.  쟈크 말랑."  샤프가 말했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거든.  난 너만큼 많은 전투를 겪었기 때문에, 뭘 증명해보이려고 싸울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넌 그래야겠지.  넌 나 안좋아하지 ?  사실 넌 좋아하는 사람도 없쟎아.  넌 그저 말썽거리만 만들어낼 뿐 아무것도 하는 일도 없어.  교회에 장작을 배달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너 그것도 안했지 ?  그저 술집에 앉아서 니 어머니 돈이나 축내고 있을 뿐이야.  왜 쓸모있는 일을 좀 하지 않지 ?  내가 널 고용할 수도 있어 !  다시 지어야 하는 녹슨 물방앗간도 있고, 치워야 할 수로도 있고, 게다가 다음달에는 앞마당에 깔 돌이 카엥 시에서 한마차가 들어온단 말이야.  난 튼튼한 일꾼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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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특히 감탄한 부분은 저 "앞마당에 깔 돌" 이라는 부분입니다.  미국에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걔들은 왠만한 곳에는 다 잔디를 깔아놓았습니다.  비도 잘 안오는 텍사스에조차도요.  그냥 돈이 썩어나서 라고 말하기에는, 글쎄요, 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나라 농가를 보면 마당은 그냥 시멘트이거나 그냥 흙바닥이어서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기 마련인데, 프랑스에서는 저런 농가에도 앞마당에 돈까지 들여가면서 돌로 포장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정말 유럽애들은 돈이 썩어나서 그러는 것일까요 ?  아니면 당장 돈을 좀더 쓰더라도 뭔가 아름답게 해보려고 하는 것일까요 ?  유럽의 거리를 보면, 뭔가 크게 돈을 썼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도, 뭔가 조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  이에 비해 제일 답답한 부분이 상가 건물의 간판.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서로 더 큰 간판을 아무 조화도 없이 촌스럽게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확실한 것은 걔들이 물질적인 것까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뭔가 더 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말이 되면, 기자가 길거리다니는 사람들 붙잡고 \'새해소원이 뭐냐\'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로또 당첨 (제 소원입니다)\'이나 \'취직\', \'내집마련\', \'가족의 건강\' 뭐 이런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많이 바라는데, 유럽 애들은 그냥 \'세계 평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그럴 때면 울화통이 터져요.  쟤들은 정말 걱정할 게 없나보다 싶어서요.

 

오늘은 너무 유럽 찬양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욕먹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평소부터 정말 궁금했던 것이, 왜 얼굴 하얀 인간들은 (일부 동유럽 인간들 빼고) 왜 하나같이 다 우리보다 더 잘사는가 입니다.  우리가 훨씬 더 장시간 노동을 하쟎아요 ?  그런데도 단적인 예로, 우리 1인당 GDP가 겨우 슬로베니아 수준이더군요.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유럽 쪽이 뭔가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단순한 문화 사대주의인가요 ?  아, 이거 내 머릿속 사상을 뜯어 고쳐야 하는 걸까요 ?  좀 답답하고, 샘이 납니다. 


예전에 신문기사를 보니, 어느 프랑스 건축가가 한국에 왔는데, 강남의 아파트 촌을 보여주니까 \'여기가 한국의 슬럼이냐\'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그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성냥갑 아파트...

저 위에서 \'cook my goose\' 라는 표현의 유래는 대충 아시겠지요 ?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구워버렸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서, 누군가의 기회를 날려먹었다 뭐 그런 뜻으로 번역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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